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연과 이병헌은 <중독>이 두 번째 만남이다. 풍금소리가 나뭇잎을 흔드는 시골 초등학교, 단아한 여선생님과 그녀 곁을 가슴 두근거리며 맴도는 총각선생님으로 만났던 두 사람은 <내 마음의 풍금> 이후 4년 만에 연인으로 마주하게 됐다. 그 사이 서른 문턱을 넘기도 했지만, 긴 의자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이 안개를 품은 듯 아련해 보이는 건 몇살 더 먹은 나이 때문만은 아니었다. 카메라 앞에서만은 다시 <중독>의 위태로운 연인으로 돌아가야 하므로, 이미연은 사랑했던 남편의 영혼을 받아들이지 못해 번민하는 은수로, 이병헌은 죽어버린 형의 육체를 대신해 형수 곁에 서는 대진으로, 떠들썩한 몸짓과 웃음을 한풀 죽이곤 했다.
차마 눈길조차 부딪치지 못하는 포스터의 이미지가 말해주는 것처럼, <중독>은 누구도 용서해주지 않을 사랑의 기록이다. 세상 사람들의 눈이 두렵고 스스로의 마음이 두렵지만, 기적처럼 살아난 사랑에 서서히 ‘중독’되어 가는 연인. 도덕의 한계를 묻는 극단적인 사랑 속에서 한 계절을 보낸 이미연과 이병헌은 촬영을 마치고 난 지금 이미연의 말처럼 “모자란 부분을 맞춰가는 부부같은 사이”가 됐다. 사진기자가 부탁한 포즈가 어색한 듯 머뭇거리는 이미연의 허리를 이병헌이 와락 끌어안아 편안하게 받쳐주고, 짧게 깎은 머리 때문에 신경쓰는 이병헌을 이미연이 쾌활한 목소리로 다독인다. “처음엔 몇번 토닥거리기도 했”다지만, 두 사람의 기댄 어깨는 이제, 서로에게 녹아드는 것처럼 가까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