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미스테리 극장> <다큐멘터리 이야기 속으로> 등 브라운관의 호러 장르를 톡톡히 책임졌던 예능프로그램들이 있다. 숫자 444에 얽힌 기묘한 사연부터(유독 숫자 4를 많이 다뤘다) 귀신, 무속신앙 등 공포심을 자극하는 이야기까지 일종의 공포드라마가 매주 연출됐다. 예능도 다르지 않다. 방송국은 여름철마다 무서운 이야기를 다루는 납량특집 토크쇼를 꾸렸고 <슈퍼선데이-서세원의 공포체험 돌아보지마> 등 폐가, 흉가를 배경으로 한 깜짝 쇼도 준비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교양·예능 프로그램에서 호러 소재를 다루는 경우는 잦아들었고, <그것이 알고 싶다> <궁금한 이야기 Y> 등 취재·탐사 프로그램 속 실제적인 범죄만이 공포를 탐닉하고 싶은 욕망을 채워줄 뿐이다. 방송가에 나타난 변화는 보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맞닥뜨렸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1조 ‘방송은 미신 또는 비과학적 생활태도를 조장하여서는 아니되며 사주, 점술, 관상, 수상 등을 다룰 때에는 이것이 인생을 예측하는 보편적인 방법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는 조항에 정면으로 충돌하기 시작했고, 마니아층 소비가 높은 장르적 특성상 광고 수익을 결정하는 시청률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그렇기 때문에 MBC <심야괴담회>의 등장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추억의 환향이자 복귀다. 다만 이전과 다른 설정을 가미했다. 공포 예능이 거쳐온 어려움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먼저 여러 사연이 굵직한 진행 없이 순차적으로 보여지던 이전 호러 예능과 달리 <심야괴담회>는 사회자와 게스트가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는다. <썰전> <수요미식회> 등 하나의 주제를 두고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던 프로그램들처럼 출연진은 괴담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나눈다. 사연, 사건의 쟁점을 이야기하는 것은 물론 공포의 근원을 되짚기도 한다. 이야기할수록 무서워지는 수학여행 때의 경험 같기도, 공포물을 분해하는 비평모임 같기도 하다. 예능과 교양 사이의 중점을 균형 있게 살핀 결과다. 특히 시즌1에서는 소설가와 과학자를 겸임한 곽재식 작가,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이 자리해 과학적인 관점, 역사적인 관점을 새롭게 제안하기도 했다. 자극적인 미신과 비과학적 이야기에 시청자가 휩쓸릴지 모른다는 방송심의 규정을 보완한 것이다. 이러한 대중적 호응은 프로그램 컨셉에 맞게 늦은 밤 편성되었음에도 시즌4까지 무탈하게 순항하고 있다는 데서 확인할 수 있다. 공중파에서 다루기 어려운 한계는 OTT 예능에서 한계를 십분 보완하여 관심을 이끈다. 티빙 <샤먼: 귀신전>은 영적인 현상으로부터 고통받는 실제 사례자와 무속인을 좇아 무속신앙과 이상 현상에 대한 현실적인 취재를 담는다. 사연과 재구성을 바탕한다는 점에서 <심야괴담회>와 비슷해 보이지만 무속인을 신빙성 있는 취재원으로 인식하고 직업적 관점과 의견을 도출한다는 점에서 보다 전문적이다. 물론 두 프로그램 모두 호러물로서 몰입감을 높이기 위한 극적 과장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2024년 버전으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이들은 무맥락 속에 다짜고짜 공포감을 들이밀기보다 신빙성 있고 심증과 물증이 공존하는 이야기를 최소한의 거름망으로 걸러낸다. 과잉 자극에 휩쓸리기보다 이해하는 공포, 전문가의 눈으로 입증된 공포. 현재 호러가 정착한 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