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연속기획 4] 부산영상위원회 아카이브 총서 <부산의 장면들> #1, ‘해외+’, <블랙팬서> 부산 제작기
2024-11-08
글 : 이자연

<블랙 팬서> 마블의 가장 혁신적인 히어로가 온다

<블랙 팬서> 실사영화 시리즈의 첫 번째 영화인 <블랙 팬서>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최초의 아카데미 수상 작품이다(음악상, 미술상, 의상상). 내전 이후 와칸다의 왕위를 계승한 티찰라(채드윅 보즈먼)는 와칸다에만 존재하는 희귀 금속 비브라늄과 왕좌를 지키기 위해 블랙팬서로서의 운명을 받아들인다. 비백인 히어로의 등장과 여성 과학자 등 신선한 장면을 구사한 <블랙 팬서>는 전세계 수익 13억4700만달러를 돌파하며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의 박스오피스 기록을 뛰어넘었고 실제로 전체 수익의 절반 이상이 북미에서 달성되면서 흑인 문화가 발달한 지역 특성의 힘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 낯선 영웅담이었던 <블랙 팬서>가 환호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자갈치시장, 광안리 해변, 광안대교, 마린시티, 사직동 일대 등 지난한 사투의 배경으로 부산을 비췄다. 장면 곳곳에 보이는 한국어 간판은 익숙함이 반가움으로 바뀌는 마법을 경험하게 한다. 보름 동안의 촬영 기간 동안 부산은 어떤 모습을 영화에 내어주었을까. <블랙 팬서>가 포착한 부산의 순간들을 모았다.

미래지향적이고 전통이 살아 있는 도시

<블랙 팬서>의 화려한 카 체이싱이 진행된 부산 촬영은 북적거리는 자갈치시장에서 시작된다. 와칸다의 비브라늄이 미국인에게 판매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티찰라는 사악한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부산을 찾는다. 많은 이들의 역동적인 시간이 그대로 담긴 자갈치시장, 좁은 골목 어귀에 이르면 한정된 사람들만이 알고 있는 비밀 장소에 입장할 수 있다. 미스터리한 시장 상인의 안내를 받아야 진입할 수 있는 어두운 카지노. 그 안에 암묵적으로 형성된 암시장이 사람들을 기다린다. 율리시스 클로(앤디 서키스)의 암거래와 악행을 막기 위해 나선 이들은 스피드 넘치는 카 체이싱을 벌인다. 카지노에 입성하는 장면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자갈치시장의 상인. 애교를 부리는 나키아(루피타 뇽오)와의 케미스트리는 물론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빼앗기고 마는 친근한 차림새까지 뜨거운 관심이 이어졌다. 실제로 “저 여성 상인을 연기한 배우는 누구냐”, “전작은 무엇이냐”는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실관객 반응이 뜨겁게 나타나기도 했다.

라이언 쿠글러 감독이 <블랙 팬서>의 촬영지로 부산을 선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액션 신이 밤중에 벌어지는 만큼 야경이 화려하게 빛날 것, 또 그 지역 특유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을 것. 이 두 사항을 교차한 곳이 바로 부산이었다. 그의 고향 애틀랜타와 비슷한 감상을 얻은 그는 자연스레 부산으로 향했다. <네이버 무비토크>에 출연한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로케이션 헌팅을 할 때부터 다양성을 지닌 <블랙 팬서>의 주제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장소를 물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통성을 비주얼적으로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미래지향적인 과학기술과 잘 어우러지는” 곳을 찾았다. 서로 다른 두 가지 요소를 충족시킬 곳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장고를 막 내리게 한 건 부산의 일상적 풍경이었다. “그때 부산 시민들의 분주한 모습을 보았다. 사람들이 시장에서 바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이 잘 융화된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부산 촬영을 마친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할리우드 리포터>와 인터뷰에서 “<블랙 팬서> 속 부산은 완벽했다”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부산은 에너지가 넘치는 곳이고 아름다운 해변을 배경으로 현대적인 건축물과 부산 특유의 전통적인 건물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냥 바라보고 있으면 북구 캘리포니아가 떠오르기도 한다. 부산의 아름다운 랜드마크에서 <블랙 팬서>의 이야기를 함께할 수 있던 건 정말 큰 기쁨이다. 우리의 액션 장면이 더 큰 활기를 띨 수 있었던 이유기도 하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와 인터뷰한 이승의 부산영상위원회 경영지원팀장에 따르면 부산을 둘러보기 이전,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먼저 싱가포르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태풍 소식으로 <블랙 팬서>팀은 부산을 먼저 방문하게 되었다. “당시 그들은 영화에 대한 정보를 하나도 주지 않고 메이저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제작하는 빅 프로젝트라고만 언급했다. 그래서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부산 답사를 지원했는데 이 과정에서 자갈치시장과 광안대교 등을 보여주었다. 그게 지금의 카 체이싱 장면이다.”(이승의 팀장)

자갈치시장에서 시작하여 남항·부산항대교 영도연결도로, 광안대교까지 이어지는 추격 신은 그 긴박한 과정을 생생하게 담기 위해 부산시, 부산경찰청, 수영구청, 남부경찰서 등의 협조를 받았다. 촬영이 밤중에 이뤄진 만큼 교통 통제와 소음 완화 등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 이 촬영에 150여대의 차량과 700여명 이상의 인원이 투입되었고 역동적인 차량 질주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헬리콥터 비행 등 규모 있는 세팅이 마련됐다. 영화 속에서 부산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시간은 무려 13분. 그 시간 동안 부산의 밤 풍경을 배경으로 한글로 된 간판과 도로 표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부산 버스 1006, 1011을 타면 <블랙 팬서> 속 촬영지 대부분을 돌아볼 수 있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외화 촬영 경험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해외 영화 촬영을 위한 방안을 세우는 게 무척 중요했다. 특히 광안대교를 이틀 동안 통제하는 게 중요했지만 이를 완전히 통제하는 건 사실상 어려운 일이었다. 이에 따라 촬영에 필요한 최소 시간을 확보하고 그 안에 촬영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 과정에서 부산 시장이 직접 나서 원활하게 운영되도록 지원에 나섰고, 라이언 쿠글러 감독도 부산의 협조에 감사함을 전했다. 이후 부산의 세계적 이미지는 어떻게 변했을까. “<블랙 팬서> 이후 도시의 인지도가 많이 올랐다. 이전에는 북미에서 부산에 관심을 보이는 업계 종사자가 많지 않았는데 국제필름커미션연합(AFCI)이 주관한 컨퍼런스 AFCI WEEK에서 <블랙 팬서> 이야기를 하면서 질문을 많이 받았다.”(이승의 팀장)

사진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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