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삼체>가 지난 3월21일 공개됐다. 3월8일 미국 텍사스주에서 열린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 행사에서 최초 상영, 17일 LA에서 프리미어를 개최하며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린 <삼체>는 20일 밤 작품의 세계가 뿌리내린 영국 런던으로 돌아왔다. 공개 직전의 즐거운 긴장감을 품고 열린 <삼체> 런던 프리미어 정킷을 <씨네21>이 중계한다. 화려한 전야제의 풍경과 작품에 내재한 과학적 스펙터클,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던 캐스트와의 인터뷰까지. 오감으로 체험한 <삼체>의 세계는, 작품의 이과 감성에 상당하기에는 무척 비과학적인 표현이지만, 형형색색의 에너지로 가득했다.
<삼체>는 ‘SF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휴고상을 수상한 중국 작가 류츠신의 SF 소설 <삼체> 3부작을 원작으로 삼는다. 특유의 방대하고 도발적인 상상력으로 인해 영상화가 까다로울 것이라는 평가를 줄곧 받아왔다. 그 도전에 기꺼이 응한 사람들은 <왕좌의 게임> 프로듀서로 이미 비슷한 과업을 완수했던 데이비드 베니오프와 D. B. 와이스다. <트루 블러드>를 집필한 알렉산더 우가 공동 쇼러너로,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의 홍콩 감독 청궈샹 등이 에피소드 연출에 참여해 힘을 보탰다.
행사장 입구에 수많은 팬이 일찍부터 줄을 선 가운데, 은빛 통로를 따라 한층 내려가자 포토 존과 DJ 부스 등으로 가득한 본 행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행사에는 에이사 곤살레스, 제스 홍, 베네딕트 웡을 비롯한 10여명의 배우들이 참석했다. 대학 동기 모임인 ‘옥스퍼드 파이브’와 한 형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군상극 형태의 작품인 만큼 참석자 모두가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배우들은 함께 사진을 찍고 미디어아트를 감상하는 등 막역한 친구 사이임을 자랑했다. 프레스 라인에서도 끊임없이 동료들을 호명했다. “제스 홍은 정말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알렉스 샤프, “옥스퍼드 파이브의 작중 모습 그대로였다”고 밝힌 존 브래들리, 심지어 “촬영 현장에서 너무 고립되었던 나머지 동료들과 함께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는 진 쳉까지 서로를 향한 애정을 표현했다.
<삼체>의 또 다른 매력은 작중에 등장하는 가상현실 게임 속 세계의 아름답고도 신비한 풍경에 있다. 작중 게임의 형식을 본떠 세 단계의 방으로 구성된 몰입형 전시가 특히 기대되었던 이유다. 첫 번째 방은 거울과 프로젝터를 이용한 미디어아트 전시관으로 마치 게임 속에 들어온 것 같은 감각을 주었다. 두 번째 방에서는 VR 헤드셋을 통해 <삼체>의 트레일러를 감상할 수 있었으며, 세 번째 방에는 작중 벌어지는 사건 현장을 따라가며 문제를 해결하는 추리 퍼즐이 마련되어 있었다.
프레스 라인과 전시 체험 이후에는 <삼체> 1화의 시사회가 진행됐다. 시사회에 앞서 무대에 오른 배우들은 간단한 Q&A를 통해 인사를 전했다. 이날 가장 인상적이었던 한마디는 마이크 에반스를 연기한 조너선 프라이스의 농담이었다. 스피커 앞에서 홀로 연기하는 것이 어땠냐는 질문에 76살의 대배우는 “그것보다 더 나무토막 같은 (기계적으로 연기하는) 상대와도 많이 일해봤다”며 좌중을 폭소케 했다. 쇼러너들의 전작 <왕좌의 게임> 시리즈에 출연했던 배우들도 눈에 띄었다. <왕좌의 게임>에서 다보스를 연기했던 리엄 커닝엄은 “<왕좌의 게임>의 판타지적 요소와 비교했을 때 <삼체>가 다루는 존재론적 위협은 더욱 현실적이며 그 의미도 다층적이다. 빵을 만들며 곁눈질로 볼만한 작품은 아니다”라며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시사회 종료 후 이어진 애프터 파티에서는 뜻밖의 인물이 DJ 부스에 등장했다. 바로 건조한 태도의 형사 다 시를 연기한 베네딕트 웡. 사실 그는 오랜 기간 취미로 디제잉을 즐겨온 음악 마니아로 이날도 자청해서 DJ 역을 도맡았다는 후문. 지난 SXSW 프리미어 당시 이미 데뷔한 바 있는 ‘DJ 오비 웡’은 이날도 턴테이블 앞에서 두 시간여를 홀로 책임지며 <삼체> 속 보이스오버를 믹스한 세트를 선보였다. 뒤이어 주연배우 6인과의 인터뷰와 <삼체>의 짧은 리뷰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