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인생을 사는 여배우와 그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찍는 남성 감독의 사랑 이야기. 2000년대에서 날아온 듯한 로그라인을 가진 SBS <우리 영화>는 2025년에 이르러 클래식과 재해석 중 어느 길을 갈까. JTBC <구경이> 이후 4년 만에 돌아오는 이정흠 감독에게 장르에 관해 묻자 명쾌한 답변이 돌아왔다. “대본에 슬픈 신이 정말 많은 정통 멜로다. 그렇지만 두 주인공이 삶을 대하는 태도가 빠른 템포의 호흡을 만들어내면서 드라마의 전체적인 색깔을 만들어낸다. 슬픔과 경쾌함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멜로드라마를 기대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소모포어징크스에 시달리는 영화감독 이제하(남궁민)는 거장 감독인 아버지의 작품을 리메이크하며 재기를 꿈꾼다. 시한부인 여배우가 주인공이기에 자문을 구하고자 희귀난치병에 걸린 단역배우 이다음(전여빈)을 만난다. 얼마 뒤 오디션장에서 재회한 다음에게서 뭔가를 느낀 재하는 다음에게 살 날이 얼마나 남았든 간에 그를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한다. 이정흠 감독이 말하는 제하와 다음은 “스스로 만든 내적 논리에 짓눌린 인물과 세상이 규정한 논리에서 벗어나려는 인물”이다. “자신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닥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고 사랑하는 게 <우리 영화>의 주요한 내용”이다. 멜로드라마에서 캐스팅의 비중은 팔할 이상일 것이다. 감독은 7년 전 연출작 <조작>으로 연을 맺은 남궁민에게 제하 역을 제안했다. “일에 지독할 정도로 철두철미하지만 풀어질 때는 소년 같은 모습을 보이던 그와 대본 속 제하가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늘 죽음과 마주하면서도 기죽지 않는 활력과 의지를 보이는” 다음 역에는 “몸도 마음도 건강한 에너지를 가진” 전여빈을 떠올렸다. “첫 미팅 때 전여빈 배우가 카페 미닫이문을 힘차게 열고 들어오며 경쾌히 인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신했다.” 영화 팬을 위한 설레는 소식 하나. 감독에 따르면 <우리 영화>는 영화에 관한 드라마이기도 하다고. “영화를 완성하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 영화>
이정흠 감독이 말하는 관전 포인트 “전여빈 배우의 다음이가 가진 뜨거움과 남궁민 배우의 제하가 가진 차가움의 조화, 누군가에겐 그저 스쳐 지나가는 순간이 다른 누군가에겐 인생의 전부가 되는 순간의 소중함, 아끼는 타인을 위해 기꺼이 자기 시간을 쓰는 좋은 사람들의 따뜻한 모습들. 여기에 아버지와 정신적으로 결별하면서 변화하는 제하의 영화에 대한 태도까지 눈여겨봐달라.”
제작 비욘드제이 연출 이정흠 극본 한가은, 강경민 출연 남궁민, 전여빈 채널 SBS 공개 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