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지금 미국 대선을 이해하기 좋은 영화 4선
2024-09-20
글 : 정재현

<컨텐더>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비백인 부통령이자 여성 부통령이다. 해리스가 부통령으로 선출되기 20년 전, 여성 부통령의 인준을 위한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의 들끓는 청문회 과정을 그린 정치 스릴러 <컨텐더>가 개봉했다. 영화 속 백악관은 부통령의 유고로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상원의원 레인 핸슨(조앤 앨런)을 공석에 임명한다. 남성우월주의자인 공화당 하원의원 셸던 러니언(게리 올드먼)은 레인을 두고 “임신하면 직무 대행은 누가 하냐” 등의 성차별 공격을 일삼고 확증 없는 섹스 스캔들을 퍼뜨린다. 황색언론마저 이 청문회에 편승해 선정적 뉴스를 연일 보도하지만 레인은 강건한 신념을 내세우며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다. “부통령에게 중요한 것은 사생활이 아닌 능력이다”라는 소신을 내세우는 조앤 앨런의 카리스마가 돋보인다.

<스윙 보트>

미국 대선은 경합주(특정 정당이 압도적인 지지세를 보이지 않는 주)간 싸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총득표수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앞섰음에도 경합주의 선거인단 확보에 실패해 트럼프에게 패배했던 사실을 떠올리면 쉽다. 그래서 올해 미국 대선 또한 7개 경합주(노스캐롤라이나, 네바다, 미시간, 애리조나, 위스콘신, 조지아, 펜실베이니아)의 표심을 어떤 후보가 사로잡느냐가 중요하다. <스윙 보트>는 패배주의에 사로잡힌 경합주의 유권자 버드(케빈 코스트너)의 이야기다. 선거 시스템의 착오로 버드의 1표가 당락을 결정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민주당 후보와 공화당 후보는 버드 한명을 위한 선거 캠페인을 벌인다. 피트 부티지지 등 다수의 민주당 정치인을 지지해온 케빈 코스트너가 대선을 앞둔 2008년 국민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제작, 주연한 영화다.

<게임 체인지>

카멀라 해리스 이전에도 미국 부통령에 도전한 두명의 여성 후보가 있었다. 1984년 월터 먼데일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러닝메이트였던 제럴딘 페라로, 2008년 존 매케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러닝메이트였던 세라 페일린이 그들이다. 이중 세라 페일린은 매케인과 버락 오바마가 대결을 펼친 대선 내내 구설에 오르며 화젯거리를 몰고 다녔다. <게임 체인지>는 존 매케인(에드 해리스)이 정계 무명인 세라 페일린(줄리앤 무어)을 어떻게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고, 이 결정 이후 세라 페일린을 포함한 공화당이 어떤 위기를 마주했는지를 그린 <HBO>의 TV영화다. 기본적으로 풍자성이 강한 작품이지만, 세라 페일린이 알래스카 주지사 시절 달성한 공적도 그리는 등 소재로 삼은 인물의 공과 모두를 공들여 묘사해 보다 입체적인 작품을 만들려는 제작진의 필치가 인상적이다.

<힐빌리의 노래>

도널드 트럼프는 이번 대선의 부통령 후보로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J. D. 밴스를 지명했다. 2020년부터 트럼프의 총아로 활약해온 J. D. 밴스는 2016년 자서전 <힐빌리의 노래>를 통해 명성을 얻었다. 불우한 청소년기와 이라크전 파병, 예일대 로스쿨 졸업과 벤처캐피털 투자자로 자수성가하기까지. <힐빌리의 노래>는 보수 성향을 보이는 저소득 백인 계층의 민심이 어떻게 2016년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이끌어냈는지를 입증하는 자료로 다수 인용되며 관심을 받았다. 이를 영화화한 론 하워드는 로스쿨 학생인 J. D. 밴스(게이브리얼 배소)가 겪는 힘겨운 현재와 그가 회상하는 고립된 청소년기에 중점을 둔다. 원작의 정치적 맥락을 다수 탈각한 할리우드식의 무난한 드라마지만 밴스의 엄격한 보호자인 할머니 마모를 연기한 글렌 클로스, 약물중독자 친모로 분한 에이미 애덤스의 열연이 단점을 상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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