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프랑스의 홍상수 편애 이유 [3]
2003-03-14

감성과 지성의 연금술<르몽드> 2003년 2월26일 게재된 비평 요약문

마침내 홍상수의 세편의 영화가 안목있는 작은 배급회사인 ASC 덕택에 극장에 소개되었다. 그들이 선택한 작가는 지금부터 반드시 주목을 해야 할 감독이다. 단지 또 하나의 걸출한 세계적인 감독이 될 아시아 대륙의 새로운 재능으로서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드물게 나타나는 귀한, 까다로운, 정확한 또 그러면서 동시에 놀라울 정도로 대담한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그는 표현을 위한 장치들을 사색의 도구로 변환시키는 능력을 지녔고 그러면서 또 오늘날의 애정과 섹스생활에 대한 냉철한, 또 가끔은 씁쓸하고 비관적인 초상을 그려낸다. 이것은 서울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이 세 영화에서 표현된 세계보다 더 보편적이고 더 직접적이고 그러니까 더 가깝게 느껴지는 세계는 없을 것이다.

심리극을 넘어, 모더니티를 향해

세 영화는 각각 아주 조금씩 그들의 비밀을 드러낸다. 이는 느리게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이뤄지는데 이야기는 연출의 힘에 의지해 촉각되지 않는 뭔가를 잡아내는 데 주의를 기울인다. 또 등장인물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그 무엇들과 등장인물들이 그들의 정신상태와 기분과 특히 좌절감을 투사시킨 것의 결과물인 그 무엇인가를 포착해내려 한다.

홍상수의 세편의 영화들은 각각 뭔가 준거점을 찾는 관객에게 정보들을 내주는 데 시간을 들인다. 이는 관객을 일견 대단히 평범한 사건과 시간의 복잡하고 예측이 어려운 조직망 속으로 빠뜨리는 것이다. 일어나는 사건들이란 먹거나 마시거나 남녀간에 시시덕거리거나 기다리거나 버스를 타거나 서울의 길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들이다. 그러다 우리는 마침내 정교하게 짜여진 이야기 구조를 발견하게 된다. 이 이야기 구조는 출발점으로 되돌아와 닫히는 형태를 띠거나 이중구조를 가져 시간이 겹쳐지는데, 이러면서 이야기는 이제까지 우리가 보지 못한 방향으로 열린다.

<강원도의 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오! 수정>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의 한 등장인물은 마르크시즘과 유교를 조화시킬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고 선언한다. 홍상수의 영화가 서로 반대되는 요소들을 혼합시키는 방식에서 이들 영화에서도 <돼지…>의 등장인물의 그것과 비슷한 종류의 바람을 찾을 수 있다. 시간의 해체를 통해 합리성을 위협하는 것, 인과율의 연쇄라는 수평성을 동시성이란 수직성에 연결시키는 것이 그것이다. 그의 영화들은 이렇게 단순한 심리극을 뛰어넘어 영화의 모더니티로 향한다. 이는 인간행동의 불투명함과 무의미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끔찍할 정도로 진실한 감정

개념적으로 이야기를 구성하는 이런 방식이 구체적이고 끔찍할 정도로 진실한 감정들을 묘사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아니다. 중간 크기나 넓고 긴 컷들은 각 시퀀스의 실제 시간을 준수하고 긴장감을 조장시킨다. 이 긴장감은 매번 해소되는 것처럼 보이다 다음 장면에서 되살아난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날>에서 콘돔이 찢어지는 장면은 그것을 낀 등장인물에게 극도의 불안감을 불어넣는다. 이는 성병에 걸릴 걱정 때문이기보다 이 사건이 그로 하여금 실제적인 접촉을 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일련의 감정적이고 성적인 흐름 속에 빠진 인물들을 묘사하는데 이들은 대도시 공간 속에서 방황하고 그들이 추구하는 대상을 발견하는 데 이르지 못한다.

<강원도의 힘>만큼 사랑하다 헤어진 다음 이어지는 나날들을 사는 인물들의 안개가 낀 듯 흐릿하고 몽유병에 걸린 듯한, 또 병에 걸렸다 다 나아갈 때쯤과 같은, 아주 차분하게 좌절된 상태를 잘 보여준 영화는 드물 것이다. 세편의 영화 중 가장 형식적으로 정교한 <오! 수정>은 한국의 겨울의 혹독함을 더 강화시켜 보여준 것으로 생각되는 흑백화면에 힘입어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만든다. 이는 우리가 그들의 행동이 성적인 좌절에 의해 조장된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진정한 감정들과 맑은 지성을 결합시킬 수 있는 연금술과 같은 이 능력은 우리에게 위대한 감독을 지목해준다.

글: 장 프랑수아 로저/ <르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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