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패스워드>
2001-04-17
시사실/ 패스워드

열려라, 파일! 이제 진실은 리얼타임으로 전세계에 중계된다. 디지털은 세상의 중심부로 진군했고 반란군은 없다. 게리의 말대로 컴퓨터의 위대한 기술력 앞에 무릎꿇지 않을 정부는 없다. 컴퓨터는 권력이자 힘이다. 그러나, 컴퓨터는 진실이기도 하다.

<패스워드>의 ‘패스워드’는 ‘디지털’,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벤처’다. 그러나 스릴은 평균점이고, 별다른 액션도 없다. 배신도, 반전도 예상치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다만 <패스워드>는 ‘이슈’가 될 만한, 아니 지금 가장 ‘뜨거운’ 사건을 연상시키는 ‘패스워드’가 될 수 있다. 지금 미국에서는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점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장밋빛 미래를 열어줄 디지털 전도사로 추앙받던 빌 게이츠는 무조건적인 찬사에서 비껴나, 정보를 독점하고 경쟁자들을 비열한 방법으로 패배시켰던 ‘악덕기업가’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최종 결론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하지만 <패스워드>는 바로 그 뜨거운 감자를, 일방적인 관점에서 그려낸다. ‘똑똑한 몽상가’로 믿었던 소프트웨어의 천재들도 역시, 과거의 지저분한 ‘독점 자본가’들과 똑같다는 것. 게리 윈스턴은 젊은 프로그래머의 방과 컴퓨터를 해킹하고, 그들의 창조물을 빼앗기 위해 살인까지 예사로 저지른다. 그리고 그 모든 ‘악행’은, 디지털이 인도하는 휘황한 미래라는 달콤한 꿈으로 포장된다. 디지털 세계에는 0과 1이라는 두 가지 숫자만 존재한다. 게리의 흑백논리는 자신이 권력을 가지고 모든 것을 독점할 때만 위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마일로는 디지털을 이용하여, 카피레프트를 이용하여 게리의 ‘독점’을 순식간에 해체하고 새로운 미래를 제시한다.

‘인생극장’처럼 순간의 선택으로 상반된 두개의 삶을 살아보는 여성의 이야기 <슬라이딩 도어즈>의 피터 호윗 감독이 만든 두 번째 영화. <함정>에 이어 다시 한번 악당이 된 팀 로빈스와 열정으로 가득 찬 라이언 필립의 연기도 볼 만하다.

위정훈 기자 oscar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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