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인터뷰] <러브 액추얼리>의 휴 그랜트
2003-11-03
글 : 이지연 (런던 통신원)
“몸으로 코믹연기 하기는 힘들어”

영화에서 영국 총리를 연기했는데, 실제로 총리와 얘기해본 적이 있나.

지금의 토니 블레어는 만나본 적이 없고, 존 메이저 총리가 주최하는 칵테일 파티에 간 적이 있다. 그때 엄청나게 취해서, 총리에게 다가가서는, 당신은 실제로는 꽤 재미있는데 TV에서 보면 무척 지루해 보인다고 했더니 싫어하더라. 그리고 총리 회의실을 봐야겠다고 고집을 부렸으나 결국 경비원에게 쫓겨났다. 이번에는 참고하려고 <영국 헌정>이라는 책을 샀는데, 너무 지루해서 네쪽인가 읽다 말았다.

당신이 정말 영국 총리라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싶은가? 특별히 모델로 한 정치인이 있나.

난 정치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내가 생각하는 정책이란 것도 다 이런저런 게 뒤섞인 것들이다. 특별히 모델로 한 정치인은 없고, 존경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칼리귤라다. 그 친구는 자기 재미를 위해서 정치를 한 것 같다.

영화 속에서 춤추는 장면이 있는데, 특별히 춤을 배우느라 힘들지 않았는지.

아, 돈이 많이 들었고, 아직도 그 타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웃음) 몸으로 코믹한 연기를 하는 게 내 전공은 아니어서 정말이지 창피했고, 그 장면 때문에 많은 갈등이 있었다. 커티스에게 제발 그 장면을 빼자고 계속 졸랐는데도 거절당했다. 굉장히 오랫동안 리허설을 해야 돼서 그 장면을 찍는 데만 하루가 다 간 것 같다. 찍고나서 TV모니터로 보는 데 다들 웃었지만, 나한테는 아직도 충격이다. 그건 정말 내가 연기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은 춤을 통해 자아를 표현한다고들 하는데, 나한테는 표현할 자아라는 게 없는 것 같다. (웃음)

리처드 커티스와는 오랫동안 계속 작업을 같이 해왔는데, 이번에는 그가 감독을 맡아서 둘 사이의 관계가 달라진 점이 있나.

관계가 악화됐다. (웃음) 무서운 교장 선생님같이 구는 감독들이 없어져서 이번에는 더 재미있을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커티스가 권력에 미쳐갔다. (웃음)

실제로 크리스마스를 좋아하나.

크리스마스를 좋아한다. 그에 관련된 모든 것들. 썰매, 종소리, 뺨이 빨갛게 얼어붙은 꼬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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