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 미 투 더 문>의 감독 그레그 벌랜티는 2018년 <러브, 사이먼> 이후 오랜만에 연출을 맡았다. 첫 연출작 <실연자 클럽>(2000)부터 팬이었던 필자가, 다음 연출작까지 “왜 그리 오래 걸렸냐”고 물었다. 벌랜티 감독은 “본래 연출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자신이 꼭 해야겠다 생각하는 작품은 연출한다며, 여러 가지 감성을 느끼게 해주는 이번 영화가 바로 그 경우라고 밝혔다. 그는 “시나리오도 마음에 들었는데, 스칼릿 조핸슨이 오리지널 작품에 자신의 힘을 실어준다니 기뻤다”고 했다.
<플라이 미 투 더 문>은 유명 프랜차이즈 영화도 아니고, 슈퍼히어로영화도 아니다. 오리지널 스토리다. 거기에 케리 그랜트와 도리스 데이를 연상시키는 1950, 60년대 유행했던 고전적인 로맨틱코미디로, 오랫동안 지속돼온 ‘가짜 달 착륙’이라는 음모설을 풍자에 가깝게 다룬다. 벌랜티 감독은 프로듀서 스칼릿 조핸슨에 대해 “스칼릿은 관객을 믿고 존중한다”라며 “힘들게 번 돈으로 영화를 보러 오는 건데 좋은 작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더라”고 말했다. 올곧은 이유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라 인상 깊었다고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본래 1960년대 아트 히스토리와 우주탐사에 관심이 많았다고. 이미 아폴로 미션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던 벌랜티 감독은 “미 국가 등록부에서 일반에게는 거의 공개하지 않은 1만여 시간의 60mm 자료 화면을 리서치하면서 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비주얼적인 고증을 했다. “일종의 타임캡슐 같은 자료들 덕에 많은 것을 재현할 수 있었다”는 그는 “나사에서 실제로 어떤 업적을 이뤄냈는지 공부하면서, 모두가 한마음이 됐던 것 같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노력했던 분들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작품에 임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생겼다”고. 또 벌랜티 감독은 “나사와 아폴로 미션 자체는 인류 역사상 큰 획을 그은 업적”이라며, “미션에 참여한 이들은 슈퍼히어로는 아니지만 현존하는 인류에게 고대 신화적 같은 느낌을 줬고, 그런 테마로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고 덧붙였다.
“스칼릿이 중심을 잡아줘서 다른 배우들이 이 작품에 더 매력을 느꼈다”고 말한 벌랜티 감독은 채닝 테이텀에 대해선 “드라마나 코미디 등 여러 장르를 자유자재로 연기할 수 있고, 연기에서 그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그가 “전설”이라고 표현한 우디 해럴슨은 미스터리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연기하기에 가장 적합한 배우라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나사 연구원으로 출연한 레이 로마노에겐 직접 팬레터를 써서 보냈다고. 비중이 작은 역할이라 느낄 수 있겠지만 자신과 만나줄 수 없겠냐고 했다고. “나사 프로그램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왔던 사람들을 대표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짐 래시와 애나 가르시아는 오디션을 본 수백명 중 가장 빛나는 배우들이었다고 한다. 코미디와 드라마로 다진 연기 내공이 큰 몫을 한 것 같다고. “매일 일하러 가면서 또 다른 하루를 기대한다는 게 정말 좋았다. 그런 자세로 작품에 임하면 촬영 끝에는 아름다운 진주알들을 꿰어 멋진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