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에게 물어봐>
tvN, 넷플릭스 / 16부작 / 연출 박신우, 김진성, 오승열 / 출연 이민호, 공효진, 오정세, 한지은 / 공개 1월4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SF로서도 로맨스로서도 갸우뚱
한국은 국제적 위상이 커짐에 따라 우주정거장에 최첨단 실험 설비를 탑재한 생물학모듈을 설치하는 데 성공한다. 이곳에서 우주인들은 치매, 난임, 난치병 등 여러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우주정거장의 보스 이브(공효진)는 700억원을 지불하고 우주에 온 공룡(이민호)의 존재를 성가셔하는데, 사실 지구에서 산부인과 의사였던 그에게는 비밀스럽게 완수해야 할 미션이 있다. 난임으로 고생 중인 MZ그룹 며느리의 난자에 건설 현장에서 사망했던 회장 아들의 정자를 주입시킨 시험관 아기를 만들어오는 것이다. 하지만 우주로 떠난 공룡은 자신이 회장에게 이용당했을 뿐 진짜 임무를 수행하게 될 사람은 고은의 정략결혼 상대인 강수(오정세)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별들에게 물어봐>는 우주 배경의 SF이면서 지구에 두고 온 연인과 우주정거장에서 부대끼는 새 인연 사이의 갈등이 묘사되는 로맨스 드라마다. 한국 TV드라마에서는 처음 구현되는 우주인들의 일상이 서숙향 작가 특유의 필치로 묘사되는 가운데 출산이라는 소재를 접목한 아이디어는 신선하다. 하지만 죽은 아들의 유전자 보존에 집착하는 대기업 회장의 순혈주의 때문에 이 기상천외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구시대적 설정이 초반부터 작품의 진입장벽을 높인다. 무엇보다 강수에게 뺏긴 난자를 되찾아오기 위해 공룡이 저지르는 무리수들은 장르적 설득력은 차치하고 이런 주인공의 로맨스를 응원할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우주인들이 외부로 나간 사이 모터를 과열시켜 모듈 전원이 꺼지게 만들고 잠금장치가 풀린 틈을 타 난자를 쟁취한다? 의사가 자칫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끔찍한 일을 저지른다는 나이브한 전개가 믿기지 않는다. 의미 있는 시도가 될 수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SF로서도 로맨스물로도 물음표가 붙는다. /임수연
<모텔 캘리포니아>
MBC, 웨이브 / 12부작 / 연출 김형민, 이재진 / 출연 이세영, 나인우, 최민수, 김태형, 최희진 / 공개 1월10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새것인 듯 옛것에 가까운 첫사랑 판타지
한 성격 하는 강희(이세영)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남다른 외모를 가졌고 뜨내기가 드나드는 모텔 캘리포니아가 집이라는 이유로 고향 하나읍에서 괴로운 유년을 보냈기 때문이다. 소꿉친구 연수(나인우)에게 안녕을 고하고 서울로 떠나온 지 10년째. 고시원에 살며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하던 강희는 연수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맹세했던 하나읍을 찾는다. <모텔 캘리포니아>는 심윤서 작가의 웹소설 <홈, 비터 홈>이 원작이다. 서로를 잘 알던 어린 시절의 친구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리운 첫사랑이라는 익숙한 설정이지만 연수에게 동침을 제안하는 강희 캐릭터로 첫사랑 서사에 변주를 더한다. 동화 같은 판타지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으나 타인의 집을 짓는 강희가 자신의 과거를 어떻게 재건할지 궁금해진다. /유선아 영화평론가
<배뱀배뱀뱀뱀파이어>
넷플릭스 / 연출 가와사키 이쓰로 / 목소리 출연 나미카와 다이스케, 고바야시 유스케, 가자마 마유코, 야시로 가쿠 / 공개 1월13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서툴고 허술해서 웃음을 유발하는 뱀파이어의 인간론
자정이 넘어 문을 닫은 60년 전통의 목욕탕에서 추정 나이 450살의 흡혈귀 모리 란마루(나미카와 다이스케)는 10년 동안 입주 세신사로 일하고 있다. 목욕탕의 4대손 타츠노 리히토(고바야시 유스케)는 란마루를 친형처럼 따르지만 란마루는 순수한 리히토가 18살이 되기를 기다려 궁극의 피를 맛보려는 일념뿐이다. 그러나 리히토에게 첫사랑이 찾아오면서 위기를 느낀 란마루는 리히토의 첫사랑이 무참히 실패하도록 작전을 개시한다. 고혹과 파괴의 상징이었던 뱀파이어를 심야 목욕탕에서 일하기 적격인 존재로 재정의한다. 순수한 소년의 피를 갈망하는 흡혈귀의 취향을 인간의 음식 취향에 빗대며 엉뚱한 유머의 시작을 예고한다. 다짜고짜 아오이(가자마 마유코)를 찾아가지만 틀어져버린 계획이 앞으로 얼마나 엉망진창이 될지가 관건이다. 오쿠지마 히로마사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TV애니메이션 시리즈. /유선아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