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전원생활을 꿈꾸는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는 자칭 터프가이와 섹시가이다. 하지만 두 남자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험상궂은 얼굴과 우락부락한 표정에 동네 경찰은 자연스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물에 빠진 미나(공승연)를 구해주고도 납치범이라는 오해를 받는다. 캐나다 호러 코미디 <터커 & 데일 Vs 이블>을 한국 정서에 맞게 리메이크한 <핸섬가이즈>는 편견과 오해를 발판 삼아 이야기를 전개한다. 재필과 상구는 새로 이사 온 숲속 오두막집에서의 행복한 나날을 기대하지만 자신을 흉악범이라 오해한 이들이 하나둘 찾아오고 우연의 우연을 거듭하여 어이없는 죽음을 맞닥뜨린다. 빠르게 이어지는 대사 호흡, 실소를 터뜨리게 하는 황당무계한 상황들, 악령과 저주를 기반한 오컬트까지 영화는 스스로 한계 짓지 않는 끝을 향해 무한대로 질주한다. <핸섬가이즈>로 설레는 장편 데뷔를 마친 남동협 감독을 만나 영화가 지나온 발자취를 함께 돌아봤다.
- 영화 <터커 & 데일 Vs 이블>을 리메이크했다. 시나리오 각색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쓴 점은 무엇인가.
=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스토리 컨셉이나 캐릭터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한국 정서에 안 맞는 장면들이 더러 있었다. 그래서 국내에 맞게 수위를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한 미션이었다. 오두막집은 미국 호러영화의 정수 같은 공간이기 때문에 이곳에 악령이 잠들어 있으면 어떨까 싶었다. 두 주인공이 범죄자로 오해받는 사이 악령의 봉인이 풀리면서 대환장 파티가 벌어진다. 기존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장면일 거라 생각했다. 이때 원작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이어서 그보다 밝은 톤으로 끌어올리고자 했다.
- <핸섬가이즈>는 재필과 상구의 강렬한 캐릭터성이 눈에 띈다. 각각 이성민 배우와 이희준 배우를 떠올린 배경은.
= 호러 코미디는 자칫하면 마이너한 장르처럼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스토리가 코미디 중심이더라도 이것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고차원으로 보여줘야 한다. 이를테면 미술, 촬영 그리고 배우까지. 코미디는 관객에게 가볍게 전달되지만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연기는 기본이 탄탄하지 않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난이도가 무척 높은 영역이다. 그래서 극단에서 오랫동안 연기를 다져온 이성민 배우와 이희준 배우를 떠올렸다. 두 배우의 반응도 좋았다. 오해가 겹겹이 쌓이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구성에 몇몇 연극 작품이 떠오른다고 하더라. 이들이 그동안 이런 분위기의 작품을 많이 해오진 않았지만 연기 스펙트럼이 워낙 넓은 만큼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거라 확신했다. 그리고 촬영하면서 내가 옳았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과장된 표정으로 코미디에 승부하지 않고 탄탄한 연기력으로 관객에게 웃음의 개연성을 전해줄 거라 믿었다. 다시 생각해도 좋은 선택이었다.
- 코미디는 나에겐 웃겨도 누군가에겐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어떤 점을 가장 유의했나.
= 수위 조절에 가장 공들였다. 코미디를 표현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처럼 무표정으로 웃음을 줄 수 있고 오맹달 배우처럼 몸을 잘 쓸 수도, 짐 캐리처럼 극한의 표정까지 보여줄 수도 있다. 우리가 어느 정도의 수위를 추구할 것인가, 여기서부터 나만의 정의를 내리고 시작해야 했다. 그래서 배우들과 오래 상의했다. 이제 와 돌이켜보면 초반 촬영 5회차 정도까지는 그런 지점을 깊이 고민하지 못했던 것 같다. 다양한 버전으로 테이크도 여러 번 찍었다. 점점 시간이 지나 <핸섬가이즈>에 적합한 톤을 파악하면서 그 수위를 조절했다. 무엇보다 과장하는 것을 지양했다. 영화에서 이어지는 상황 자체가 특이하기 때문에 그것만으로 강렬해서 연기는 최대한 현실적이고 진중하게 그려내고자 했다. 밝고 순수한 재필과 상구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두 남자에게 진지하다. 범죄자라는 오해가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재필과 상구의 행동에 과잉돼 놀라기보다는 각 인물의 입장을 반영하여 붕 뜨지 않고 진짜같이 그려내려 했다.
- 영화의 주요 무대인 오두막집은 아기자기한 분위기와 악령의 으스스한 느낌이 동시에 난다. 모든 사건이 밀집된 이 공간을 어떤 식으로 조명하려 했나.
= 부산 기장에 위치한 아홉산숲에 세트를 지었다. 첫인상은 테마파크에 있는 귀신의 집처럼 보이길 바랐다. 과거에 악령이 출몰해 폐가가 되어버린 서양식 집으로. 그런데 한국에 그런 집이 존재하는 게 어렵지 않나. 공부를 해보니 1950년대에 선교활동을 하던 신부님들의 사택이 있었다더라. 그렇게 조사 내용을 십분 반영했다. 처음엔 세트장의 내외부를 따로 지을지 고민했다. 외부 촬영은 아홉산숲 세트에서 하고 내부 촬영은 실내 세트장에서 촬영하는 식으로. 한곳에서 몰아 촬영하면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 안팎을 드나드는 장면이 많기 때문에 그렇게 진행하면 배우들의 몰입이 쉽게 흐트러질 것 같았다. 그래서 날씨는 하늘에 맡기고 오픈세트로 진행했다. 그만큼 감정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 같아 만족스럽다.
- <핸섬가이즈>의 황당한 죽음들은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형식으로 펼쳐진다. 잔인한 장면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은유적으로 보여주길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정제하고 순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초고는 지금보다 훨씬 직접적이었다. 어쨌든 이 영화는 모두가 유쾌하고 재미있게 감상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누구도 불쾌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그 지점을 가장 경계했다. 그래서 부상을 입거나 사고를 당하는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기보다 결과를 충분히 상상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장르적 특성을 살려야 했기 때문에 잔인한 장면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었다. 사실 용준(빈찬욱)이 화단에 떨어져 바로 눈앞에 못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원래는 못이 안경을 뚫고 들어가 눈동자 바로 앞에 있는 장면을 만들려 했다. 그런데 꼭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충분히 강렬하다고 판단해서 수위를 조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