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인터뷰] 정형화된 틀을 깨트리는 즐거움, <하이퍼나이프> 김정현 감독
2025-01-17
글 : 이자연
사진 : 최성열

한때 천재 의사라는 찬사 담긴 별명으로 불렸던 세옥(박은빈)은 과거 자신을 늪에 빠뜨린 스승 덕희(설경구)와 재회한다. 갑작스러운 조우 끝에 오랫동안 유예되었던 두 사제간의 갈등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새로운 대립과 갈등이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휴머니즘과 로맨스 혹은 경쟁사회. 크게 두 주축으로 전개됐던 메디컬 장르는 <하이퍼나이프>를 통해 스펙트럼을 넓힐 준비를 마쳤다. 스승과 제자라는 수직적인 관계는 어느새 의사 대 의사라는 대등한 구조로 전환되며 한쪽으로 쉽게 기울지 않는 쟁쟁한 두뇌 싸움을 긴장감 있게 보여준다. 광분의 싸움에 담긴 질주를 미리 느끼기 위해 김정현 감독을 만났다. <하이퍼나이프>는 디즈니+를 통해 3월19일 공개한다.

- 김선희 작가의 <하이퍼나이프> 대본을 받아보았을 때 첫인상이 어땠나.

1부부터 4부까지의 대본을 받았다. 평소라면 몇번을 거듭 읽고 신중하게 결정할 테지만 <하이퍼나이프>는 대본을 읽자마자 그날 오후에 바로 함께하고 싶다는 연락을 드렸다. 뭐랄까, 캐릭터의 강렬함 속에서 쉽게 빠져나오기 어려웠다. 원래 주인공과 주변 인물이 넓은 의미의 성장을 이뤄내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물들이 처음과 다르게 변화하는 모습은 장르를 불문하고 재미있으니까. 그런데 이 작품은 기존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지금까지 보여준 기본 공식을 너무 쉽게 깨트리고 있었다. 하나의 패러다임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느낌이었다.

- 사제지간의 케케묵은 갈등과 두뇌 싸움. 생소한 소재다.

과거에 스승과 제자가 겪었던 갈등을 현재로 가져와 새로이 직면하고, 거기서부터 또 다른 대립이 파생되는 이야기다. 기존 드라마 문법대로라면 두 인물의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 방점을 두고 이야기하겠지만 <하이퍼나이프>는 그런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메디컬 장르인 만큼 의학적 서사를 띠고 있지만 두 인물의 관계와 심리 싸움, 갈등 등이 주를 이룬다. 의사의 직업적 소명을 강조하는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

- 특히 지금까지 볼 수 없던 박은빈 배우의 광적인 연기가 인상적이다. 세옥과 같은 거침없는 인물의 자리에 지금까지 주로 선역을 맡아온 박은빈 배우를 떠올린 계기가 궁금하다.

연출자로서 인물 캐스팅에서 가장 반가운 것이 바로 의외성이다. 의외의 인물이 예상치 못한 일을 할 때. 너무 재미있지 않나. 일단 <하이퍼나이프>는 대중이 두 인물의 관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몰입을 이끌어내는 배우가 함께해주길 바랐다. 거기에 기존 이미지를 완벽하게 전복할 수 있는 캐스팅이면 바랄 게 없었다. 그때 박은빈 배우가 떠올랐다. 선하고 정의로운 역할, 투명하고 반짝이는 이미지와 다른 분열적인 장면들을 그에게 맡기면 어떨까. 너무 궁금해졌다. 그 드라마를 나도 꼭 보고 싶어지더라.

- 의사 연기의 리얼리티를 높이기 위해 박은빈 배우가 전문가로부터 실제로 배우기도 했다고. 의학 드라마로서 <하이퍼나이프>의 현실적인 디테일을 높이기 위해 또 어떤 공력을 들였나.

의사 역을 맡은 설경구, 박은빈 배우가 수술 행위에 필요한 준비 단계와 기본자세를 전문 선생님으로부터 교육받았다. 촬영 기간에 대체로 교수님들은 시간을 조율하기가 어려워 관련 종사자가 해주곤 하는데 이번에는 전문 교수님이 상주해 계셨다. 개인 휴가를 써서 나오실 정도로 열성을 다해주셨다.

- 세옥과 덕희의 싸움은 결국 배우 박은빈과 설경구의 긴장감 넘치는 연기 호흡을 의미하기도 한다. 두 배우가 성량도 엄청 커서 촬영장을 압도했을 것 같다.

시너지효과가 대단했다. 두분의 발음이 매우 정확해서 귀에 정확하게 꽂히더라. (웃음) 박은빈 배우가 지금까지 해온 역할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동안 그것을 받아주는 상대방의 반응도 무척 중요한데 설경구 배우가 그 부분을 무척 여유롭게 해주셨다. 촬영을 진행하는 동안 배우들에게 큰 디렉션을 주지 않았다. 그만큼 그들을 신뢰했다.

- 눈여겨보면 좋을 신인배우가 있다면.

신인은 아니지만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윤찬영 배우가 큰 인상을 남길 거라고 생각한다. 윤찬영 배우는 세옥의 조력자인 서 실장으로 등장한다. 보통 주인공을 돕는 인물이라고 하면 코믹한 포인트를 내세우거나 주인공을 위한 기능만 하는 데 그치는, 평면적인 캐릭터가 많기 때문에 입체성을 높이려 많이 공들였다. 찬영이가 워낙 품성이 곧고 진지한 친구라 연기에 관한 디렉션을 적극적으로 들어줬다. 또 세옥과의 상호적 관계성 면에서도 충실히 자신의 몫을 해낸다. 찬영이이기 때문에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 국내 다양한 지역에서 촬영을 이어갔다고. 미술적 디테일에 기대가 커진다.

양양, 단양, 부산, 목포, 공주, 원주, 해남… 정말 많은 지역에서 촬영했다. 세옥이 병원에서 쫓겨나 섀도 닥터로서 불법 수술을 하다 보니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공간에서 활동하지 못한다. 그래서 비일상적이고 기묘한 장소를 찾아 떠났다. 보는 분들이 “한국에 이런 데가 있어?” 하고 반응하실 것 같다. 이 과정에서 오묘한 분위기를 북돋우면서도 현실성을 높일 수 있는 디테일한 미술적 요소를 공들였다. 뻔하지 않은 곳. 그 장소성을 살리는 것도 우리의 중요한 목표였다.

<하이퍼나이프>

김정현 감독이 말하는 관전 포인트 “뭐니 뭐니 해도 설경구, 박은빈 배우의 변신. 이 강렬함을 대신할 것이 있을까?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배우들의 모습은 신선하다 못해 다소 충격적일 것이다. 또 메디컬 스릴러 장르로서 긴장감 높은 요소들이 흡인력 있게 다가갈 거라 믿는다.”

제작 동풍, 블라드스튜디오 연출 김정현 극본 김선희 출연 설경구, 박은빈, 윤찬영, 박병은 채널 디즈니+ 공개 3월19일
사진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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