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독창적인 모방,<컨페션>의 척 배리스,샘 록웰
2003-07-30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클리블랜드의 어느 시끄러운 술집에서 앞으로 연출하게 될 영화 한편에 대해 조지 클루니가 열심히 떠들고 있을 때도 샘 록웰은 도대체 그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정확히 몰랐다”. “좋아요, 뭐, 아무거라도 하죠. 하루짜리 배역이라도요.” 그런데 섹션8(조지 클루니와 스티븐 소더버그가 운영하는 제작사)의 벤 크로스그로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샘, 조지가 당신 10월 동안 시간 좀 되는지 알고 싶어하는데….” “왜요?” “<위험한 마음의 고백: 공인되지 않은 자서전> 때문에 말야.” 8살 이후로는 본 적이 없던 <땡쇼>를 비디오로 다시 보고, 그중 몇 장면을 눈여겨봐둔 뒤 그는 LA로 날아가 오디션을 받았다. 브래드 피트, 조니 뎁, 숀 펜, 마이크 마이어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에드워드 노튼 등등 말 그대로 한 다스가 넘을 정도의 날고 뛰는 헐리우드 스타들이 눈독을 들였던 <컨페션>의 척 배리스 역은 그렇게 무명에 가까운 샘 록웰의 수중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지금껏 조지 클루니는 어느 인터뷰 석상을 막론하고 척 배리스 역으로 샘 록웰을 선택한 것에 만족을 표시하지 않은 적이 없다. 언제나 그의 결론은 “그 역은 바로 샘 록웰만의 것”이었다는 식으로 마무리된다. 그 점은 원작자 척 배리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몇 개월을 척 배리스와 함께하며 그의 변죽 넘치는 걸음걸이마저 완벽하게 깨달은 샘 록웰을 향해 척 배리스는 “영화 후반부, <땡쇼>의 세트장에서 반 미쳐버린 나를 묘사하는 그 장면은 정말 나를 기절초풍시켰다. 그때 느꼈던 그 느낌을 똑같이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리고 2002년 베를린영화제는 그런 주위의 확신에 객관적인 힘이라도 실어주듯 샘 록웰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겨주었다. 꺼벙한 눈에 어딘가 삐딱해 보이고, 더러는 신경질적으로 보이며, 거짓말도 곧잘 할 것 같은 바로 이 친구에게.

샘 록웰은 1968년 둘 다 배우였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행운아였다. 지극히 그의 연기력은 천성적인 것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1988년 <클라운하우스>로 데뷔했을 때, <닌자 거북이>에서 악당 두목으로 나왔을 때, 누가 그에게 신경이나 썼겠는가? 1994년에 맥주 광고를 하고 나서, 1996년 한해를 다섯편의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하면서 보냈지만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후, 샘 록웰은 <그린 마일>의 미치광이 죄수, <갤럭시 퀘스트>의 비겁한 멍청남, <미녀 삼총사>의 돈많은 악한- 조지 클루니가 ‘엉뚱한 역’이라고 표현하는- 으로 출연하면서 인지도를 높여갔다. 결정적인 계기는 역시 조지 클루니와의 짧은 만남이었다. <웰컴 투 콜린우드>에서 아마추어 복서이자, 엉성한 도둑님으로 출연하게 된 것을 계기로 조지 클루니를 만났고, <컨페션>의 엽기적인 주인공으로까지 승격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솔라리스>의 베를린 시사에 조지 클루니를 따라갔던 샘 록웰을 “게슈타포 같은 보디가드”가 못 알아보고 들여보내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샘 록웰이 <컨페션>에서 척 배리스 역을 훌륭히 소화할 수 있었던 건, 연기에 대한 그의 태도, 또는 습관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갤럭시 퀘스트>를 찍으면서는 “<에일리언>의 빌 팩스턴에 대한 오마주의 일종”이라는 생각으로 임했고, <웰컴 투 콜린우드>의 복서 “페로 역을 위해서는 무하마드 알리를 모방했다”. 그는 무언가를 참조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이미 노하우를 갖고 있었던 셈이다. <컨페션>의 척 배리스는 그런 샘 록웰에게 진짜 상대해보고 싶은 참조와 모방의 대상이었던 셈이다. 현재, 샘 록웰에 대한 걱정의 소리는 “큰 예산의 주인공으로는 아직 상업성이 확증되지 않았다는 정도”이다. 샘 록웰은 그런 시각에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조지만큼 유명해질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아요. 나는 그런 정도의 자질이 없어요. 좀 엉뚱하게 말하자면, 그래도 나는 70년대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배우들처럼은 될 수 있을 거예요.” 그러고나서 그의 이름에서 불려나오는 이름들. 더스틴 호프먼, 진 해크먼, 존 보이트, 제프 브리지스…. 그의 자신감은 ‘공인되지 않은 허풍’이 아니다. <컨페션>을 본 리들리 스콧은 그를 <매치스틱 맨>에 캐스팅하여 이미 촬영을 마쳤고, 샘 록웰은 니콜라스 케이지의 부하로 등장해 다시 한번 엉뚱함의 매력을 발산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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