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인터뷰] 나를 키워낸 원주민-퀴어들에게, <팬시댄스> 에리카 트렘블레이 감독
2024-06-27
글 : 남지우 (객원기자)

‘언니의 실종’으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아메리카 원주민인 에리카 트렘블레이 감독에겐 상상보다는 현실에 가깝다. “소셜미디어에 접속할 때마다 실종된 사람들을 찾는 포스터를 보게 되는” 원주민 여성 실종·살해에 관한 충격적인 현실은 <플라워 킬링 문>으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현대 미국 사회에 만연한 문제를 이야기하고 원주민으로 자라면서 느꼈던 공동체의식과 소속감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는 트렘블레이 감독은 4년 전 릴리 글래드스턴과 함께 만들었던 단편영화 <리틀 치프>(2020)를 장편 프로젝트로 넓게 펼쳐내며 <팬시댄스>를 완성했다. 감독 자신의 혈통인 세네카-카유가족 이야기가 이어지지만 <팬시댄스>에서 특징적으로 여성과 퀴어들에 헌정된다. 극 중 잭스(릴리 글래드스턴)의 섹슈얼리티는 그가 스트립 클럽에서 다른 여성의 성을 구매하는 장면으로 추론된다. 여성·퀴어 영화에서조차 흔치 않은 여성간 성매매 장면은 “어떻게 하면 잭스의 퀴어성을 생동감 있게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감독과 배우가 많은 토론을 한 결과다. “우리는 모범적인 소수민족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잭스에게 결점이 있기를 바랐고 그녀의 행동이 사회의 억압적인 힘에 대한 반작용이 되기를 바랐다. 다차원적이고 인간다운 원주민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내가 속한 원주민-퀴어 커뮤니티와의 약속이기도 했다.”

영화사에서 여성 로드무비 장르는 “길을 떠나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무망한 여성 캐릭터들로부터 시작됐다. 아녜스 바르다의 <방랑자>, 켈리 라이카트의 <웬디와 루시>, 그리고 클로이 자오의 <노매드랜드> 속 여성들이 떠나게 되는 주된 동력은 빈곤이었다. 원주민 여성 잭스가 음주와 마약 문제를 겪으며 가난하게 살아가는 배경엔 소수자를 향한 “체계적인 인종차별, 가부장제, 글로벌 및 식민지화”가 있다고 분석한 트렘블레이 감독은 “가난이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도구를 찾지 못한” 인물들에게 보다 급진적인 무기를 건네기로 한다. 가족의 실종 사건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그리고 조카의 양육권을 지키기 위해 규칙을 어기고 총을 드는 잭스가 난폭한 부적응자 혹은 성난 족속으로 호명될지언정 그는 “자신만의 도덕적 나침반이 있고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아동보호에 관한 복지국의 기준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욱 가혹하게 적용되지만 “로키가 커뮤니티와 함께하고 이모와 함께 있는 것이 자신이 있어야 할 장소라는 것을 마음으로 알고 있기에” 두 여자는 시스템을 부수고 일탈하기를 선택한다. “대본을 쓸 때 이 이야기의 핵심은 두 원주민 여성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 영화가 사랑 이야기로 느껴지길 바랐다. 서로의 존재에 대한 축복과 기쁨을 느끼는 관계가 어떻게 그들을 부양하고 그들을 억압하는 시스템에서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는지 설득하고 싶었다.”

사진제공 Apple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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