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자와 사코 지음 김수지 옮김 비채 펴냄
<영매탐정 조즈카>의 속편. 범인이 살인을 저지르고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행하는 여러 행동까지 자세하게 보여준 뒤, 범죄가 완벽하게 은폐된 듯한 상황에서 사건을 파고드는 영능력자 여성이 등장해 본격적으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전개로 이어지는 도서 미스터리(도서 미스터리라서 책 제목이 ‘인버트’다) 연작이다. <구름 위의 맑은 하늘> <포말의 심판> <신용할 수 없는 목격자> 등 세편이 실려 있다. <구름 위의 맑은 하늘>은 프로그래머 고마키 시게히토가 오랫동안 원한을 품고 있던 동창이자 회사 대표인 요시다 나오마사를 살해하면서 시작한다. 목욕을 하다가 미끄러져 사망했다고 위장한 뒤 자신의 알리바이까지 착실히 만들어둔 고마키는 옆집에 이사 왔다는 여성을 만나게 된다. “저, 피곤하실 텐데 죄송합니다. 옆집에 이사 온 조즈카라고 해요.” 고마키는 옆집에 이사 왔다는 여성에게 마음이 설렌다. 요시다를 죽인 뒤로 운이 풀린다고 생각할 정도다. 그런데 조즈카가 요시다가 사망한 사건에 관심을 보이면서 고마키의 행운도 끝을 보이기 시작한다. <포말의 심판>은 초등학교 교사 스에자키 에리의 이야기다. 스에자키는 같은 학교 교직원이었던 다구사를 한밤중에 교실로 불러내 살해한다. 다구사는 불법 촬영 상습범으로, 피해자는 학교 교직원부터 학생까지 광범위했음이 알려진다. 그런데 학교에 새로 온 스쿨 카운슬러 시라이 나나코가 사건의 주변을 맴돈다. (이쯤에서 시라이 나나코가 조즈카라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신용할 수 없는 목격자>는 형사 출신으로 탐정회사를 크게 성공시킨 운노 야스노리가 주인공이다. 부하 직원인 소네모토와 갈등 끝에 그를 권총으로 쏴죽이는데, 그 직후 맞은편 건물에서 누군가가 이쪽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에 불안해진다. 얼마 뒤 그는 형사 두명과 조즈카의 방문을 받는다. 조즈카가 영매탐정으로 활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그는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독자는 사건의 전말을 알고 소설을 읽기 시작하지만, 범인을 알 수 없도록 현장이 완벽하게 처리되었음을 아는 상태에서 진상이 밝혀질 수 있을지 궁금해하게 된다. ‘영매탐정’으로 불리는 조즈카는 영능력을 발휘해서 사건을 해결하기보다, 범인이 놓친 작은 단서를 끈질기게 찾아내 진실을 밝혀낸다. 아름다운 외모에 엉뚱해 보이는 행동에도 불구하고 예리한 눈으로 진상을 좇는 조즈카 캐릭터는 이 시리즈를 견인하는 힘이다. 앉은자리에서 한 호흡으로 읽어가기 좋은 추리소설.
“유감스럽게도 제게는 영능력이 없어서 불가능해요.” <구름 위의 맑은 하늘>, 1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