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인도에서는 무서운 영화에 대한 관심이 한창이다. 한국이 <파묘>의 봄을 맞은 사이, 인도 발리우드는 공포영화 한편이 연말연시와 홀리 축제 사이의 비성수기를 채워주었다. 어제이 데븐 주연의 초자연 호러물 <샤이탄>이 호평과 함께 흥행에 성공했고 개봉 보름째 홀리 축제의 탄력을 받아 견고한 박스오피스 입지를 다졌다. 최근 발리우드엔 지역영화 리메이크가 잦다. <샤이탄> 역시 구자라트어 영화 <바쉬>의 힌디어 리메이크작으로, 공포스러운 가족여행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다. 회계사 카비르(어제이 데븐)의 가족은 외딴 지역에 자리한 별장으로 휴가를 떠나고, 길을 가던 중 노상 식당에서 반라즈(R. 마다반)라는 낯선 인물을 만난다. 카비르의 딸 잔비(잔키 보디와라, 원작에도 출연)는 그로부터 라두(전통 과자, 경단, 스위트의 일종)를 받아 먹은 뒤 이상을 느끼는데, 목적지에 도착한 가족 앞에 반라즈가 나타나며 오컬트적인 위협에 처하게 된다.
흔히 기쁜 일이 있으면 미타이(스위트)를 나눠 먹는 게 인도의 풍습이지만 낯선 사람에게 받은 음식에서 불운이 시작되는 것도 인도의 보편적인 여행 괴담 중 하나다. 영화는 현실성 높은 공포심을 바탕으로 악마적 존재를 마주하는 가족의 모습을 그려낸다. 불청객인 악마는 딸을 주술로 조정해 가족을 파괴하려 들고, 아버지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가족’이라는 키워드만 보면 일견 기시감이 느껴진다. 어제이 데븐은 지난 흥행작 <드리샴>에서도 위기에 처한 가족을 지키는 가장으로 분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샤이탄> 또한 가족의 의미가 각별한 인도인의 심리를 공략했다. 다만 <드리샴>이 딸의 곤경으로 가족의 위기가 시작된다면 <샤이탄>의 악마 반라즈는 딸 잔비와 더불어 수많은 젊은 여성들에게(만) 주술을 건다.
<드리샴>에서 말라야람어 영화의 발리우드 리메이크로 재미를 봤듯, 어제이 데븐은 이번에도 개봉된 지역영화의 시간차 리메이크를 선보인다. 언어가 세분화된 인도 영화시장에서 충분히 시도할 만한 전략이다. 흥행을 떠나 인도 극장가에서 공포영화가 주목받는 일은 소중하게 느껴진다. 특유의 정서를 기반한 인도형 공포영화는 색다른 매력이 있다. 극장가의 호평에 비해 주류 상업영화만큼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이 작품을 통해 인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잠재한 공포의 근원을 엿본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