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Revew] 생령
2003-06-03
글 : 손원평 (소설가)
■ Story

같은 시간에 두 장소에서 나타나 귀신이라고 소문난 아사지(히토미 미와)와, 아사지가 집착을 가진 료지(고지 마쓰오)가 겪게 되는 끔찍한 일들이 전반부에 펼쳐진다. 후반부에서는 료지의 형인 카즈히코(유이치 마쓰오)가 알 수 없는 저주로 인해 사람들이 죽어가는 아파트로 이사오게 된 나오코(아수미 미와)와 옷장 안에 숨어 있는 영혼의 정체를 밝혀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 Review

일본의 베스트셀러 공포물 <각천사>를 원안으로 채택한 이 영화는 확실히 영화적인 공포 그 자체를 추구하기보다 괴담스러운 에피소드를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창백하고 말이 없으며 걸을 때마다 물 위를 걷듯 철퍽철퍽 소리가 나는 괴기스런 소녀가 자기에게 동정을 표시해준 남자아이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그 이후로는 그 남자와 가깝거나 관심을 가진 사람은 모두 여자아이의 괴기스런 모습에 놀라 사고로 죽는다든지, 하필이면 각층의 5호에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분명히 닫아놓았던 옷장은 잠깐 한눈을 판 사이면 어김없이 열려 있고, 밤에는 옷장 안에서 어린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든지 하는 것들은 그야말로 귀신 얘기의 전형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에피소드는 영화적인 드라마의 기능을 하면서, 원혼의 정체가 다가가가면서 인과관계를 밝혀내거나 캐릭터에 맞는 반전을 일구어내기보다는 그냥 소재와 이야기를 제공하는 데 멈추어버린다.

게다가 두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야기들은,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이 극중에서도 형제로 나오는 록그룹 Y2K의 일본인 형제 고지 마쓰오와 유이치 마쓰오라는 것을 제외하면 아무런 연관성도 없다. 이건 마쓰오 형제를 위한 배려일 뿐이라는 느낌이 든다. 좀더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내기 위해 영혼의 눈으로 보는 거친 질감의 시점숏이라든지, 갑자기 끼어드는 비현실적인 색감 등을 사용했으나 플롯상의 허점이 너무 큰데다가 그 자체가 그렇게 뛰어난 퀄리티를 갖고 있지 않아서 시각적으로도 오히려 부담을 준다다.

중·고교 시절 교실에서 짤막하게 나누던 시시하고 귀결이 분명치 않던 귀신 얘기를 떠올리는 관객에게는 이 영화가 분명 어떤 추억을 자극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른바 ‘학교 괴담’의 인기와 두명의 아이돌 스타를 모두 주연급으로 발탁했을 때의 상업적 효과 말고는 굳이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이유가 짐작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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