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형, 김균태 작가의 동명 웹툰을 영상화한 넷플릭스 시리즈 <광장>에서 기준(소지섭)은 다른 조직의 행동대장으로 활동하던 동생 기석(이준혁)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기석의 죽음으로 시작된 기준의 복수는 서울의 패권을 두고 힘겨루던 ‘주운’과 ‘봉산’이라는 두 조직과 이들이 대적하는 ‘광장’ 바닥에 관한 서사로 확장된다. 지난해 12월31일 후반작업을 마무리하고 잠시 숨을 고르는 중인 최성은 감독에게 <광장>에 관해 물었다.
작품의 스토리를 계속 따라가려면 독자들이 주인공에게 이입하고 그를 응원할 수 있어야 하는데 기준이 계속 돌진하는 이유가 원작에서 잘 구축돼 있었다. 스토리가 명료하고 다음 화가 궁금해지게 만드는 특유의 재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누아르의 톤 앤드 매너를 살려주는 그림체 또한 인상적이었다.
- 영상화를 진행하며 각색은 불가피했을 텐데 원작과 어떤 부분이 다르게 그려졌는지 궁금하다.
웹툰과 마찬가지로 기준이 동생 기석의 복수를 위해 그의 죽음에 관한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것이 주된 서사이지만, 시리즈에선 캐릭터간의 관계성이 더해지면서 기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더 풍성해졌다. 원작에 비해 ‘광장’의 의미 또한 확장됐다. 웹툰에서의 광장은 두 조직간 싸움이 벌어지는 여의도 국회 앞 공간을 가리킨다. 극본을 쓴 유기성 작가님과 의견을 나눈 뒤 ‘광장’에 인물들이 몸담고 있는 음지의 세계, 카르텔 전체를 은유한다는 의미를 부가했고 이를 기반으로 작품의 스토리를 확장해나갔다.
- 웹툰 팬들은 원작의 주요 액션신들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구현됐는지 소개해준다면.
최대한 웹툰과 비슷하게 가는 게 주요한 목적이었다. 연출자로서의 고민 중 하나는 어떻게 해야 후반부로 갈수록 사람들이 작품의 액션을 재밌게 볼 수 있을까에 관한 것이었다. 관객으로서 나의 경험을 되돌아보면, 모든 액션이 화려하면 도리어 싫증이 난다. 그래서 기준이 상대하는 이들이 갈수록 강해지고 그에 따라 액션의 강도도 세지도록 배치했다. 다만 액션의 강도가 세지더라도 잔인하게 묘사하기보다는 사운드의 도움을 받아 공포심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기교가 더해진 화려한 액션은 <광장>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비교적 정직하게 보여주려 했다. 또 기준 역의 소지섭 배우와 이야기를 나눈 건, 뒤로 갈수록 기준이 다치고 지치며 그에게서 처절함이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기준의 액션만큼이나 그가 그토록 처절하게 앞을 향해 달려가는 동기와 감정을 잘 설명하고 싶었다.
- 기준 역에 소지섭을, ‘주운’의 대표 이주운과 그와 경쟁 구도에 있는 ‘봉산’의 수장 구봉산 역에 각각 허준호, 안길강 배우를 캐스팅했다.
나와 제작진은 기준 역에 소지섭 배우 단 한명만을 바라고 있었다. 다행히 배우가 흔쾌히 참여해주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웹툰 속 캐릭터가 그대로 튀어나온 것과 다름없이 기준 역에 완벽히 매치된다. <광장>이 영상화되면서 원작보다 주운과 봉산에 관한 배경 서사가 많이 추가됐다. 무게감 있는 주운과 봉산 역에 허준호, 안길강 배우가 최적이었다. 두 배우는 말투도 다른데 예를 들면 안길강 배우는 실제 봉산처럼 시원시원하게 말하고 허준호 배우는 말수가 적고 목소리도 크게 내지 않는다. 덕분에 주운과 봉산의 대비가 더욱 도드라졌다.
- 주운의 후계자 금손은 추영우 배우, 봉산의 후계자 준모는 공명 배우가 맡았다.
알고 보니 공명 배우는 원작의 엄청난 팬이었다. 첫 미팅 때부터 준모에 관해 꼼꼼하게 해석을 해온 것을 보고 반드시 같이해야겠다 싶었다. 추영우 배우는 이전에 연기하는 걸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함께해보니 무척 신선하더라. 촬영 전날 “내일 이런 걸 시도해보고 싶은데 괜챦겠냐”고 의견을 제시하며 현장에 성실하게 임했다.
- 한편 이준혁 배우가 기준의 동생 기석을 연기하며 차승원 배우는 ‘김 선생’이라는 원작에 없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기준·기석 형제는 웹툰과 흡사해야 한다고 생각해 캐스팅부터 이후 캐릭터 구축까지 심혈을 기울였다. 기석에게는 감정이 없는 듯한 특유의 차가움이 있는데 그런 그가 딱 한번 속마음을 드러낸다. 그 신이 가진 힘이 크기에 이에 관해 이준혁 배우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김 선생은 광장 바닥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각 조직의 의견을 대변하고 조율해주는 역할이다. 새로운 판의 전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었는데 차승원 배우가 맡아 중심을 잘 잡아주었다. 프레임 밖에선 현장 분위기를 즐겁게 띄워주기도 했다.
- <광장>은 기존의 누아르물과 어떤 차별점을 지닌 작품인가.
캐릭터들을 추동시키는 동기는 기존 누아르물과 비슷하지만 액션신에서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내려고 했다. 누아르물에서 자주 등장하는 공사장, 교각 등의 뻔한 공간은 최대한 배제하고 더 현실적인 장소들을 골랐다. 또한 기준이 왜 이렇게까지 앞만 보고 달려가는지를 작품에 잘 담아내고자 했다. 단지 동생의 복수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이 광장 바닥에 대한 기준의 생각, 태도가 그를 움직이게 한다. 기준을 움직이게 하는 건 동생에 대한 부채 의식이며 복수는 그에 따른 결괏값에 다름없다. 결국 <광장>은 자기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광장>
최성은 감독이 말하는 관전 포인트 “<광장>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액션신이 있는데 거기서 기준이 자신의 시그니처 무기를 활용한 액션을 선보인다. 원작을 본 분도, 보지 않은 분도 두루 만족할 수 있도록 작품에 공을 많이 들였다. 그리고 기준의 액션만큼이나 그렇게 저돌적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했던 동기를 잘 들여다봐주면 좋겠다.”
제작 용필름, 스튜디오N 연출 최성은 극본 유기성 출연 소지섭, 허준호, 안길강, 이범수, 공명, 추영우, 조한철 (특별출연) 차승원, 이준혁 채널·제공 넷플릭스 공개 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