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통렬하나 엉성한 <볼링 포 콜럼바인>
2003-05-03
글 : 짐 호버먼 (칼럼니스트 영화평론가)

자기과시는 거슬린다

두 번째 걸프전이 이제 하시라도 터질 것 같은 요즘, 마이클 무어의 최신 다큐멘터리 사이코드라마 <볼링 포 콜럼바인>이 개봉됐다. 이것은 매우 시의적절하게 솔직한 감정을 토로하고 있으며, 유명인사라면 언급을 피하고 싶을 만한 문제제기를 거침없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살 만한 작품이다.

무어는 미국 다큐멘터리 영화인들 중에서도 그 존재가 단연 우뚝한 사람이다. <볼링 포 콜럼바인> 홍보포스터 중에 보면 무어가 한쪽 어깨엔 카메라를, 다른 쪽 어깨엔 총을 메고 있는 사진이 있는데, 그건 실은, 한쪽 귓가에 속삭이고 있는 인민주의 천사와 다른 쪽 귓가의 나르시시즘 악마로 표현돼야 한다. 열광적인 팬들의 환영으로 시작하는 자기자랑투성이의 전작 에 비해 덜 뻔뻔스러운 <볼링 포 콜럼바인>은, 덴버 근교의 리틀턴에 소재한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 99년에 벌어진 학살을 다루되, 미국에 만연한 폭력에 대한 보고서로서의 의미를 함께 깔아넣는다. 영화는 통렬하며, 때론 유쾌하기도 하다.

그는 총잡이 에릭 해리스와 함께 그날 아침 볼링 수업을 들었던 아이들을 인터뷰하기도 하고 사건 와중에 부상을 입은 친구들을 만나기도 한다. 이것은 선정적이되 이유 있는 선정성이다. 미국 내 폭력과 국제사회 폭력의 연관성을 찾아보려 노력하던 중에 무어는 리틀턴의 가장 큰 산업체는 록히드 마틴이며 컬럼바인 학살의 그날은 세르비아가 가장 큰 폭격을 맞은 날이었다는 점을 꼬집어낸다. 논리적 연관은 엉터리지만 무어는 명쾌하게 밀어붙인다. 그는 애매모호한 구석을 남겨둘 사람이 아닌 것이다.

<볼링 포 콜럼바인>은 총기류 규제에 관한 논쟁에 불을 붙일 뿐 아니라, 이 문제가 왜 미국 정치논쟁에 있어 반복적인 이슈가 되는지를 질문한다(아서 슐레진저가 삼십몇년 전 이렇게 갈파했듯이 말이다: “아무도 활과 화살로 대통령을 암살하려 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사회적 의미를 떠나 영화작품으로 평가하자면, 이것은 구조가 엉성한 데다가 30분 정도는 잘라내야 할 정도로 너무 길고, 만든 이의 페르소나가 지나치게 투영되어 있다. 관객이 영화를 보고 어떤 느낌을 갖게 될지와 상관없이 무어는 K마트의 총알판매를 규탄한 데 대해 감사를 받는 모습과 또 자기가 마치 야구모자를 쓴 테레사 수녀이기라도 한 양 불쌍한 희생자들을 꼭 껴안아주는 모습을 필름에 담는다.

이 사건을 거침없이 9·11 사태와 연관짓는 무어는 좀더 큰 그림으로 눈을 돌린다. 도대체 왜 미국은 이다지도 폭력적이란 말인가? 캐나다도 미국 못잖게 총기를 소지하고 있고, 피로 얼룩진 과거를 갖고 있기로는 독일이 더하며, 영국이야말로 더 광대한 제국을 거느리지 않았었나. 폭력이야말로 사과파이만큼이나 미국스런 것이라고 말한 이가 누구였더라? 미국이라는 국가건설은, 노예제도라는 공인되고 제도화된 테러와 300년간의 인디언들과의 투쟁 와중에 일어난 것 아니었던가. 피비린내나기 이를 데 없던 남북전쟁은 다시 반세기간의 자본 대 노동의 전쟁으로 접어들지 않았던가. 미국이 해외에서 저지른 폭력은 빼고, 국내에서 일어난 폭력만 열거한다고 해도 이렇게 엄청나지 않은가. 쉴새없이 자행된 사형(私刑) 교수형들과 국가의 사형집행은 접어두고라도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친구들에게 총을 겨누는 십대 꼬마들까지 설명해낼 수 있을 것인가?

무어는 마릴린 맨슨에게 죄를 덮어씌워 컬럼바인 사건의 희생양으로 몰아붙이려는 시도와 할리우드야말로 폭력의 책임자라는 흔한 보수주의 의견에 조롱을 보낸다. 대신 그가 지목하는 죄수는, 온갖 사건들을 모아 강박적으로 설레발치며 공포를 조장하며 대중을 흥분시키는 언론이다(미국인들이 대혼란과 학살, 범죄의 현장을 구경하기 좋아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외국인들은 시체가 즐비한 영화를 보며 웃음을 터뜨리는 미국인들을 보며 종종 놀란다). 일종의 수정안을 만들어내기 위해 언론은 다시, 보수 우파 수다쟁이 하나를 끌어와 무어와 데스매치를 붙여보고 싶어할지도 모른다.

무어도 그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볼링 포 콜럼바인>의 장엄한 피날레는 국립총포연합(NRA) 회원이라는 감독 자신의 지위를 활용, 유명회원 중 하나인 찰턴 헤스턴을 꼬셔 자택 인터뷰를 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만약 영화 앞부분에서, 자신이 NRA 회원임을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관객은 몸을 덜덜 떠는 이 노쇠한 배우(그는 자신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고 늘 말해왔다)에게 연민마저 느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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