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두 사람. 짐짓, 정우성은 임은경에게 “이름이 뭐죠?”라고 묻는다.
일이 다 끝날 즈음 임은경은 정우성과 함께한 시간이 “너무 떨렸다”고 고백한다. 또 “너무 재미있었다”고도. 중학생 시절 <비트>를 보고 정우성을 좋아했던 임은경. 늘 혼자 카메라 앞에 서온 그녀에게 정우성은 함께 사진을 찍는 첫 배우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정우성에게 임은경은 열살이나 나이 차이가 나고 키도 자신의 어깨까지밖에 안 오는 작고 깜찍한 후배다. “라이터 많이 팔았어요?” “별로 못 팔았어요.” 정우성의 짧은 농담에도 임은경은 금세 얼굴을 붉히고, 그걸 보고 정우성은 장난스럽게 씨익 웃는다. 이 시대의 젊음. 정우성이 푸른 잎새를 달고 건장하게 가지를 뻗은 여름날의 나무라면, 임은경은 여린 싹과 꽃봉오리가 섞인 봄나무가 아닐까. 젊음에도 계절처럼 미묘한 단계가 있다면 말이다.
300호를 맞은 <씨네21>은 정우성과 임은경, 이 두 배우를 2001년의 가장 아름다운 두 젊은 남녀배우로 보았다. <비트> <태양은 없다>에서 자유와 반항의 아우라를 한껏 풍기며 10대, 그들의 자화상을 그려냈던 정우성. 20대 후반이 된 그는 지금 김성수 감독의 <무사>에서 만주 벌판의 무사가 되어 힘차게 달려오는 중이고, ‘이름 모를’ 신인광고모델로 시작하여 이제 막 첫 영화를 찍고 있는 임은경은 장선우 감독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에서 게임 속 환상의 주인공이 되어 심상치 않은 눈빛을 가다듬고 있다. 올 여름 개봉할 <무사>와 올해 말 개봉예정인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공히 올 하반기 기대작인 이 작품들 각각에서 정우성과 임은경이 보여줄 새로운 모습은 어떤 것일까. 기대와 호기심 속에, <씨네21>은 <무사>의 정우성과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의 임은경, 두 배우를 한자리에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