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촬영감독인 홍경표와 정정훈의 영화 세계를 깊이 살펴보는 <빛의 설계자들>이 출간되었다. <씨네21>에서 기자로 일해온 김성훈의 <빛의 설계자들>은 촬영감독을 중심으로 보는 한국영화의 2000년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홍경표가 목표물을 절대로 놓치지 않는 어마무시한 맹수라면 정정훈은 배우들이 최고의 연기를 선보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능글능글하고 치밀한 설계자다.” 1990년대부터 커리어를 착실하게 쌓아온 홍경표 촬영감독은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를 거쳐 <유령>(1999)을 작업하면서 자신만의 ‘룩’을 만들어갔다. 이후 <반칙왕>(2000), <시월애>(2000), <킬러들의 수다>(2001)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차례로 찍으며, <챔피언>(2002), <지구를 지켜라!>(2004), <태극기 휘날리며>(2004)는 테크니션으로서 기술적인 성취를 거둔 작품들이다. 아역배우로 시작해 연출자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한 뒤 양윤호 감독의 <유리> 촬영감독으로 기용되면서 도제 시스템을 거치지 않은 정정훈 촬영감독은 호평을 받고도 보이콧을 당해 5년간 일을 쉬어야 했다. 그리고 2003년 <올드보이>를 시작으로 <아가씨>(2016)까지 박찬욱 감독의 거의 모든 영화를 찍으며 ‘박찬욱의 파트너’가 되었다. 정정훈 촬영감독은 <박쥐> (2009) 촬영 전 미국의 사진작가 알렉 소스의 사진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뭔가 명확하지 않은, 짓누르는 듯하면서 답답한 느낌”인 알렉 소스의 사진이 영화 속 상현과 태주의 사랑과 맞닿아 있다고 느꼈다고. 두 사람의 필모그래피를 따라가다 보면 한국영화의 찬란한 순간이 눈앞에 스치는 기분이다. 3부는 홍경표가 <마더>(2009), <설국열차>(2013)에서 <기생충>(2019)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기까지, 정정훈의 <아가씨>부터 할리우드에서 작업한 <블러바드>(2014)에 이르기까지의 궤적을 살핀다. 이 책은 영화감독이 아니라 촬영감독의 이름으로 재구성한 한국영화의 빛나는 순간들을 담았다. 홍경표의 ‘고든 윌리스 촬영감독 최고의 장면’과 정정훈의 ‘최고의 촬영 베스트’는 이 책을 읽고 촬영에 관심이 생긴 독자들을 위한 선물과 같은 글이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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