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 열린 대만영화주간 중 관객들의 관심은 단연 7월13일 토요일에 쏠렸다. 제59회 대만금마장영화제에서 2관왕을 차지한 <가가>와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역작 <밀레니엄 맘보>의 4K 리마스터링이 한국에서 최초 공개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대만영화주간 행사 중 가장 많은 관람객이 방문했던 7월13일의 이모저모를 담았다. 이날 모든 상영과 행사는 CGV홍대에서 이루어졌다.
상영작만큼 대만영화주간을 찾은 관객들을 들썩이게 한 건 영화관 로비에 마련된 행운의 뽑기판이다. 1등 상품인 <밀레니엄 맘보> 티셔츠, 배지 세트는 누구에게 돌아갔을까. 상품 중 하나였던 <씨네21> 1459호는 지금 대만의 청춘을 상징하는 얼굴인 <청춘 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의 허광한 배우가 장식했다.
<가가>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에 나선 천제야오 감독은 대만영화와 한국영화의 차이를 묻는 관객의 질문에 다음과 같은 통찰을 내놓았다. “대만영화계는 한국만큼 영화 제작비 조달이 쉽지도 않고 체계적으로 산업화되어 있지도 않다. 더군다나 내가 만드는 소수 토착민의 이야기는 대만영화 중에서도 비주류에 속한다. 하지만 주류에 속하지 못한 영화일지라도 한편으로 끝나면 안되지 않나. 대만영화의 가장 큰 장점인 ‘이야기의 다양성’이 존재하려면 서너편의 후속작을 꾸준히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예매 오픈 직후 매진을 기록한 <밀레니엄 맘보> 4K 상영 후 작품의 프로덕션 디자인을 담당한 황원잉 감독의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이날 모더레이터로는 <남매의 여름밤>을 연출한 윤단비 감독이 함께했다. 상영관을 끝까지 지킨 관객들과 두 감독이 함께 기념사진을 남겼다.
대만영화주간 내내 상영된 영화는 짧게는 2년 전, 길게는 20년 전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관객들 역시 오래전 만들어진 영화지만 변치 않는 열정으로 작품을 만들 당시의 기억을 공유한 두 감독에게 뜨겁게 화답했다. <밀레니엄 맘보> 포스터에 황원잉 감독의 사인을 받은 관객과 <가가> 포스터에 천제야오 감독의 사인을 받은 관객. 사인 후 인증숏도 빼놓을 수 없다.
대만영화주간 전 회차 관람자가 있다?대만영화주간의 모든 상영 회차에 함께한 관객이 있다. <백차와 우롱차> <어느 날, 나이테가 생겼다> 등의 단편을 연출한 이민화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이민화 감독과 <씨네21>이 나눈 짧은 대화를 전한다.
- 평소 대만영화에 관심이 있었나.=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허우샤오시엔의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자꾸 잠들더라. 영화를 끝까지 보기 위해 친구들을 모았다. 대만 뉴웨이브 영화를 하나씩 탐독하며 자연스럽게 대만 역사까지 공부하게 되었고, 대만에 대한 관심은 곧 내 주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허우샤오시엔 감독과 나이가 비슷한 내 아버지의 인생까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요즘은 아버지의 인생을 탐구 중이다.
- 가장 재밌게 본 상영작은 무엇인가.
= 황원잉 감독의 <내 곁에 있어줘>.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 <씨네21> 독자들에게 추천하고픈 대만영화가 있다면.
= 허우샤오시엔의 <동동의 여름방학>. 누구라도 보고 나면 혼란스럽고 평화로웠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에드워드 양의 <타이페이 스토리>에선 1985년의 청년 허우샤오시엔의 모습과 아름다운 타이베이의 모습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