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웨어 더 머니 이즈>
2001-05-15
<웨어 더 머니 이즈>

■ STORY 캐롤(린다 피오렌티노)은 양로원의 간호사로 일한다. 한때는 고교 졸업파티의 여왕으로 뽑힐 만큼 잘 나갔지만, 지금껏 오리건주를 벗어나보지도 못한 채 노인들의 뒤치다꺼리로 바쁜 일상에 지쳐 있다. 그런 캐롤의 양로원에 유명한 은행강도였으나 전신이 마비된 노인 죄수 헨리(폴 뉴먼)가 실려온다. 헨리의 간호를 맡게 된 캐롤은, 그가 감옥에서 나오기 위해 전신마비를 가장하고 있음을 알아챈다. 하지만 캐롤은 헨리의 속임수를 밝히는 대신 오히려 다시 은행을 털자고 제안한다. 처음엔 코웃음치던 헨리도, 전 파트너에게 맡겨둔 돈을 찾는 데 실패한 뒤 캐롤, 그녀의 남편 웨인(덜모트 멀로니)과 현금 수송 차량을 털기로 한다.

■ Review

<내일을 향해 쏴라>의 부치 캐시디가 칠순 노인이 됐다면, 과연 어땠을까. 더구나 은행을 털다가 정전으로 금고에 갇히는 바람에 감옥 신세를 지고 있다면 말이다. <웨어 더 머니 이즈>의 헨리는 ‘노년의 부치’에 다름 아니다. 전설적인 은행강도였던 그는 감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신마비를 ‘연기’하고, 양로원으로 이송된다. 그리고 선댄스 키드처럼 ‘행동파’ 간호사 캐롤을 만나 다시 한탕의 꿈을 펼치는 것이다. 서부시대가 현대로, 부치와 캐시디가 나이든 헨리와 여자인 캐롤로 바뀌었지만, <웨어 더 머니 이즈>는 <내일을…>처럼 법질서에서 이탈한 이들의 강도 행각을 그린, 이른바 케이퍼(caper) 무비라 불리는 영화들의 뒤를 잇는 작품이다.

애초 이 영화가 가능했던 이유 하나는, 폴 뉴먼이란 배우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내일을…> <스팅> 등에서 매력적인 범죄형 캐릭터를 보여준 바 있는 뉴먼의 전력은 영화 도처에 향수어린 잔영을 겹쳐놓았다. 그 흔한 총격전 한번 없이 사전계획만으로 현금을 터는 헨리는, 총보다 머리를 쓰는 은행강도 부치와 닮아 있다. ‘헨리’란 이름은 <스팅>에서 뉴먼이 맡은 역할과 같고, 헨리가 바에서 캐롤과 웨인에게 자신의 과거를 얘기하는 장면에서는 <컬러 오브 머니>가 떠오를 법하다. 캐롤의 육탄공세에도 눈하나 까딱 않고 전신마비를 연기하는 천연덕스러움부터 백발 성성한 나이에 새로운 시작에 나서는 낙천적인 웃음까지, 뉴먼의 카리스마는 좀체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극의 전개에 완숙한 무게를 실어준다. <웨어 더 머니 이즈>는 리들리와 토니 스콧 형제의 영화사 ‘스콧 프리’에서 제작하고, 같은 영국 출신인 마렉 카니에프스카가 연출을 맡은 작품. 귀에 익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감독의 화술은 새로울 것 없이 심심하지만, 총격과 유혈 낭자한 속도전 대신 사소한 아이디어와 유머감각을 배치한 구식 강도영화의 향수, 무모하나마 꿈을 찾아나서는 노익장 폴 뉴먼과 린다 피오렌티노 콤비의 호연은 매력적이다. 황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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