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캐롤(린다 피오렌티노)은 양로원의 간호사로 일한다. 한때는 고교 졸업파티의 여왕으로 뽑힐 만큼 잘 나갔지만, 지금껏 오리건주를 벗어나보지도 못한 채 노인들의 뒤치다꺼리로 바쁜 일상에 지쳐 있다. 그런 캐롤의 양로원에 유명한 은행강도였으나 전신이 마비된 노인 죄수 헨리(폴 뉴먼)가 실려온다. 헨리의 간호를 맡게 된 캐롤은, 그가 감옥에서 나오기 위해 전신마비를 가장하고 있음을 알아챈다. 하지만 캐롤은 헨리의 속임수를 밝히는 대신 오히려 다시 은행을 털자고 제안한다. 처음엔 코웃음치던 헨리도, 전 파트너에게 맡겨둔 돈을 찾는 데 실패한 뒤 캐롤, 그녀의 남편 웨인(덜모트 멀로니)과 현금 수송 차량을 털기로 한다.
■ Review
애초 이 영화가 가능했던 이유 하나는, 폴 뉴먼이란 배우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내일을…> <스팅> 등에서 매력적인 범죄형 캐릭터를 보여준 바 있는 뉴먼의 전력은 영화 도처에 향수어린 잔영을 겹쳐놓았다. 그 흔한 총격전 한번 없이 사전계획만으로 현금을 터는 헨리는, 총보다 머리를 쓰는 은행강도 부치와 닮아 있다. ‘헨리’란 이름은 <스팅>에서 뉴먼이 맡은 역할과 같고, 헨리가 바에서 캐롤과 웨인에게 자신의 과거를 얘기하는 장면에서는 <컬러 오브 머니>가 떠오를 법하다. 캐롤의 육탄공세에도 눈하나 까딱 않고 전신마비를 연기하는 천연덕스러움부터 백발 성성한 나이에 새로운 시작에 나서는 낙천적인 웃음까지, 뉴먼의 카리스마는 좀체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극의 전개에 완숙한 무게를 실어준다. <웨어 더 머니 이즈>는 리들리와 토니 스콧 형제의 영화사 ‘스콧 프리’에서 제작하고, 같은 영국 출신인 마렉 카니에프스카가 연출을 맡은 작품. 귀에 익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감독의 화술은 새로울 것 없이 심심하지만, 총격과 유혈 낭자한 속도전 대신 사소한 아이디어와 유머감각을 배치한 구식 강도영화의 향수, 무모하나마 꿈을 찾아나서는 노익장 폴 뉴먼과 린다 피오렌티노 콤비의 호연은 매력적이다. 황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