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ulture stage] 광화문 연가
2025-01-03
글 : 정재현

<광화문 연가>는 주크박스 뮤지컬, 이라고 첫 문장을 쓰려다 주크박스라는 비유 자체가 너무 옛날 표현은 아닌가 하며 잠시 주저했다. 뮤지컬을 위해 새로 넘버를 창작하지 않고 기존 뮤지션의 노래를 서사화해 재구성한 뮤지컬을 주크박스 뮤지컬이라 일컫는다. 아바의 노래로 만든 뮤지컬 <맘마미아!>나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로 만든 뮤지컬 <올 슉 업> 등이 대표적이다. <광화문 연가>는 가수 이문세와의 협업으로 대중음악사에 족적을 남긴 고 이영훈 작곡가의 노래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광화문 연가>는 기성 뮤지션의 곡을 무대 서사로 재편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곡이 (좋은 의미로) 중장년 관객들을 공략하는 ‘옛날 감성’의 노래라는 점에서 흔쾌히 ‘주크박스’ 뮤지컬이라고 칭할 수 있다.

죽음을 앞둔 명우는 생을 떠나기 1분 전 신비의 존재 월하와 함께 추억 여행을 떠나게 된다. 갓 스무살이 된 1980년대에 만난 첫사랑 수아와의 거듭된 인연, 수아와의 이별 후 평생을 함께한 아내 시영과의 사무치는 사랑까지. 명우가 돌아보는 자신의 삶은 모두 이영훈의 멜로디와 가사로 그려진다. 작품을 관람하다 보면 이영훈의 음악이 시대정신과 무관하지 않다는 인상을 받는다. 특히 민주주의를 향한 젊은이들의 갈증과 투쟁, 부끄러움이 <붉은 노을> <그게 나였어> <그녀의 웃음소리뿐> 등의 넘버로 변주되는 1막은 대중가요가 품은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드러낸다. 개별 음악이 이미 지니고 있는 강한 드라마가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서사보다 큰 존재감을 자랑한다. 그래서일까. <광화문 연가>는 전 관객이 함께 춤추고 즐기는 커튼콜에서 음악감독을 향해 아낌없는 핀 조명을 쏜다. 이영훈의 음악을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이 명곡들을 향해 표하는 예우로 비친다.

기간 2024년 10월23일(수)~1월5일(일) 장소 디큐브 링크아트센터 시간 화~금 오후 7시30분, 주말 및 공휴일 오후 2시·6시30분 등급 8세이상관람가

<광화문 연가>는 서울 공연 이후 부산, 고양 등에서 투어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