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서도철의 에너지는 여전하다. 전과 마찬가지로 범죄 소탕에 여념이 없던 서도철은 무탈한 줄만 알았던 가족에게 벌어진 일로 충격을 받는다. 단순히 형사로서의 활약을 조명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가족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서도철이라는 인물을 심도 있게 들여다보”는 것이 <베테랑>과 <베테랑2>의 두드러진 차이점 중 하나다. <베테랑> 시리즈를 이끈 주역으로서 황정민은 작품과 캐릭터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하나의 실로 탁월하게 엮어낸다.
- 전편의 세계관을 이어가며 배우로서 고민한 부분은.
= 내가 <신세계>를 찍고 류승완 감독이 <베를린>을 촬영할 때 인천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때 둘 다 힘들게 작품을 하고 있을 때라 ‘우리가 진짜 좋아하는 거, 신나고 재밌게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 <베테랑>이었다. 워낙 에너지가 좋은 작품이라 처음에는 <베테랑2>에서 왜 그 에너지를 이어가려 하지 않는지 의문이었다. 그런데 창작자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간다. 답습하지 않는다는 게 창작자가 갖고 있는 무기니까. 그래서 류승완 감독이 그렇게 결정했다면, 내가 옆에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고민했다. 1편이 갖고 있는 장점들을 잃지 않으면서 2편에서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게 내게 주어진 의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다. <베테랑> 때 입은 의상을 그대로 입고 나오는 장면도 있다. 서도철이 겨울 외투 안에 입은 조그마한 점퍼가 그것이다. 몸도 전편과 그대로였고 나름대로 준비 아닌 준비를 하면서 현장에 임한 거다. 또 이야기가 깊어지면서 무조건 적을 때려눕히는 것만이 정의는 아니라는 것도 보여준다. 그래서 액션도 서도철 형사의 가격이 관객에게 쾌감을 안기는 식으로 설계되지 않았다.
- 말한대로 <베테랑2>에서의 액션은 단순히 상대를 가격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가장 수행하기 어려웠던 액션을 무엇이었나.
= 옥상 신이다. 1월에 촬영을 했는데 비가 쏟아지는 공간에서 뛰고 싸우려니 정말 힘들었다. 겨울 잠바가 물을 먹으니 엄청 무거워지더라. 또 한기가 계속 올라와서 춥고. 안보현 배우가 정말 고생 많이 했다. 다른 배우들은 본인 신 찍을 때만 들어가면 되는데 안보현 배우는 1대6으로 싸우니까 그 안에 계속 있어야 했거든. 그런데도 힘든 내색을 하나도 안했다. 그래도 류승완 감독이 워낙 액션 연출을 잘 해서 다른 신들은 대체로 편하게 찍었다. <짝패> 때 다 해봐서 그런지 “이건 못해요”, “이건 할 수 있어요”라고 배우의 노동력을 낭비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명확하게 조율해준다.
- <베테랑>과의 연결 지점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서도철의 대사다. 전편에 나오는 대사를 서도철이 다시 활용한다.
= 원래는 대본에 없었다. 그런데 정말 보석 같은 대사이지 않나. 그걸 어떻게 얻었는데! (웃음) 그래서 <베테랑2>에서도 꼭 써야 된다고 의견을 냈다. 그 대사를 들을 때 관객들도 <베테랑>과 <베테랑2> 사이의 세월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순간적으로 당시 <베테랑>을 누구랑 봤으며 무엇을 했나와 같은 개인사들이 다 떠오르게 되니까. 그래서 내겐 그 대사를 다시 하는 게 의미 있었다.
- 서도철은 사건을 해결하며 경찰이자 아빠이자 남편인 자신이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비로소 깨닫는다. 구체적으로 서도철의 어떤 변화가 잘 드러났다고 생각하나.
= <베테랑2>가 부모 자식 간의 관계만을 다룬 작품은 아니지만 직업인이자 가족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서도철이라는 인물을 심도 있게 들여다본다. 실제 황정민도 그렇기 때문에 그런 서도철의 면모가 더 잘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류승완 감독과 대화를 나눴었다. 전편에서는 서도철의 단순무식한 면모가 집중적으로 그려졌다면, 2편에서는 삶을 파고 들어가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게 보인다. 그 과정에서 서도철의 변화도 서서히 드러나게 되는 거다. 서도철이 그렇게 단편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한 명의 복잡한 사람이라는 걸 <베테랑2>가 잘 봉준 것 같다. 그래서 이후의 이야기도 더 잘 해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베테랑2> 첫 시사를 보면서 내가 1편에서의 서도철의 행위나 느낌 같은 걸 일부 그대로 가져온 게 조금 과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시간이 많이 흐른 상황이니 전편과 다르게 접근했어도 됐을 텐데. 그래서 만약 <베테랑3>을 하게 되면 훨씬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하게 시작해 세월의 흐름이 드러나며 점점 깊어지는 이야기를 더 다양하고 풍성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