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지 일주일. 무거운 마음으로 2024 홍콩 필마트 리포트를 적는다. 내가 지난 3월11일부터 14일까지 지켜본 마켓의 활기를 복기하는 동안, 홍콩 입법회는 19일 ‘홍콩판 국가보안법’으로 불리는 ‘수호국가안전조례’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반역, 선동, 테러 등 39개 죄목의 처벌 강도를 구체적으로 논하는 이 법안은 그러나 ‘외부 세력’의 범위를 모호하게 규정함으로써 “개방적이었던 홍콩 사회의 폐쇄를 가속할 가능성이 있다”(베단트 파텔 미국 국무부 수석부대변인)는 우려를 산다.
주최측인 홍콩무역발전국은 올해 필마트에 50개 국가 및 지역에서 7500명 이상이 참가했으며 760여개 업체가 부스를 열었다고 발표했다. 아세안(ASEAN) 전시 업체와 바이어가 전년 대비 각각 50%와 6%로 크게 증가했다며 특기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온라인 개최를 감행했던 필마트가 오프라인으로 돌아온 지 2년째, 홍콩은 여전히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영상 마켓’이라는 간판 아래 교두보가 되어주고 있다. 신진 동력이 필요한 시장과 이제 막 커가는 시장, 작품을 선보이는 배급사와 작품을 구하는 플랫폼, 창작자와 투자자가 여기 모인다. 나흘간 이 도시의 쓰임을 제대로 목도했기에, 홍콩 의회 소식이 어느 때보다 신경 쓰인다.
다만 기록은 염려보다 쓸모 있는 법. 변화를 향해 생동하던 필마트의 여운을 이 지면에 붙잡아두고 싶다. 2024 필마트의 경향과 한국 영화인들의 소회에 덧붙여 “현재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으로 불리는 인도네시아, 태국의 동태를 전한다. 도약을 준비 중인 감독들과의 인터뷰도 동봉한다. 지난 1월 로테르담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프리미어를 가진 수지 아우 감독을 비롯해 제작 지원 피칭 프로그램인 홍콩-아시아필름 파이낸싱 포럼(The Hong Kong-Asia Film Financing Forum, HAF)에서 만난 세 감독은 홍콩영화의 뉴웨이브를 기대해보게 했다. 덕분에 이곳에서만큼은 다들 오픈 마인드가 된다며 ‘마켓 매직’을 설파하던 한 관계자의 말을 음미해본다. 이 마법의 효험은 아직 다하지 않았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홍콩 필마트 기획이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