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특색을 극대화하는 게 굿즈 마케팅의 주요 공략점이라면 장르적으로 애니메이션이 그 대상이 되기 쉽다. 특수한 세계관이나 명확한 캐릭터를 MD 상품화하기 적합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증정 MD의 궁극적 목표인 모객을 이끌어내는 데에도 수집 욕구가 높은 애니메이션 팬덤의 성향과 잘 맞아떨어진다. 실제로 지난해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개봉 이후 매주 N주차 특전을 제공한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극장 3사에서는 해당 내용을 공지할 때마다 1~2회차 상영이 순식간에 매진됐다.
특전 증정 회차가 늘어나는 만큼 굿즈의 형태도 다양해졌다. 포스터와 엽서를 나눠주던 기존 방식과 달리 PET 스탠드, PET 포스터, L홀더, 필름마크 등 다양한 형태의 굿즈가 제공됐고, 이로써 상영이 끝난 뒤 증정 MD를 수령하기 위해 긴 줄이 형성되는 건 극장의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올해 5월에 개봉한 <극장판 하이큐!! 쓰레기장의 결전> 또한 증정 MD를 통해 팬덤의 높은 관심을 이끌었다. 카라스노 고교와 네코마 고교 배구부의 프로필, 일상 일러스트, 원작자 일문일답 등이 담긴 <하이큐!!> 33.5권의 정식 한국어판을 2주차 특전으로 증정하면서 완결작의 새로운 이야기를 기다려온 많은 팬의 소장 욕구를 자극했다. 희소성이 높은 굿즈를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운 결과 <극장판 하이큐!! 쓰레기장의 결전>은 2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개봉 신작이 아닌 경우에도 굿즈 마케팅은 유효하다. CGV가 제작한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어른 제국의 역습>에서 신형식의 일대기를 표현한 피규어가 품절 대란을 일으킨 경우는 작품 세계관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은 관객의 성향에 명중한 선례로 확인된다.
이번 <인사이드 아웃2>의 굿즈 마케팅도 톡톡히 성과를 거두는 중이다. CGV 홍보팀은 “굿즈 판매 홍보가 시작되고 SNS 채널 및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식이 알려지면 해당 작품에 대한 관심도가 훨씬 커진다”고 설명했다. 실제 관객 유입에도 유의미한 효과를 보인다. 안정적인 흥행을 위해 개봉 초반의 관객 선점이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인사이드 아웃2> 증정 MD 대부분이 개봉 첫주 주말에 빠른 속도로 소진됐고 그에 대한 온라인 반응도 적극적으로 확산됐다.
<인사이드 아웃2> 매점 MD를 기획한 롯데시네마는 개봉 전후 7일간을 비교했을 때 F&B 상품 매출이 약 150% 신장했다. 무엇보다 온 가족이 함께 극장을 찾는 장르의 특성은 그룹 단위의 소비로 이어져 주말 평균 매점 이용률까지 소폭 상승시켰다. 이러한 추세는 애니메이션을 수집하는 경험에 익숙한 3040세대의 소비 주체로서의 부상과 좋아하는 것이라면 지갑 열기를 망설이지 않는 1020세대의 문화적 경향이 만나 관대한 소비 패턴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롯데시네마의 한 관계자는 “영화가 좋아서 굿즈를 소비하던 예전 분위기와 달리 ‘굿즈가 귀여워서’, ‘갖고 싶어서’, ‘모으고 싶어서’ 등 명확한 목적을 가진 채 영화 관람 여부와 상관없이 굿즈만 구매하는 관객 성향도 보인다. 구매 결정 단계가 이전보다 짧아진 변화를 체감한다”며 극장 내 새로운 마케팅 추이를 분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