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2002년 영화계엔 어떤일이 일어났나
2002-12-05

칸과 베니스에서의 연이은 낭보, 다양한 영화들의 해외영화제 진출과 잇따른 리메이크 판권 판매 등 올해는 어느 때보다도 세계 속에 한국 영화의 위상이 높아진 해로 기록될 것 같다.

한국영화 점유율은 10월말까지 45%로 지난해 46%에 비하면 조금 떨어진 수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에서의 한국영화 인기는 여전히 높았다. 올 최고의 화제작은 상반기 <집으로..> 와 하반기 <가문의 영광>. ‘대박’을 기대하지 않던 두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반면 100억 가까운 제작비를 들인 몇몇 블록버스터급 영화의 흥행 실패는 충무로 위기론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한편, 올 영화계에는 유난히 검찰에 소환된 영화인들이 많았다. 개그맨출신 영화제작자 서세원씨는 방송사 PD에게 PR비를 제공한 혐의로 검찰에 쫓기는 처지고 곽경택 감독은 조직폭력배에 자금을 건넨 혐의로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으며 ‘대종상 비리’또한 수사대상이 됐다.

후반기에는 영화 <죽어도 좋아>의 제한상영가 등급부여와 관련 등급체계와 영등위의 개혁에 관한 논의가 끊이지 않았으며 영화 <바람난 가족>의 출연 약속을 어기고 TV드라마에 출연한 김혜수와 제작사 명필림 간의 공방도 있었다.

■세계속에 높아진 한국영화의 위상 = 올해 한국영화계는 사상 최초로 3대 영화제의 감독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지난 5월말 칸영화제는 <취화선> 을 연출한 한국의 거장 임권택 감독에게 감독상을 수여했고 9월 초에는 <오아시스> 이창동 감독이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을 차지하며 그렇게도 넘기 힘들던 세계 3대 영화제의 벽을 차례로 뛰어넘었다.

11월 열린 부산영화제에 칸과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이 한자리에 모인 것도 높아진 한국영화의 위상을 입증해준다. 이밖에도 <집으로..>, <동승>, <괜찮아 울지마>, <화산고>, <고양이를 부탁해> 등 다양한 한국영화들이 크고 작은 영화제에 속속 진출했다.

또 지난해 <조폭마누라>에 이어 올해는 <달마야 놀자>, <시월애>의 리메이크 판권이 할리우드에 팔리기도 했다.

■한국영화 점유율 45% = 영진위가 발표한 10월말까지의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은 45%로 한국영화는 2년 연속 40%대를 기록하며 강세를 유지했다. 올해 흥행랭킹 10위 중 한국영화는 <가문의 영광>(서울 160만), <집으로…>(서울 160만), <공공의 적>(116만), (88만) 등 4편으로 지난해에 비해 2편이 줄었다. 비슷한 점유율에도 빅히트작이 줄어든 것은 한국영화의 제작편수가 지난해보다 대폭 증가했기 때문. 영등위의 등급분류통계에 따르면 올 11월 말까지 제작된 한국영화는 모두 109편으로 같은 기간 60편이었던 지난해에 비해 갑절 가까이 늘었다.

■<집으로…>와 <가문의 영광> 돌풍 = 전반기 <집으로…>와 후반기 <가문의 영광>의 흥행 ‘대박’을 예상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 같다.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는 자극적이지 않은 소재와 따뜻한 시선으로 전국 413만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며 소재의 다양성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였고 조폭영화에 가족이라는 소재를 끌어들인 <가문의 영광>은 ‘한물갔다’는 조폭 영화도 변형을 통해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블록버스터의 실패에 따른 충무로 위기론 = <예스터데이>, <아유레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등 제작비 70억을 넘는 블록버스터급 한국영화가 잇따라 흥행에서 참패하며 몇몇 투자사가 재정사정이 어려워지자 ‘한때 불어닥쳤던 벤처 열풍이 잠잠해지듯 영화투자자금도 물밀듯이 빠져나가는 것 아니냐’는 한국영화 위기론도 확산됐다.

“제작편수는 늘어났지만 흑자를 낸 영화는 줄었다”는 논리와 “<친구> 같은 빅히트작은 없지만 전국 80만~200만명의 흥행영화는 많아졌다”는 주장이 맞서기도 했으며 “과도한 마케팅비와 지나치게 많은 제작비용을 줄여서 거품을 거둬내야 한다”는 말도 영화인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한편, 해외자본의 한국영화 투자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플라스틱 트리>는 프랑스의 자본으로 제작을 마쳤으며 <왕조의 눈>도 프랑스 합작을 논의 중이다. 이밖에 <블루>는 일본으로부터 일부 제작비를 투자받았고 한맥영화사의 <실미도>와 장윤현 감독이 계획중인 미국영화 의 리메이크판도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의 전액투자가 결정됐다.

■<죽어도 좋아> 논란 = 70대 노인들의 사랑과 성을 다룬 영화 <죽어도 좋아>가 구강성교와 성기노출 등의 이유로 두 차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자 영등위 위원 3인이 ‘적합한 근거에 따른 의사결정이 아니다’며 사퇴했고 문화관련 시민단체와 영화인들이 반발하고 나서는 등 등급 심의 기준에 대한 논란이 영화계 안팎에서 끊이지 않았다.

<죽어도 좋아>는 3차 심의에서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아 오는 6일 개봉을 앞두고 있지만 영화 등급체계 개선과 영등위 개혁 문제는 영등위 내부와 영화관련 문화단체들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충무로와 ‘조폭’ = 영화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조직폭력배로부터 압력을 받아 거액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검찰 조사를 받자 영화계를 맴돌던 충무로 조폭자금 유입설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명확한 증거가 드러나지 않은 ‘소문’이지만 충무로에는 “많지는 않지만 몇몇 영화는 조직폭력배의 자금으로 만들어졌다더라”는 식의 얘기가 널리 퍼져있다. “‘양지’에서의 사업을 계획하는 조직폭력배와 투자자를 애타게 찾는 제작사의 필요가 서로 맞아 떨어져 조폭자금이 충무로에 흘러드는 것”이라는 것이 소문의 내용.

■치열해진 극장시장 = 지난 한해 서울시내에서 문을 닫은 극장은 명화극장, 신촌아트홀, 밀레 아트홀, 코리아극장, 매트로 시네마, 파고다 극장, 시넥스 등 모두 7개로 전부 단관 극장이다. 반면, 멀티플렉스 극장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CJ-CGV는 올 한해 명동과 구로, 목동에서 모두 23개 스크린이 새로 오픈됐으며 메가박스는 부산 해운대, 김포와 목포에 19개 관이 추가됐다. 올초 8개 스크린을 갖추며 재개관한 대한극장은 멀티플렉스로의 변신에 성공하기도 했다. 여기에 극장사업 진출을 선언한 플래너스도 내년 신림동에 멀티플렉스 극장을 개관할 계획이며 종로의 단성사와 피카디리도 내년 대형 멀티플렉스로 다시 문을 열 계획이어서 갈수록 극장 시장의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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