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은 조성민 외유내강 부사장이 처음 프로듀서를 맡은 제작사 외유내강의 영화다. 이후 <군함도> 프로듀서, <너의 결혼식> <밀수> 제작, <사바하> <엑시트> <모가디슈> 제작총괄, <시동> <인질>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기획·제작을 맡으며 단연 외유내강의 중추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베테랑>의 오프닝 시퀀스를 비롯해 부산시에서 촬영한 신들에 대해 조성민 부사장의 10년 전 기억을 소환 해보았다.
= <친구> 이후 부산이 영화의 메카가 됐다. 영화인들이 부산에 가면 도로를 막고 촬영을 하는 등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줬다. (웃음) 부산 시민들은 길거리를 가다 촬영 슛 들어간다고 하면 먼저 알아서 멈춰줄 정도로 영화 촬영을 신기해하고 도움도 많이 줬다. 도시 자체가 든든한 스폰서 같다고나 할까. 그래서 초창기에는 많은 영화인들이 부산에 내려가서 영화를 찍었다. 나는 <내츄럴시티> 제작부를 할 때 처음 부산에 갔다. 광안대교 왼쪽 끝은 아직 연결이 안되고 아스팔트로 안 깐 상태였던 시절 그 위에 올라가서 촬영했다. 다대포에 수상가옥을 짓는다고 물 빠질 때 공사하고 물 차면 나오곤 했다. 그때 부산에 거의 1년 가까이 있었다. 지금보다 열정이 더 넘쳤던 시절이었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부산 올로케이션으로 찍었다. 영화에 나오는 정신병동이 양산노인전문병원으로 결정되면서 실내 스튜디오와 다른 야외 로케이션도 부산으로 정했다.
- 그때 경험이 <베테랑>을 찍을 때도 도움이 됐나.= 부산시가 이제 막 영화 촬영 지원을 시작했을 때 나도 로케이션을 담당하면서 부산에 내려 갔다. 실무자들은 원래 뭐든 한다. 구청이든 시청이든 병원이든 관공서든 가서 이런 영화를 촬영하고 싶다고 말하는 거다. 지금보다 그때 영화 찍는 게 더 재밌었다. 예전에 알고 지낸 부산영상위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으니까 커뮤니케이션하는 건 수월했다. 그분들은 지금도 계실 거다.
- <베테랑>은 북항 신선대부두에서 촬영한 고급 외제차 절도단 소탕신을 시작으로 문을 연다.
= 실제 자료 조사를 거쳐 류승완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썼다. 중고차를 훔쳐서 해외로 넘기는 범죄 조직은 우리가 상상한 것이고, 실제 자동차 수출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아봤다. 고가의 외제차가 컨테이너에 실려서 어느 배를 타고 어떻게 외국에 넘어가느냐 팩트체크를 했을 때 가장 시각적으로 적합한 장소가 신성대부두였다.
- 당시 촬영에 대해 좀더 들려달라.= 부두가 엄청 크다. 우리는 촬영 기간에 가장 업무가 없는, 끄트머리에 있는 섹터만 빌려서 촬영했다. 그래야 통제가 가능하다. 오프닝에 등장하는 컨테이너는 원래 컨테이너를 그대로 쓴 게 아니다. 우리가 다 세팅을 한 거다. 쫓고 쫓기는 블록을 배치했다. 당시 촬영은 숏을 따는 게 아니라 연극무대처럼 이루어졌다. 여기서 누가 나타나고, 동선은 어떻게 구성되고, 언제 차 문을 열면서 나타나는지 동시에 이루어지게끔 구성했다.
- 오프닝 시퀀스 촬영이 부산시로 결정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로케이션도 정하게 된 것인가.
= 항구 하면 부산이 떠오르고 부산엔 세트장도 있다. 영화 촬영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세트를 로케이션 근처에 잡는 프로덕션들이 있다. 갑자기 비가 오는 등 변수가 생길 때 실내에 들어가서 다른 촬영을 할 수 있는 옵션을 갖고 가는 편이다. 부산은 여러 행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베 테랑>은 세트 촬영은 따로 안 했지만 부산 곳곳에서 여러 신을 찍었다. 동래소방서와 부산 환경공단 수영사업소는 CCTV 화면을 보는 상황실, 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 부근 도로는 배 기사(정웅인)가 트레일러를 몰고 항구에 도착할 때 그 앞뒤 컷의 로케이션이었다. 해운대경찰서는 관할 담당반장이 서도철 형사와 관할 문제로 갈등을 겪는 곳이었고, 양산부산 대학교병원에서는 조태오가 배 기사가 있는 병원을 찾아갔다가 엘리베이터에서 시민들과 마주치는 신 그리고 배 기사의 마지막 장면을 찍었다.
- 프로듀서 입장에서 부산 촬영의 이점은.= 내가 생각하는 좋은 프로듀서는 프레임 안에 돈을 쓰고 밖에서는 비용의 누수가 없도록 일하는 사람이다. 감독이 하고 싶은 것을 잘 구현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기본적으로 <베테랑>은 서울에서 일어난 일이다. 남산 같은 트레이드마크가 아닌 이상 도심은 비슷비슷하다. 부산은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라 서울처럼 보일 수 있다. 산도 바다도 공장도 항구도 갖춰져 있다. 사실 어떤 영화든 찍을 수 있는 조건이 다 있다. 바다를 끼고 있기 때문에 맑을 때는 광이 좋다. 부산시 차원에서 영화 촬영 지원을 잘해주기 때문에 서울에서 구현할 수 없는 그림들을 웬만하면 부산에서 만들 수 있다.
- 10년 전 <베테랑>을 촬영할 때 현장과 <베테랑2> 개봉을 앞둔 지금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 것같나.
= 예전에는 영화 만드는 게 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재밌었다. 지금은 훨씬 일 같다. 세상이 달라졌고 내가 나이를 먹어서 일 수도 있다. 드라마든 영화든 OTT 시리즈든 열심히 만들 어서 사람들에게 기쁨도 슬픔도 위안도 주는 일이니 촬영 과정에서 생기는 일을 다른 사람들이 이해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개개인의 득실을 따진다. 이해가 간다. 나 같아도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면 거부할 거니까. 점점 영화제작이 일처럼 다가온다.
- 외유내강은 코로나19 때도 매년 한편 이상 영화를 개봉했다. 한국에 그런 제작사가 또 없다.
= 영화 개봉을 피한 적은 없었다. <시동> 개봉 2~3주차 때 코로나19가 처음 터졌고 <사바하> 가 개봉했다. <모가디슈>와 <인질>은 정말 피같은 영화들이었는데 극장 내 좌석 띄어 앉기를 시행할 때 개봉했다. 극장도 투자배급사도 힘들고 한국영화계가 다 죽게 생겼다고 할 때강혜정 대표님이 큰 결정을 한 거다. 주변에 드라마 제작하는 분들을 보면 드라마가 영화 보다 훨씬 복잡한 비즈니스 구조를 갖고 있더라. 우리는 시나리오를 잘 만들고 좋은 배우를 캐스팅해서 투자만 받으면 되는데 드라마는 해외 판매, 방송국 편성, 협찬 등 아주 복잡한 일들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나한텐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