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거>
애플티비+ | 8부작 / 연출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애덤 아킨 / 출연 콜린 파렐, 에이미 라이언, 커비 하웰뱁티스트, 데니스 부치카리스, 제임스 크
플레이지수 ▶▶▶ | 20자평 - 험프리 보가트를 꿈꾸는 하드보일드 나라의 시네필
사립탐정 존 슈거(콜린 패럴)는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프로듀서 조너선 시겔(제임스 크롬웰)로부터 한통의 의뢰를 받는다. 그가 아끼는 손녀 올리비아(시드니 챈들러)의 실종 사건을 조사해달라는 것. 존의 상사 루비(커비 하웰뱁티스트)는 그의 건강 상태를 걱정하며 휴식을 권하지만, 존은 사건에 강한 호기심을 느낀다. 하지만 사건 조사를 시작하자 시겔 가문의 가족들은 존에게 불편한 기색을 내보이며 비밀을 숨기기만 한다. 4월5일 첫 에피소드 2편을 공개한 <슈거>는 영화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긴 하드보일드 시리즈다. 영화 비평지를 세권이나 구독하는 탐정 존은 폭력은 싫어도 <빅 히트>에서 글렌 포드가 든 총은 포기 못하는 영화광이다. 니컬러스 레이의 <고독한 영혼>부터 로버트 올드리치의 <키스 미 데들리>까지 필름누아르 속 탐정들의 얼굴은 존의 숏들과 직접적으로 병치되기도 한다. 영화를 향한 숭배의 시선을 숨길 생각이 없는 시리즈는 고전 하드보일드의 작법으로 화창한 2023년의 LA를 그려낸다. 할리우드의 병폐와 시네필 문화를 엮은 <언더 더 실버레이크>의 컬트적인 분위기는 없지만, 착실하게 고전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슈거>의 태도가 흥미롭다. /최현수 객원기자
<우리 사이 어쩌면>
넷플릭스 | 영화 / 감독 나흐나치카 칸 / 출연 앨리 웡, 랜들 박, 제임스 사이토, 키아누 리브스, 대니얼 대 김 / 공개 4월1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한국인인 척, 중국인인 척, 일본인인 척.
사샤(앨리 웡)와 마커스(랜달 박)는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소꿉친구다.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각종 집안 행사까지 함께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 하지만 역시 남녀 사이에 친구는 없는 걸까? 불꽃이 튄 두 청춘은 낡은 차 뒷좌석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어색한 관계가 된다. 끝내 어색함을 견디지 못한 여자가 LA로 떠나며 두 사람은 오랜 시간 연락이 끊긴다. 세월이 흘러 유명 셰프가 된 사샤가 고향 샌프란시스코에 잠시 머물며 우연히 마커스의 밴드 공연을 보게 된다. 오래전 그날처럼 두 사람 사이에 묘한 텐션이 흐르지만 모든 로맨틱코미디가 그렇듯 타이밍이 계속해서 어긋난다. 새로운 레스토랑을 준비하는 사샤는 다시 뉴욕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두 사람은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우리 사이 어쩌면>은 아시안 문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개성을 드러낸다.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과 인물들이 펼쳐지지만 실제로 동양에 사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전형적인 미국식 플롯에 갖가지 아시안 컬처가 뒤섞이기 때문이다. 앨리 웡과 랜달 박의 과하지 않은 궁합과 망가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키아누 리브스의 카메오 연기가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