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름으로 날 불러줘, 내 이름으로 널 부를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로그라인을 18살 희완(김민하)이 18살 람우(공명)에게 속삭인다. 고2 어느 만우절. 선생님을 속인다는 명분으로 희완은 람우와 단 하루 이름을 바꾸고 소동을 빚는다. 그로부터 6년. 이번엔 검은 옷을 입은 람우가 무기력한 대학 생활을 이어가던 희완에게 다시 한번 자신의 이름을 속삭인다. 하지만 람우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희완은 1주일 뒤에 세상과 작별해야 한다. 서은채 작가의 웹소설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이 오는 만우절쯤 영상화되어 시청자 곁을 찾는다. <멜로가 체질>의 공동 연출이자 시트콤 <유니콘>을 연출한 김혜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여기에 영화 <연애의 온도>, 시리즈 <글리치> 등을 연출하며 자신의 인장을 확실히 새긴 노덕 감독이 크리에이터로 합류했다. 람우와 희완처럼 서로를 두텁게 신뢰하고 사랑하는 두 창작자에게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의 이모저모를 미리 들었다.
노덕 <글리치> 연출을 마친 후 영화를 준비하던 중 제안을 받았다. 크리에이터라는 직함이 관여하는 영역이 모호했는데 이 작품이 CJ ENM의 영화팀으로부터 출발했다는 기획 방향으로부터 답을 얻었다. 영화적인 작품을 근간으로 하되 시리즈의 연출 경험을 융합해 작품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나의 노선을 정했다.
김혜영 연출부 시절 노덕 감독님과 두 작품(<연애의 온도> <특종: 량첸살인기>)을 함께했다. 감독님과 작업을 하면 늘 목표한 바를 끝까지 뚫고 나가는 힘이 생긴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 과거 <연애의 온도> 연출부 인물 담당으로 함께하겠냐는 제안을 들었을 때 시나리오를 읽고 사흘만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누가 연출부 인물 담당을 사흘이나 고민하나. 그런데 나는 완전 ‘F형’ 인간이라 그 시나리오를 읽고 헤집어진 마음을 다잡을 시간이 필요했다.
- 원작 웹소설이나 각색된 대본으로부터 도출한 작품의 주요 착점이 있나.
김혜영 슬픔을 관조하는 원작의 문체가 아프게 다가왔다. 함께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두 남녀의 애절한 로맨스에 집중한 채 두 친구가 보낸 밝은 시절을 계속 교차한다면 보다 울림 가득한 로맨스가 탄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노덕 작품의 트리트먼트만 읽었을 땐 우리 작품이 장르의 틀에 갇히지 않길 희망했다. 크리에이터 합류 제안을 받기 직전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를 봤다.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중학생 친구의 에피소드였고 보면서 많이 울었다. 가까운 사람의 상실은 남은 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우리 작품에서의 죽음이 단순히 관념에 그치지 않고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위로로 가닿길 바라는 스토리텔러의 사명감을 바탕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 공동 주연인 공명, 김민하 배우가 이야기 전체를 견인하는 동력이다.
노덕 각 배역에 1순위로 제안한 배우들이 모두 출연을 결정해주었다. 캐스팅 기준 역시 이 작품이 영화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유념한 채 진행했다. 영화적인 얼굴을 가지되 폭넓은 시청자를 품을 수 있는 스펙트럼을 보이는 배우가 필요했다. 두 배우가 적격이었다.
김혜영 두 배우 모두 30대에 접어들었다. 그래서 앞으로 배우로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과 우리 작품이 잘 맞물렸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들이 작품을 향한 애정과 기대, 의미를 크게 가졌기 때문에 결국 나만 잘하면 됐다. (웃음) 김민하 배우는 <파친코>를 통해 그 스펙트럼을 일찍이 알았다. 그런데 또 몰랐던 얼굴이 존재한다. 공명 배우와는 <극한직업> <멜로가 체질>을 통해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그때도 훌륭한 배우였는데 이 친구가 전역 후에 ‘멋짐’까지 장착해버렸다. 그가 만들어가는 저승사자를 기대해도 좋다.
- 현재 시점의 람우는 저승사자다. <전설의 고향> 시리즈 같은 설화 기반의 사극이나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 같은 판타지물이 그린 저승사자와 어떻게 다른 길을 가나.
김혜영 처음 고민한 지점은 람우의 그림자 유무다. 귀신의 정체성을 가진 저승사자의 그림자 유무에 관해 누구도 답을 모르지 않나. 여러 가능성을 열어주던 중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를 다시 봤다. 저승사자(이동욱)에게 그림자가 있더라.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 작품은 로맨스물이고, 희완이 다시 돌아온 람우가 저승사자란 걸 그의 존재를 통해 잊었으면 했다.
-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작품의 1~3화는 첫사랑 내러티브가 만들어내는 로맨틱코미디와 상실이 야기하는 멜로드라마가 적절히 배합됐다. 4~6화는 1~3화와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가 펼쳐친다는 소문이 무성하던데. 지금 시점에서 작품 후반부에 관해 귀띔해줄 점이 있다면.
노덕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로 돌아와야 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의 정확한 지향점이 4~6화에 전개될 예정이다. 이 이야기가 존재하게 되어 안심이 되고, 하게 되어 다행이란 생각을 내내 하며 후반부를 만들어갔다. 내가 참여한 작품을 보고 운 적이 없는데 작품의 후반부 편집본을 보곤 몇 차례 눈물이 났다.
<내가 죽기 일주일 전>
노덕 “김혜영 감독의 연출력을 믿어봐도 좋을 것이다. 작품의 기획 방향을 충분히 존중하면서 본인의 ‘극F’적 성향을 듬뿍 담아 감성적인 작품을 만들어냈다. 그에 감화돼 편집실에서 많이 울었다.”
김혜영 “배우들이 평소 보지 못한 얼굴을 꺼내 보인다. 단연 연기 열전이라 할 수 있다.”
제작 CJ ENM, 스튜디오몬도 크리에이터 노덕 연출 김혜영, 최하나 극본 송현주, 장인정 출연 공명, 김민하, 정건주, 오우리 채널 티빙 공개 4월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