2021년 설립된 KT스튜디오지니는 KT의 미디어·콘텐츠 중간지주회사다. 스토리위즈의 웹툰 및 웹소설, 밀리의 서재가 갖고 있는 작가 풀로부터 다양한 IP를 축적하고 이를 영상화하는 사업을 진행한다. 그동안 <구필수는 없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굿 잡> <가우스전자> <얼어죽을 연애따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사장님을 잠금해제> <남이 될 수 있을까> <딜리버리맨> <보라! 데보라> 등을 부지런히 제작하며 라이브러리를 축적했다. 2023년에는 <종이달> <남남> <신병2> <마당이 있는 집><유괴의 날> <낮에 뜨는 달>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이며 스튜디오의 인지도를 높였다면 2024년에는 제작비를 효율적으로 운용해 퀄리티 있는 작품을 내놓는 전략을 취할 예정이다. 올 초 종영한 <모래에도 꽃이 핀다>와 3월 방송을 앞둔 <야한(夜限) 사진관>이 바로 그 예다. KT스튜디오지니가 다른 브리지 스튜디오에 비해 갖고 있는 강점은 지니TV(2022년 IPTV 서비스 ‘올레tv’를 지니TV로 개편하고 KT가 갖고 있던 OTT 플랫폼 시즌은 티빙과 합병됐다.-편집자)와 ENA라는 캡티브 채널(계열사 채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ENA는 신생 채널임에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성공 덕분에 시장에서 빠르게 존재를 각인시키고 자리 잡은 케이스로 꼽히며,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는 ENA를 통해서도 방송되기 때문에 이를 통한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또한 KT 산하에 있는 계열사들의 IP가 서로 윈윈 효과를 낼 수 있는 영상 콘텐츠 허브 역할을 수행하며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KT스튜디오지니의 콘텐츠사업실을 이끄는 정지현 실장은 CJ ENM 영화 부문과 글로벌사업본부, 덱스터 스튜디오 콘텐츠 사업본부를 거쳐 KT스튜디오지니 설립과 함께한 원년 멤버다. 지난해까지 좋은 원작 IP를 발굴하고 재능 있는 신인 작가를 확보해 대본을 개발하는 역할을 해왔다면, 올해 1월부터는 콘텐츠사업실에서 콘텐츠 유통 및 수익모델 구축을 고민 중이다.
- KT스튜디오지니는 ENA와 지니TV라는 강력한 캡티브 채널이 있다. 스튜디오드래곤과 tvN, SLL와 JTBC, 스튜디오S와 SBS의 관계를 떠올리게 된다.
우리도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 tvN이 스튜디오드래곤의 성장 기반이 됐던 것처럼 우리 역시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 ENA와 지니TV 두개의 캡티브 채널은 가장 중요한 기반이었고 편성의 안정성이 있었기 때문에 KT스튜디오지니가 태동할 수 있었다. ENA 입장에서도 KT스튜디오지니 설립과 더불어 2022년 초반 리브랜딩을 하면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KT스튜디오지니의 드라마가 채널을 키우는 데 큰 공헌을 한 것도 맞다. 다만 플랫폼에만 의존하기에는 지금 시장 현황이 녹록지 않다. 유통의 폭을 넓히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 KT스튜디오지니는 지금까지 ENA에서 공개된 드라마들을 만들어왔다. ENA 외의 채널 및 플랫폼에 콘텐츠를 편성할 계획도 잡혀 있나.
ENA, 지니TV와 KT스튜디오지니는 한몸처럼 선순환 구조를 갖고 가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광고시장이 불황에 빠졌다. ENA도 채널로서는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운영에 대한 효율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KT스튜디오지니도 작품 수를 무한정 늘리기보다는 핵심 작품에 집중하고 논캡티브 채널을 개척하기 위해 여러 준비를 하고 있다. 5월 방영되는 <크래시>는 디즈니+에도 공개된다. 글로벌 OTT를 염두에 두고 개발 중인 작품들이 있고 타사 채널과의 협업이나 동남아시아 다른 국가와의 공동 제작 및 편성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KT스튜디오지니의 드라마를 해외에서 리메이크할 때 우리가 공동 제작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 드라마 시장이 어려워서 올해 KT스튜디오지니는 제작비 정상화를 목표로 할 것이라고. 불황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각자 해석이 분분하겠지만 톱배우 캐스팅에 집중되면서 제작비가 너무 많이 상승한 영향이 크다고 본다. 2021년만 해도 회당 제작비가 7억~8억원이었는데 지금은 15억~20억원으로 뛰었다. 그중 가장 많은 비중을 배우 출연료가 차지한다. 배우 출연료가 회당 3억~4억원씩 하는데 이 정도면 일본에선 에피소드 하나를 제작할 수 있다. 제작비가 높아지면 해외 판매 가격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해외 바이어들도 우려를 표한다. 로컬 시장이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제작비가 다시 정상화되어야 한다. 몸값이 높은 배우를 캐스팅해서 무조건 제작비를 키우는 무리수를 두기보다는 잠재력이 있는 신선한 배우들을 기용해 IP가 고퀄리티로 나올 수 있는 데 집중한다는 과감한 도전을 해나갈 것이다. 톱배우가 아니라도 시장에서 선호되는 장르나 내용이 탄탄하다면 해외 판매 면에서도 경쟁력을 기를 수 있다. 우리가 가진 좋은 IP를 영상화하거나 <신병> 시리즈처럼 가성비 있게 성공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 중이다. 올 초 제작본부도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했다. 기존에는 루틴하게 팀별로 작품을 소화했다면 지금은 프로듀서 중심 시스템으로 바꾸어서 좀더 많은 작품들에 몰입해 작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 글로벌 OTT 등장 이후 제작비 리쿱 방식도 달라졌다. 하지만 일정 비율의 프로덕션 피를 받는 구조가 가진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넷플릭스나 디즈니+에 비독점으로 드라마를 팔 경우에는 그렇게 많은 돈을 받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스튜디오가 마케팅 혹은 입소문을 이유로 문을 두드린다. 우리는 고집이 필요할 때는 고집을 부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양한 플랫폼을 고려하며 전략적으로 가는 방식을 고민 중이다. KT스튜지오지니를 처음 설립할 때 제작사와 크리에이터들의 상생 구조를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글로벌 OTT들이 IP를 모두 가져가고 제작비의 일정 비율을 수익으로 주는 구조를 벗어나 IP를 공동 소유하는 방식을 제안해 함께 책임감을 갖고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시즌제 혹은 스핀오프를 만들 때 제작사와 크리에이터가 함께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 KT스튜디오지니의 강점이라면 역시 KT 산하의 자회사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IP를 직접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로드 오브 머니>나 <최종 보스> 등의 영상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영상화하기에 좋은 아이템을 선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마당이 있는 집> <종이달> <사장님을 잠금해제> <신병> 등이 좋은 원작 IP를 발견해 성공한 사례들이었다. 인기 있는 웹툰 혹은 웹소설은 이미 시장에서 검증받은 아이템이기 때문에 먹고 들어가는 게 있다. 인기 톱10에 들지 못했더라도 감수성이 있거나 로맨스 코드가 명확하거나 캐릭터가 돋보이는 작품이라면 스토리를 붙이기에 수월한 부분이 있다.
- 이름값 있는 크리에이터와는 어떻게 인연을 만들어가나.
웹툰 <존버닥터>는 <소년시대>의 이명우 감독이 크리에이터로 붙어 각색하며 직접 대본을 만들고 있다. <악인전기>는 이재규 감독이 함께해 필름몬스터와 함께 제작한 작품이다. 천성일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붙고 어울리는 신인 작가를 매칭시켜 아이템 개발부터 같이하는 작품도 있다. 대가 작가들은 아이디어가 풍부하기 때문에 작품 하나만 쓰기보다는 여러 개를 동시에 쓸 때가 많다. 그런 아이템을 전략적으로 같이 디벨롭하면 우리 입장에서도 새로운 신인 작가 풀을 확보하면서 작품의 퀄리티도 높일 수 있다. <원더우먼>을 연출한 최영훈 감독, <나빌레라> <형사록>을 연출한 한동화 감독, <보이스4>를 연출한 신용휘 감독 등이 주축인 점보필름과 전략적인 관계를 맺은 상태고 이들이 크리에이터로 참여해 작업하는 프로젝트들도 있다.
설립 때부터 신인을 발굴하기 위해 공모전을 열었다. 스토리위즈와 함께 웹툰, 웹소설로 만들기 적합한 아이템을 찾는 공모전을 열었고, 그렇게 발굴한 작품을 갖고 대본화 작업을 진행 중인 건도 있다. 시리즈 대본 공모전도 한두번 진행했다. 공모전에 몇번 도전했지만 빛을 보지 못했던 작가들이 많이 지원한 덕분에 새로운 인력 풀을 확보할 수 있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원작 혹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오리지널 아이템을 신인 작가와 매칭시키고 있다. 그중 한분이 쓴 작품이 올해 tvN에서 방영될 <가석방심사관 이한신>이다.
- 1~2년 전까지 대형 투자배급사 출신이나 영화, 드라마 감독들이 독립해 본인의 회사를 차리거나 신생 제작사에 합류하는 거대한 흐름이 있었다. KT스튜디오지니에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존에는 스튜디오 체제에 국한된 작업이 많았다.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자유롭게 작업하면서 그에 대한 대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포지셔닝을 원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연출뿐만 아니라 기획·개발에도 참여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작품을 만들고 다양한 비즈니스 구조도 시도해볼 기회를 잡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시장이 흔들리면서 이런 분위기도 점차 사그라들긴 했다. 인수합병 등을 통해 크리에이터들과 무겁게 얽히지 않더라도 좋은 기회가 있으면 협업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고 싶다. 지금도 굵직굵직한 이름들 혹은 라이징 중인 작가들과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주목하고 있는 설립 5년 미만의 신생 제작사지금 몇편의 작품을 함께 논의하며 기획·개발 중인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엣지 있고 센 작품을 재미있게 만들어보고 싶어서 전략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크보노>(<존경하는 재판장님>의 이스라엘 원작)의 리메이크작인 <유어아너>를 공동 제작하는 테이크원스튜디오도 있다. <유어아너>에는 손현주, 김명민이 출연하고 오늘(2월27일) 대본 리딩을 했다. CJ ENM 영화부문 본부장, 쇼박스 투자제작본부장 등을 거친 이상윤 대표가 이끄는 제작사다. 좋은 IP를 많이 갖고 있어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