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그만 할 수 있는 두세가지 것들,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의 차태현
2003-12-10
글 : 박혜명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차태현은 이미 많은 것이 알려진 배우다. 영화와 TV드라마와 CF, 가수와 DJ, 오락프로그램 게스트와 MC까지, 노선 불문 무정차 운행버스처럼 그는 대중에게 꾸준히 노출되고 있다. 차태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아는 차태현이란 사람은,

호기심이 많다. 한자리에 오래 있지 못한다.

애드리브가 강하다. 시나리오를 많이 보지 않는다.

욕심이 없다. 대단한 연기변신은 계획에 없다.

그를 다시 만났다. 새롭게 발견하게 될 두세 가지 것들을 기대하며.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이후 불과 5개월 만. 개봉준비 중인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와 촬영준비 중인 <투 가이즈> 사이에 놓여 있는 그는 지난 여름 때와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오래전부터 크게 달라진 적이 없다. 달라지면 되레 이상해 보일지 모른다, 고 지난 여름에도 그가 말했다.

비슷한 영화들, 닮은 캐릭터들 속에서 차태현은 “이번엔 어디에 포인트를 두어야 할지” 생각한다. 원톱이나 투톱으로 가는 영화들이 이제는 부담스럽다고 느껴질 때쯤 선택한 이 영화는, 온천이 유명하다는 대전 유성을 배경으로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착하고 평범한 순경 병기와 볼링장 직원 민경의 이야기, ‘온천파’ 두목 석두와 그의 똘마니들의 이야기, 그리고 에로비디오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각각의 이야기들이 다 잘 살아나는 게 이 영화의 포인트이자 선택의 이유였다. 영화를 제일 잘 아는 감독이 어련히 알아서 했을까마는, 차태현은 나중에 감독한테 물었다. 다른 쪽 이야기들을 많이 잘랐냐. 당연히 감독은, 아니라고 대답해줬다.

자신의 영화들을 기자가 어떻게 이야기할지 차태현은 너무 잘 알고 있어서, <해피 에로…> 이야기를 하면서도 <엽기적인 그녀>에서부터 <연애소설> <첫사랑…>, 심지어 <줄리엣의 남자>까지 지난 출연작들을 반복 언급하고 냉정하게 정리, 각각의 특징들을 분류해준다. 자신의 연기를 효과적으로 다루는 방법도 너무 잘 안다.

차태현은 후시녹음을 좋아하지 않는다. 동시녹음 위주의 현장에서 번거로운 후시녹음 작업을 선호할 배우들이 많지는 않겠지만 차태현은 “내 연기가 후시로 하기엔 애매한 스타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그렇다. <해피 에로…> 현장에서 감독에게도 그렇게 말했다. 감독님, 전 테이크 많이 가봐야 절대로 좋은 게 안 나와요. 대부분 다섯번 안에 다 끝나요. 차태현에게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가 헷갈려서 현장이 고민스러운 경우는 없다.

지난해 가을 <연애소설>로 시작해 차태현은 영화 네편을 연달아 하고 있다. 게다가 음반을 냈고 MC를 네번 맡았고 CF 찍으러 해외까지 나갔다 왔다. 올해는 거의 쉬지 못했다. “이렇게 하는 사람도 나밖에 없을 거야”라고 반복 단언하는 그는 드라마와 음반 활동으로 넓어진 지인관계를 소홀히 할 맘이 없어 보인다.

차태현의 홍보 스케줄이 유난히 두툼한 것도 부분적으로는 그 때문이다. 어차피 그는 영화만 하고 싶은 생각도 없거니와 하고 싶은 영화만 욕심내다가 다음 작품 때까지 한없이 기다리는 부담을 지고 싶지도 않다. “그리고 남들이 보기에 내가 ‘기다린다’는 그런 느낌의 배우는 아니잖아요.” 자신의 “어중간한 나이”를 소화해줄 소재를 찾아 드라마도 다시 할 생각이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해나갈 것이다. 요즘도 가끔씩 <엽기적인 그녀>만한 영화를 다시 찍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는 설경구만이, 송강호만이, 잭 니콜슨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연기가 있는 것처럼 차태현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연기가 있다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연기의 색깔이 시간과 함께 짙어질 것도 그에게는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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