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는 보통 30개 내외의 상영관도 잡기가 어렵다.”(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독립영화의 상영관 확보 문제는 상업영화의 스크린 독점 현상이 뚜렷한 한국영화계에서 꾸준히 제기되어온 논제다. 실제로 최근 개봉한 독립영화들의 개봉 첫주 스크린 수를 살펴보면 <벗어날 탈 脫><서바이벌 택틱스> 같은 작은 독립영화들은 15개 아래의 스크린 수를 확보했다. <세기말의 사랑>이 123개, <막걸리가 알려줄거야>가 73개의 상영관을 채우긴 했지만 “어차피 멀티플렉스 상영관을 포함한 숫자이고, 첫주가 지나면 반토막나기 때문에 70~80개란 숫자도 큰 의미는 없다.”(주희 엣나인필름 기획마케팅총괄이사) 업계인들도 “독립·예술영화를 트는 상영관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현저하게 축소”(조계영 필앤플랜 대표)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더하여 안소현 인디스페이스 사무국장은 “5~6개 극장에서만 상영하는 마이너한 독립영화의 상영을 담보”하기 위해 논의되던 “공동체 상영, 커뮤니티 시네마에 대한 정책적 담론과 지원이 사라진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으론 상영관의 절대적인 숫자가 독립영화 부진의 근원적 원인은 아니란 의견도 있다. 기본적으로 독립영화는 제작비 규모나 작품의 성격에 따라 유동적인 개봉 전략을 취해야 한다. “상영관이 많다면 그만큼 배급 비용도 커지는 것”(조계영 대표)이기에 무조건 상영관을 많이 잡는 선택이 능사는 아니란 뜻이다. 주희 엣나인필름 이사 역시 “한국 독립영화가 의미 있게 소비되는 극장은 기본적으로 한정적”이라며 상영관의 개수가 1만 관객을 직접적으로 보장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영화를 보고 싶은 관객은 관이 하나더라도 보러 온다”라는 말이다. 한국 독립영화는 아니지만 최근 엣나인필름이 기획한 스즈키 세이준 기획전에 “한관에 3천명 가까운 관객”(주희 이사)이 든 일을 예시로 들었다. 안소현 사무국장도 “최근 서울독립영화제의 관객수를 보면 독립영화를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관심을 가지려는 관객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것 같진 않다”라며 “상영관의 다양한 형태, 여러 기획”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실제로 “개봉작 상영보다 인디 돌잔치, 인디피크닉 등의 행사에 훨씬 많은 관객이 몰린다”(안소현 사무국장)라는 것이다.
하지만 극장의 다양성을 챙기기엔 현실적이고 구조적인 걸림돌이 많다. 우선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역영화 관련 예산이 사라지면서 “지역에서 독립영화를 보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고 지금 제주도엔 마땅한 독립영화 상영관이 전무한 상황”(주희 이사)이다. 한국영화 스크린쿼터를 독립·예술영화 극장에 적용하는 제도에도 아쉬움이 따른다. “쿼터를 채우기 위해서 어떤 달엔 열몇편 넘게 문의가 들어오다가 그 뒤엔 한달에 2~3편으로 확 줄어드는 현상”(안소현 사무국장)이 생기면서 작은 극장들이 유동적인 상영 전략을 취하기 어렵고 소외되는 작품들이 생긴다는 것이다. 작고 특색 있는 극장을 새롭게 만들어보려 해도 “극장에 적용되는 소방법의 장벽이 너무 커서 골목상권에 작은 상설 극장을 꾸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주희 이사) 상황을 겪기도 한다. 요컨대 독립영화가 겪는 상영관 문제를 해결하려면 각 상영관의 개성과 자유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다양한 제도적 뒷받침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허황한 이야기가 아니다. 독립영화를 살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어쩌면 시선의 작은 변화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