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OBITUARY] 로랑 캉테(Laurent Cantet, 1961~2024) 감독 부고, 사회적 드라마의 강자
2024-05-03
글 : 이지현 (영화평론가)
사진 : 최성열

2024년 4월25일 목요일, 63살의 나이로 로랑 캉테가 세상을 떠났다. 그가 참여하고 있는 VOD서비스 ‘라시네텍’의 공동 위원들은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남겨진 아내와 가족, 동료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인간의 다양성과 약자를 옹호하여 프랑스 현대영화의 중요한 한축을 형성한 사회적 드라마의 강자였던 그의 필모그래피를 되돌아본다.

1961년 4월, 프랑스 되세브르 지역에서 태어난 로랑 캉테는 1984년에 국립영화학교 이덱에 입학하며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이곳에서 그는 평생의 동지가 된 친구들과 만난다. 바로 로뱅 캉피요와 도미니크 몰, 질 마르샹이다. 이들은 모두 로랑 캉테의 데뷔작인 <인력자원부>(1999)에 스태프로 참여해 각각 시나리오작가와 조감독, 편집 역할을 하며 그를 도왔다. 특히 로뱅 캉피요와의 관계는 더욱 돈독했다. 그들은 <시간의 사용>(2001), <남쪽을 향하여>(2005), <클래스>(2008), <워크숍>(2017) 등을 공동 집필하며 꾸준히 협업했다. 최근 로랑 캉테는 <추락의 해부>(2024)의 프로듀서인 마리 앙주 루치아니와 함께 <라프렁티>라고 이름 붙은 미완의 작품을 작업하고 있었는데, 그의 동료들이 이 영화를 완성할지도 모른다.

로랑 캉테의 영화에는 유독 대사가 많다. 실제로 그는 소설 원작의 이야기를 토대로 자유롭게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자신의 작업을 진행했다. 이를테면 두 번째 장편 <시간의 사용>이 그랬고, 대표작 <클래스>도 마찬가지였다. 2017년 <티보 그레구아>와 가진 인터뷰에서 감독은 “책은 나에게 영화가 가질 수 없는 밀도감을 준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리고 각색한 이후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말을 많이 촬영한다”고도 언급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영화는 픽션 원작이라 해도 다큐멘터리적 색채가 강하다. <남쪽을 향하여>와 <폭스파이어>(2012) 등 일부 고전적인 플롯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이 언어적인 소통에 몰두하는 경향을 보인다.

<클래스>는 감독의 이러한 성향을 가장 완성도 있게 드러내는 수작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원작의 작가인 프랑수아 베고도가 직접 맡았는데, 그와 로랑 캉테가 처음 만난 것은 프랑수아즈 돌토 학원의 워크숍 과정에서였다. 워크숍을 강의하던 로랑 캉테가 즉흥극 형식의 교육 드라마의 영화화를 제안했고 프랑수아 베고도가 의견을 받아들임으로써 성사됐다. HD 카메라 3대가 설치된 교실에서 학생 배우들과 교사의 끊임없는 다툼이 촬영됐다. 이 작품의 결말은 매우 인상적이다. 소외된 주인공과 교실에서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다고 말하는 학생이 스크린에 남겨진다. 정확한 것은 거의 없다. ‘아무튼 실패했다’는 사실만이 관객에게 전달되고, 모든 문제는 화면 밖의 상황으로 변한다.

로랑 캉테는 길을 잃은 상황을 되짚는 것을 좋아하는 연출자였다. <폭스파이어>도 그랬고, <이타카로의 귀환>(2014)도 마찬가지였다. 현실과 가장 가까운 위치로 이야기의 상황을 옮겨서, 그는 사회적인 상황에 관해 개인들에게 되묻는 작업을 지속했다. 그 사이에는 어떠한 강요나 명제도 제시되지 않는다. 다만 인간 경험의 깊이와 세상의 미묘한 본질이 제시될 뿐이다. 어쩌면 그 어떤 대사나 상황보다도 성실하고 일관되게 사실을 드러내려고 하는 작가의 노력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웅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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