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혁명 기념일, 나세르(사미 나세리)와 산티노(브누아 마지멜)는 교외의 물류창고를 습격, 성공리에 강탈한다. 같은 시각, 알바니아 출신의 마피아 대부를 호송 중이던 특수부대 요원들은 보스를 구하려는 마피아들의 공격을 받는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요원들이 다다른 곳은 나세르 일당이 선점한 그 물류창고. 서로의 존재를 오해했던 이들은 생존을 위해 단합하기로 한다.
■ Review<네스트>는 매우 단도직입적인 영화다. 화면 하단에 출몰하는 디지털 시계가 급박하고 불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가 싶더니, 인물과 정황 설명을 과감히 뛰어넘어, 곧바로 본론으로 직행한다. 창고에 갇힌 주인공들. 살아남기 위해선 창고 밖의 적들을 겨눠야 한다. 죽거나 죽이거나. 이야기는 그게 다다. <네스트>는 차라리 스토리가 있는, 서바이벌 게임 혹은 비디오 게임이다.
내가 살기 위해 얼굴도 모르는 적(그조차도 분명치 않은)을 죽여야 한다는 극한 상황을 다룬 <네스트>는 좀처럼 숨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 창고의 ‘연합군’은 아비규환인 반면, 적은 거대하고 고요하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아니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싸움. 이런 극도의 긴장과 공포의 분위기에 일조하는 것이 ‘벌집’(영화의 원제)으로 변해버리는 창고, 즉 닫힌 공간이다. 여기에 정의의 이름으로 응징해야 마땅한 명백한 악당을 ‘법의 심판’을 위해 보호해야 하는 이들의 갈등, 그를 마피아 부하들에게 내놓지 않음으로써 속출되는 무고한 희생, 동료와 친구와 애인을 지키지 못하고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이 보태져, <네스트>는 후반부엔 제법 비장한 여운을 전하기도 한다.
<네스트>는 프랑스판 액션블록버스터의 자부심을 보여준다. <택시> 시리즈로 스타덤에 오른 사미 나세리, <피아니스트>로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브누아 마지멜, <크림슨 리버>의 히로인 나디아 파레 등 요즘 가장 잘 나가는 배우들을 골라 모은 캐스팅이 그 한 증거. 프랑스 외인부대가 사용한다는 돌격 소총 등 최신 기종은 물론, 영화를 위해 새로이 개발해 특허까지 받아놓은 다종다양한 총기가 아낌없이 퍼부어대는 총탄은 이미 <니키타>에서 조짐을 보였던 ‘하드코어’ 총격액션의 진수를 선보인다. 단, 총격액션의 마니아가 아니라면, 화면 가득한 총탄과 소음과 화염이 마냥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