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크랭크인한 영화 <해안선>은 감독 스스로도 말했듯이 스타배우와 인디영화 감독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만남으로 화제를 낳고 있는 작품이다.
장동건은 적은 개런티와 해병훈련에 대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전부터 좋아했던 감독이라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며 감독에 대한 믿음을 표시했다.
매니지먼트사의 한 관계자는 "장동건이 해병대 머리 모양을 한 것으로도 10억원은 손해"라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김기덕 감독도 해병대 훈련을 지켜보면서 모범적으로 훈련을 끝마친 장동건에 대해 흐뭇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솔직히 장동건이라는 배우에 대한 느낌은 다소 추상적이었는데, 3일간의 훈련과정을 지켜보면서 참 좋은 배우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매니저나 감독의 눈도 쳐다보지 않더군요"
해병대 출신의 김기덕 감독은 간첩 잡는 해병의 독기 어린 눈빛을 배우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3일간 해병대 훈련을 받게 했다.
체력이 달려도 "악으로" 버텼다는 장동건에게 이번 경험은 생애 처음하는 군생활이다. 고등학교때부터 생긴 결막에 물이 차는 증상으로 군입대 면제판정을 받았다. 군대를 가기 싫어서 가지 않은 것은 절대 아니라는 장동건은 대부분 군생활 경험이 있는 다른 배우들에게 뒤쳐지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했다고 한다.
자신이 맡은 강상병이라는 인물에 대해 장동건은 "자학적일 만큼 훈련을 열심히 하고 간첩잡기를 열망하는 인물"로 "의욕이 앞서서 사고를 치고 심경에 변화가 있어서 변해가는 캐릭터"라고 설명한다.
해병대의 경험이 영화에 반영됐느냐는 질문에 김기덕 감독은 "해병대 뿐 아니라 실제로 군대마다 한두명씩 있는 캐릭터"라며 "민간인 사살이나 간첩 잡아서 휴가 나오는 등의 얘기는 흔히 있는 얘기"라고 대답한다.
김기덕 감독은 배우들에게 시나리오의 해석과 연기에 자율성을 주는 편이다. 그만큼 좋은 연기에 대한 배우들의 부담은 클 수 밖에 없다.
"시나리오가 내 영화의 50%를 차지한다면 나머지는 배우가 시나리오를 보고 채운다고 할 수 있죠. 배우들이 이미 나머지 50%를 준비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능력이 있는 배우들이라 믿습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는 늘 특징적인 배경이 등장한다. 데뷔작 <악어>에서의도시의 강변과 물속, <섬>의 낙시터, <수취인 불명>의 버려진 버스, <나쁜 남자>의 창녀의 방, <파란 대문>에서의 여관등이 배경이면서 지배적인 이미지로 등장한다.
이번 영화에는 장소헌팅에만 3개월이 걸렸다. 섬을 제외한 전 해안이 대간첩지대인 관계로 세트를 짓는 것이 불가능해 결국 전북 위도를 택했다.
"내 영화는 장소에서 시작합니다. 이번 세트는 아름다우면서도 엉성해 보이지 않아 실제 군대 분위기를 잘 전달해줄 것입니다."
"김감독님의 말처럼 감독님과 저는 좋아하지만 어울리지 않는 연인 같은 사이였던 것 같습니다. 열심히 해서 어울린다는 소리를 듣도록 하겠습니다" 3일간의 훈련으로 해병대의 눈빛을 지니게 된 장동건은 앞으로의 촬영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7월 중순까지 계속될 영화 <해안선>의 촬영은 이곳 위도에 설치된 세트와 전주, 서울 등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