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응축된 사랑의 감정, <마녀> 김태균 감독
2025-01-17
글 : 조현나
사진 : 오계옥

영화 <암수살인>에 이어 김태균 감독의 발길이 닿은 곳은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을 드라마화한 <마녀>다. 어렸을 때부터 미정(노정의)에게 호감을 표한 남자들에겐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사람들의 시선을 견디지 못한 미정은 결국 세상과 단절된 채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동창생으로서 그런 미정을 오랫동안 바라봐온 동진(박진영)은 ‘마녀’라는 미정의 오명에 관해 확인하고자 한다. 사랑하는 미정을 지키려는 동진의 여정을 통해 김태균 감독은 처음으로 드라마 연출에 도전했다.

- <마녀>의 연출을 맡게 된 계기는.

원래 쇼박스와 영화를 준비 중이었는데 코로나19 팬데믹 때 잠시 작품을 중단해야 했다. 그 뒤로 <마녀>라는 드라마의 연출을 맡아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내 전작들과 장르도 다르기에 처음에는 ‘왜 나한테 이 작품을 주지?’ 싶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대본을 보고 이해가 되더라. 내가 묘사해온 캐릭터와 동진의 목적이 유사했다. 예를 들어 <암수살인>은 한 형사가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 숨겨진 진실을 좇는 이야기인데 <마녀>에도 그런 서사가 있다. 사람들은 미정을 사건의 원인이라 생각하며 그를 마녀로 낙인찍고 기피한다. 하지만 동진 혼자서 사건들의 진실을 알아내고자 한다. 동진의 진심을 파악하고 나니 내가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 원작 웹툰과 다르게 표현된 지점이 있다면.

웹툰에서는 컷으로 상황이 표현되다보니 인물들이 단편적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드라마에선 그렇게 처리할 수 없다. 인물 각자가 명확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그들의 삶을 섬세하게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초반부에 동진이 데이터마이너로서 어떤 재능을 지녔고 데이터마이닝 작업이 일상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시간을 들여 설명했다. 그래야 동진이 자신의 능력을 통해 미정을 돕고자 하는 과정에 정당성이 부여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동진이 미정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법칙을 발견해나가는 것 외에도 미정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할 계기가 되는 사건을 추가해보았다.

- 로케이션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안다. 동진과 미정이 고등학교 동창으로서 처음 마주하는 태백은 중요한 로케이션 중 하나인데.

현실적인 이유로 초기 대본에는 태백이 아닌 가상의 지방 소도시로 설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작품 분석을 하면서 강풀 작가가 배경을 태백으로 설정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진의 직업이 데이터마이너이지 않나. 마치 광부가 석탄을 캐듯 추출한 데이터에서 유용한 정보를 도출하는 작업이다. 어쩌면 그래서 이들의 인연이 시작되는 장소가 태백이어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고 결국 시나리오에서 태백이라는 배경을 다시 되살렸다. 광산 도시이자 쇠락한 지방 소도시인 태백의 모습을 완성하기 위해 전국 각지의 장소를 조합했다. 사실 이렇게 로케이션을 여러 곳으로 설정하면 동선이 효율적이진 않지만 태백의 페이소스를 미정과 동진의 페이소스로 연결하기 위해 결국 원래 계획대로 갔다.

- 극의 서사는 총 3개의 시간대로 구성되어 있다. 각 시간대를 어떻게 엮어 연출했나.

원작에서는 여러 시간대를 파편적으로 오가는 구성을 취한다. 하지만 드라마를 그런 순서로 연출하면 시청자들이 인물의 감성에 충분히 공감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데이터마이너로서 살아가는 동진의 현재를 먼저 보여준 뒤, 10년 전에 소식이 끊겼던 미정을 운명처럼 마주치도록 했다. 그러면서 동진의 일상이 흔들리고 두 사람의 과거로 시간대가 넘어가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보여지는 식이다. 3개의 시간대가 존재하는 건 분명하지만 그것을 뒤섞진 않았다.

- 4명의 주연배우인 박진영, 노정의, 임재혁, 장희령을 섭외한 이유는.

미정은 모두가 호감을 느끼는 존재이기에 그가 가진 매력이 직관적으로 보이는 게 중요했다. 한편으론 삶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캐릭터로서의 우수가 무표정하게 있을 때도 묻어나길 바랐다. 노정의 배우와 미팅할 때 멀리서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단번에 미정이라고 생각했다. 동진은 캐릭터 본연의 진심이 잘 전달되는 게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동진을 연기할 배우의 눈빛에 진정성이 담겨 있어야 했다. 박진영 배우는 미팅 때 성실함이 엿보였는데 그것이 동진과 닮아 보였다. 동진이 엄마와 있을 때, 친구인 중혁과 있을 때, 미정을 바라볼 때, 조사를 할 때 모두 설득력 있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임재혁 배우는 <지금 우리 학교는>을 보고 중혁 역에 캐스팅했다. 내면의 아픔을 드러내고 우직하게 살아가는 중혁의 모습에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미정의 친한 언니인 은실 역은 특유의 생동감이 중요한데 장희령 배우가 그런 자유로운 모습, 밝은 에너지를 지니고 있었다. 네 배우가 이미지적으로 겹치지 않으면서 극에 잘 녹아들었다.

- <마녀>가 멜로 장르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는 것은 동진과 미정이 거의 만나지 않지만, 그럼에도 둘 사이에 오가는 것이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런 원작의 특성을 드라마에서도 만날 수 있을까.

굉장히 섬세하게 계산한 지점이다. 박진영 배우도 “주인공들이 서로 이렇게까지 마주치지 않는 멜로는 처음 해본다”고 말했는데 내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꼭 그런 것만이 멜로가 아니니까. 다시 말해 누군가의 짝사랑, 상대를 지켜만 보는 응축된 사랑의 감정이 <마녀>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감정을 쌓아가는 한편 수사물처럼 진실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통해 인물들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기대해주시길 바란다.

<마녀>

김태균 감독이 말하는 관전 포인트 “사실감과 몰입감을 중요시해 이를 높이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세트를 최소화하고 로케이션 섭외에 공을 들였다. 더불어 박진영, 노정의, 임재혁, 장희령 등 주연배우를 포함해 단역배우까지 다들 연기가 참 좋다. 작품을 보는 순간 느끼실 거다.”

제작 쇼박스, 미스터로맨스 연출 김태균 극본 조유진 출연 박진영, 노정의, 임재혁, 장희령 채널 채널A 공개 2월15일
사진제공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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