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상반기를 돌이켜보면 극장에서의 작품별 격차는 전보다 훨씬 심화되는 추세다. 장르적 색채를 강조하고 프랜차이즈 영화로서의 안정성을 강화한 영화의 흥행이 두드러지는 한편, 준수한 작품성을 지녔음에도 선택받지 못한 채 아쉽게 극장에서 내린 영화들도 존재했다. 극장가에서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건 무용한 일임이 확실시된 상태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영화가 신중해진 관객의 발길을 돌릴 수 있을까. 홍보·마케팅 파트의 관객 접근이 세분화되어가는 것처럼 작품의 소재, 타기팅 측면도 마찬가지다. 규모가 크지 않을지라도 팬덤이 명확하게 존재하는 소재, 혹은 분야를 점유한 영화가 각광받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개봉 전후 입소문이 중요한 최근 극장가 상황에서 유리한 입장에 놓인다.
<수카바티: 극락축구단>(이하 <수카바티>), <극장총집편 봇치 더 록! 전편>(이하 <봇치 더 록! 전편>), <하이퍼포커스>는 다큐멘터리, 극장판 애니메이션, VR 콘서트 영화라는 점에선 교집합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프로축구팀 서포터스의 여정을 좇고 애니메이션 속 밴드 멤버들의 결속 과정에 집중하며, K팝 아이돌의 콘서트를 가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시 말해 이들에겐 특정 팬덤에 소구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좋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일정 수준 이상을 모객한 뒤에는 불특정 다수의 관객을 끌어들일 가능성 또한 긍정적으로 점쳐볼 수 있다.
올여름 극장가에 나란히 걸릴 세편의 영화를 함께 살펴보았다. 먼저 <수카바티>는 4년여간 FC안양과 서포터스 RED의 여정을 기록해온 선호빈, 나바루 감독과 오랜 기간 RED의 주축이 되어온 서포터 최지은씨, 최캔디씨와 나눈 대화를 옮겼다. <봇치 더 록! 전편>에서는 다른 음악 애니메이션과의 비교를 통해 인기 비결을 분석하고 목소리 출연한 일본 성우 4인과의 인터뷰를 담았다. VR 콘서트를 제작하고 유통하는 플랫폼 기업 어메이즈VR의 이승준 대표와 김홍천 VFX 슈퍼바이저에게는 아이돌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5cm 간격의 가까운 거리를 경험할 수 있는 <하이퍼포커스> 제작 과정을 들었다. 이 세 영화는 각 팬덤의 성격과 서사에 집중하고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팬덤과 호흡하는 공통점을 지닌다. 극장 안팎에 새로운 활로를 모색한 <수카바티> <봇치 더 록! 전편> <하이퍼포커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볼 차례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팬덤영화 특집이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