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가이드]
[한국영화걸작선] 가족멜로드라마의 고전,<박서방>
2003-10-29
글 : 박혜명

“박 서방! 우리집 아궁이 좀 고쳐줘요”, “예, 곧 갑니다 ”, “꼭이요”라는 대사와 함께 타이틀이 오르는 강대진 감독의 1960년작 <박서방>은 한국영화 전성기 가족멜로드라마의 전형이다.

1남2녀의 아버지인 박 서방(김승호)은 연탄 아궁이를 수리하며 살아가는 가난한 가장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자랑거리인 자식들이 있는데, 착하게 자란 두딸(조미령, 엄앵란)과 제약공장에서 사무일을 보는 아들(김진규)이 그들이다. 자식들에게 완고하지만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해서 잘살길 바라는 건 아버지로선 당연한 것이었다. 아마 어렵던 그 시절,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는 모두 이런 바람을 가지고 힘든 세파를 버티며 살았으리라.

<박서방>은 대표적인 한국 가족멜로드라마다. <마부> <로맨스 빠빠> <삼등과장>처럼 자식들 잘되길 바라는 우리네 아버지의 엄하지만 넉넉한 가슴을 느낄 수 있는 고전 멜로영화다. 1960년에서 1962년까지 만들어진 한국영화들은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 상당히 뛰어나다. 50년대 쌓아온 영화판의 힘이 4월혁명이란 역사적 분출구를 통과하면서 사회가 급속하게 문화분야에서도 성숙해진 결과이리라. 하지만 이 시기 영화들이 더욱 좋은 것은 <박서방>처럼 힘들고 어려운 시절이지만 희망을 품을 수 있게 했고, 영화 한편 보고 나면 다시 살아갈 힘을 줄 수 있었던 점인 것 같다.

가정이지만, 이 시절 영화들이 그 성숙한 문화적 토양을 바탕으로 계속 영화적 상상력을 꽃피울 수 있었다면, 영화 속 아버지들처럼 어렵지만 작은 희망을 계속 품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 당시 영화를 보면서 항상 느끼는 안타까움이다.이승훈/ EBS PD agonglee@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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