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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키 17>은 원작에서 무엇을 가져왔나, 원작 소설 <미키 7>과 영화 <미키 17>의 차이점은
한 눈에 보는 AI 요약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 17>은 원작 소설 <미키 7>을 바탕으로 하되, 캐릭터와 설정을 변형해 독자적인 색깔을 더했다. 원작의 베르토는 영화에서 티모로 바뀌며 감정적 교류가 축소되었고, 독재자 부부 캐릭터는 새롭게 창조되었다. 또한, 미키의 과거 설정이 스포츠 도박에서 망한 자영업자로 변경되었으며, 영화의 배경 연도는 2054년으로 설정되어 현실감을 높였다.
  1. 영화와 원작의 변형
    1. 봉준호 감독은 원작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
    2. SF 문학과 영화의 차이를 고려해 압축 및 추가 요소 적용
  2. 베르토에서 티모로, 관계의 변화
    1. 원작의 베르토는 미키와 상호작용이 많지만, 영화 속 티모는 감정적 영향을 주는 역할
    2. 미키 7이 베르토에게 느끼는 배신감이 영화에서는 축소됨
    3. 봉준호 감독은 미키의 성장과 사랑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언급
  3. 독재자 부부와 소스에 대한 집착
    1. 영화에 새롭게 추가된 독재자 부부 케네스와 일파
    2. 소스에 대한 집착을 통해 캐릭터의 인간적 요소 강조
    3. 봉 감독은 한국 음식 문화에서 소스의 중요성을 언급
  4. 미키의 과거 설정 변화
    1. 원작에서는 미키가 스포츠 도박으로 빚을 짊어짐
    2. 영화에서는 친구 티모와 함께한 마카롱 자영업 실패로 설정 변경
    3. 봉준호 감독은 노동자 계층의 현실을 반영하고자 함
  5. 2054년, 가까운 미래 설정
    1. 원작에서는 연도가 명확하지 않지만 영화는 2054년을 배경으로 설정
    2. 지구에서 니플하임으로 바로 이동하는 과정이 강조됨
    3. 봉 감독은 현실감 있는 SF를 만들기 위해 가까운 미래를 선택

소설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하드코어 SF소설을 원작으로 한 <미키 17>은 봉준호 감독의 취향과 관점으로 세밀하게 각색되었다. 평소 인터뷰 자리에서 자신을 “작가이자 감독”이라고 일컫는 만큼 그는 원재료가 무엇이든 자기만의 색깔로 새로운 세계관을 축조해낸다. 그렇다면 이번 <미키 17>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SF 문학과 영화를 가로지르는 즐거움을 위해 압축되거나 덧붙여진 부분들을 소개한다. 영화를 보기 전이나 후, 원작 소설을 한번 읽어보는 것 또한 색다른 여정이 될 것이다.

베르토에서 티모, 조금 납작하게 다뤄진 이유는?

미키(로버트 패틴슨)의 친구 티모(스티븐 연)는 원작 소설 <미키 7>의 베르토를 변형한 캐릭터다. 티모와 비교하면 베르토는 훨씬 더 미키와 상호적이다. 개척지를 탐사하는 도중 크레바스(빙하 균열)에 빠진 미키 7은 자신을 제대로 구하지 않고 돌아가버린 베르토에 대한 서운함을 품는다. 구조 시도조차 하지 않은 친구에 대한 원망이랄까. 베르토가 미키 7의 죽음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신고해버리는 바람에 미키 8이 탄생해버렸지만 멀티플 사실을 들키면 안된다는 것은 영화와 같아서 친구에게 제대로 화조차 내지 못한다. 대신 떠보기를 한다. “내가 어떻게 죽었어? 빠져 죽었어, 아니면 크리퍼에게 먹혀 죽었어?” 자신의 사인을 아는지 모르는지 들쑤시면서 괜히 베르토를 곤란하게 한다(심지어 마셜에게 둘이 함께 불려갔을 때 자기도 왜 크레바스에서 죽은 줄 모른다고 이르기까지 한다). 이토록 미키 7이 감정적으로 폭주한 이유는 베르토가 이번에만 거짓말을 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나한테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는 건 아는데 무슨 일이 왜 일어났는지, 그 일이 다시 일어나는 걸 막기 위해 뭘 할 수 있는지 기억이 안 나. 그걸 기억할 방법은 너희를 믿을 수밖에 없다고.”(<미키 7> 중에서) 소설 속 미키 7이 베르토와 유기적인 연결고리를 이어나간다면 영화 속 미키 17은 티모로부터 감정적인 영향을 받는 정도로 그친다. 국내 기자회견에서 “<미키 17>은 미키의 성장과 사랑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세우고 싶었다”고 밝힌 봉준호 감독의 말을 증거 삼아, 주변부보다 미키 성정 그 자체에 더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독재자 부부 케네스(마크 러팔로)와 일파(토니 콜레트)는 왜 이렇게 소스를 좋아하는 걸까?

세계사 속 필리핀과 루마니아의 독재자 부부에게서 연상했다는 이 커플은 모든 말씨와 행동이 무척 크고 유난스럽다. 특히 원작 소설에 등장하지 않는, 영화를 위해 창조된 일파 마셜은 유독 소스에 집착한다.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이를 두고 봉준호 감독은 캐릭터의 인간적인 특징을 끌어올렸음을 부각했다. “영화에는 ‘소스가 문명의 리트머스다’라는 말도 나온다. 위험한 표현이지만 독재자 부부가 귀엽다. 매력적이거나 웃기게 보이는 독재자랄까. 위험한 표현이다. 이들은 소스에 집착할 때 특히 귀엽다. 소스에 대한 마음만큼은 진심인 사람들이다. 이 설정은 정치적인 알레고리로만 보기보다는 진짜 소스를 사랑하는 취향을 가진 인물로 보면 좋겠다.” 이에 소스가 무척 중요한 한국 음식에서 비롯한 것인지 묻는 질문이 이어지자 봉 감독은 “소스가 한국 식문화에서 핵심적인 요소이긴 하다”고 응했다. “한국 음식은 대부분 메인 메뉴에 여러 소스 중 하나를 고르는 형식이 아니라, 음식당 소스가 매칭돼 있는 경우가 많다. 둘을 분리할 수 없다. 음식과 소스가 하나다”라고 말했다.

망한 자영업자, 봉준호 감독은 이 컨셉을 좋아하는 걸까?

원작 소설 <미키 7> 속 미키 역시 빚을 져서 외계 행성으로 도망간다. 이유는 스포츠 도박. 미키의 친구 베르토는 뭐든지 단번에 잘하는 편이었다. 15살 생일날 어머니로부터 포그볼(작중 가상 스포츠) 라켓을 선물받은 베르토는 배운 적도 없는 운동으로 학교팀 선수로 합류하고, 프로 아마추어 합동 토너먼트에 참여했다. 그리고 그해 동일 연령대 2위, 그다음해에는 아마추어 부문 1등을 달성한다. 한동안 그만둔 포그볼을 9년 뒤 다시 시작했을 때 우승을 자신만만해하는 베르토가 얄미워서 미키는 모든 돈을 그의 패배에 몽땅 걸어버린다. 그렇게 빚더미를 떠안는다(나중엔 미키가 이 사실을 두고 베르토에게 네 탓도 있다며 자신이 니플하임에 갈 수 있는 방안을 같이 찾자고 뻔뻔하게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조금 다르게 펼쳐진다. 친구 티모와 함께 동업을 했던 마카롱 자영업이 실패를 맛본 것. 봉준호 감독의 전작 <기생충>의 대형 카스테라 가게 운영을 떠올리게 되는 이 말은 온전히 노동자 계층에 관심도가 높은 봉 감독의 선택과 관점 때문이다. 국내 기자회견에서 봉 감독은 “<미키 17>은 SF영화이지만 땀냄새 나는 SF”라고 표현했다. 극한 처지의 노동자 이야기를 통해 이 세대의 젊은 층과 중첩되는 부분, 이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그려내고 싶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2054년, 생각보다 멀지 않은 미래를 설정한 이유는?

원작 소설에서는 연도가 정확히 나타나지 않지만 이미 지구가 멸망한 후 미르가르드 행성에서 지내고 있는 상황이며 그다음에 대안 행성을 찾은 게 바로 니플하임이다. 두 번째 대안 행성을 찾은 시점이라는 뜻. 하지만 영화는 지구에서 바로 니플하임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그린다. 시간적 배경도 지금으로부터 29년 뒤인 2054년. 왜 이렇게 현재로부터 가까운 시간대를 설정한 것일까? 국내 기자회견에서 봉준호 감독은 이에 대한 설명을 남겼다. “근미래다. 다시 말해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겪게 될 일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현실감 있고 피부에 와닿는 SF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나 또한 <듄> 시리즈 같은, 아주 먼 우주 저편의 이야기를 펼치는 SF 작품도 좋아한다. 하지만 <미키 17>은 인간적인 면을 높이기 위해 시간을 더 끌어당겼다. 불과 10년 전인 2015년에는 챗지피티를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인공지능과 중얼중얼 이야기한다. 이런 현실을 어떻게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그런 묘미를 높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