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아주 붉은 것은 이미 보라색이다, <수카바티: 극락축구단> 감독과 서포터즈 인터뷰
2024-07-30
글 : 조현나

90분, 찰나의 집중력으로 승패의 주인공이 결정되는 시간이다. 쉴 새 없이 질주하는 축구선수의 몸놀림을 쫓기 바쁜 카메라가 이번엔 골대 뒤편으로 향했다. K리그2 프로축구단 FC안양의 서포터스, ‘레드’(RED)에게로 말이다. RED는 FC서울의 전신인 ‘안양 LG 치타스’가 안양에 적을 두고 활동할 당시 창단됐다. 화약포가 만들어낸 홍염으로 경기장을 붉게 물들이는 것이 이들 응원의 시그니처와 다름없었다. RED가 위기를 맞이한 건 2004년, 안양 LG 치타스가 돌연 서울로 연고지를 이전하면서다. 갑작스레 팀을 잃었음에도 RED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들의 축구팀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9년의 사투 끝에 FC안양이 이들 품에 자리 잡았다.

<수카바티: 극락축구단>(이하 <수카바티>)은 고향 안양을 둘러보던 나바루 감독이 RED의 존재를 포착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는 선호빈 감독과 함께 근 5년간 이들의 여정을 기록했다. <수카바티>의 저변엔 RED와 서포터 개인의 삶 외에 한국 축구 서포터스의 역사, 서포터스 문화가 발전해온 배경까지 전부 포용하겠다는 야심이 자리한다. 자칫 산만해질 수 있는 구성임에도 연계성을 고려해 정보를 적절히 배치하고 RED를 창단한 서포터, 언론사 기자, 교수 등의 증언이 영화 속 기록에 힘을 싣도록 했다. “아주 붉은 것은 이미 보라색”이라는 <수카바티>의 소개 문구엔 이미 RED의 역사와 FC안양을 향한 서포터스의 무한한 애정이 압축돼 있다. 누군가에겐 공놀이에 불과한 축구가 이들에겐 삶의 중요한 축이 된 지 오래다. 선수들과 공명하는 포효, 아쉬운 성적에도 절대 야유를 보내지 않는 서포터스의 태도에선 언어화하기 힘든 뭉클함이 느껴진다. 반드시 스포츠가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열렬히 사랑해본 적이 있는 이들이라면, RED의 애정에 깊게 공감할 것이다. 스포츠의 매력은 예측 불가능성에서 기인한다. 어제의 경기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팬들은 또다시 오늘의 경기를, 내일 쓰일 역전 드라마를 기대한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과 사력을 다해 응원하는 서포터스, 이들에게 카메라를 비추는 영화. 그렇게 사랑의 역사가 계속된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를 순회한 <수카바티>가 극장 관객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개봉을 앞두고 <수카바티>를 공동 연출한 선호빈, 나바루 감독과 RED를 이끌어온 서포터스 최지은씨, 최캔디씨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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