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컨대 <이어지는 땅>과 <벗어날 탈 脫>과 <서바이벌 택틱스>는 몸이 없는 영화다. (중략) 질문에 대한 대답은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할 테지만, 이미 기록된 영화의 증상을 목격했다면 우리는 거기에 응답해야만 한다.”(김병규, <씨네21> 1452호) 동시대에 개봉한 일련의 영화가 공통의 무언가를 드러내고 있다면 그것에 응답하는 일은 영화 전문 주간지의 숙명이다. 영화를 글로 풀어 기록하는 매체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하지만 고백건대 <씨네21>은 종종 이 응답에 실패하곤 한다. 한정된 지면과 인력 등 주간지 일정의 여러 현실적 어려움은 목 끝까지 차올랐던 응답을 속으로 삭이게 할 때가 잦다.
그렇기에 <씨네21>은 우리를 찾았던 독립영화의 경향을 최소한 분기마다 정리하려 한다. 독립영화는 투자·제작부터 상영까지 수년이 소요되는 상업영화에 비해 시대의 요구와 흐름에 재빠르게 반응하거나 녹아들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창작자의 주제·형식적 고민을 아주 맑게 드러낼 수 있는 매체다. 그러므로 지난 1분기에 <벗어날 탈 脫>을 비롯한 3편의 영화에선 “한국영화의 파열적 증상 혹은 불가피하고 간절한 하나의 생존 전략(Survival tactics)”(김병규)을 포착할 수 있었다. 이어서 2분기엔 <늦더위>를 비롯한 3편의 영화를 통해 작금의 독립영화가 관계 맺기에 대한 한국 사회의 고심을 어떻게 담아냈는지 살피려 한다. 여기에 김병규 평론가가 애정을 담아 보내온 <우리와 상관없이>의 비평을 덧붙인다. 영화와 글의 끝없는 발신과 수신에서 “지금 뭔가 일어났어”(<드라이브 마이 카>)라는 번뜩임이 촉발되길 바란다.
* 이어지는 기사에서 독립영화 기획이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