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03 한국영화계를 돌아본다 [2]
2003-12-12
글 : 이영진
글 : 이성욱 (<팝툰> 편집장)
글 : 남동철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한국영화 시장점유율 50%대 - 정태원_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

1.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을 것 같다. 과거 음반시장에서 가요보다 팝이 우위에 있다가 가요 시장 위주로 재편된 것처럼 한국영화가 시장을 장악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2.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무엇인가? 장르가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과거에 특정장르의 영화만 선호했다면 이제는 장르에 상관없이 잘 만든 영화를 찾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공포영화가 잘되는가 하면 사극도 인기를 끄는 등 소재가 무척 다양해졌다.

3. 올해 본 한국영화 중 가장 인상깊은 작품은 무엇인가? <올드보이>와 <살인의 추억>. 두 영화 모두 극장에서 2번씩 봤는데 처음엔 궁금해서 봤고 두 번째는 공부하는 마음으로 봤다. 장소헌팅, 촬영, 미술, 음악, 연출 등 모든 면에서 굉장히 많이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영화다.

4. 올해 한국 영화계를 돌아보면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어떤 것인가? 지금 한국영화가 잘되고 있는데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얼마나 오래 가느냐다. 배우 개런티가 지나치게 높아지거나 너도나도 지분을 요구하는 경우가 문제다. 예전에 <흑수선> 찍을 때 주연 4명 개런티가 합해서 3억원대였는데 이제는 어림도 없는 일이 됐다. 이런 식으로 개런티가 올라가면 제작자가 살 수 없게 되고 제작자가 살기 힘들면 영화산업이 어려워지게 된다.

5. 올해 자신의 활동과 사업에 대해 자체 평가를 한다면? 예상보다 못했다. 지난해 관객을 1340만명 동원했는데 올해는 1천만명도 안 된다. 지금 한달째 칩거하면서 권토중래를 구상 중이다. 내년엔 시네마서비스에서 2편, CJ에서 2편을 투자받아 제작할 예정인데 한편이 성공하는 것보다 꾸준히 잘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6. 내년 한국영화의 전망은 어떻게 보나? 낙관적으로 본다. 전체적인 퀄리티가 높아져서 개별 영화간 퀄리티 차이가 많이 줄어들었다. 어느 정도 퀄리티 있는 작품이 전체의 60% 이상 차지하는 쪽으로 발전할 것 같다.

7. 내년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주목하는 작품은 무엇인가? <하류인생>과 <태극기 휘날리며>. <하류인생>은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는 영화가 될 거 같다. 영화제용 영화가 아니라 정통 상업영화로서 뭔가 보여줄 거라고 기대한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해외시장 개척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작품이다. 굉장히 무거운 소재인데 그걸 어떻게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그간 나온 블록버스터가 무국적 블록버스터인 반면 <실미도>나 <태극기 휘날리며>는 그야말로 우리 역사를 바탕으로 삼은 진짜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아닐까 싶다.

<태극기 휘날리며> 대작시대 열까 - 김동주_쇼이스트 대표

1.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CJ의 약진이다. 멀티플렉스 경쟁에서 단연 앞서가고 있는데다 제작, 배급에서도 힘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형 스튜디오로 자리를 잡은 것처럼 보인다.

2.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무엇인가? 퀄리티 있는 영화에 대한 관객의 호응이 놀랍다. ‘다모폐인’이 나온 것처럼 <올드보이>도 폐인이 나오고 있다. 스포일러에 대해 관객 스스로 격렬히 항의하고 2∼3번 보는 일이 다반사다. 영화가 끝나면 즉석에서 토론하는 등 관객의 참여의식이 높아졌다.

3. 올해 본 한국영화 중 가장 인상깊은 작품은 무엇인가? <올드보이>. 배급시사 때 기립박수가 나오는 영화는 처음 봤다. 얼마 전 포항의 한 극장에서도 기립박수가 나왔다.

4. 올해 한국 영화계를 돌아보면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어떤 것인가? <쉬리> 제작비가 22억원, <친구>가 17억원이었는데 지금은 이런 영화 찍으려면 제작비가 2배 이상 든다. 손익분기점이 자꾸 올라간다는 점이 문제다.

5. 올해 자신의 활동과 사업에 대해 자체 평가를 한다면? 옆을 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렸다. 달마다 생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한해였다. 곽경택, 박기형, 박찬옥 등 좋은 감독과 작업하면서 느낀 게 많다. 좋은 감독과 작업하면 흥행에 실패할지언정 나쁜 영화가 나오지는 않는다. 과거엔 영화투자에서 시나리오와 배우를 중시했는데 이제는 감독을 더 중시하게 됐다.

6. 내년 한국영화의 전망은 어떻게 보나? 진지한 드라마나 스릴러 등 다양한 영화가 나올 것 같다. 완성도 높은 영화를 위해서 프리프로덕션 기간이 더 길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하게 된다.

7. 내년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주목하는 작품은 무엇인가? <태극기 휘날리며>. 지금은 순제작비 30억∼40억원대 영화는 무조건 안 된다는 분위기인데 <태극기 휘날리며>가 성공하면 대작 기획도 힘을 받을 것 같다. 한국영화라고 항상 저예산영화만 할 수는 없지 않나. 제작비 5억원대 영화가 있는 반면 100억원대 영화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대표배우, 대표감독이 만드는 영화라는 점에서도 주목하게 된다. 강제규 감독은 한국의 영화산업에서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수입의 양극화 심화 - 이춘연_씨네2000 대표

1.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게 사건인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영화의 해외수출이 전년대비 80% 증가했다는 걸 먼저 언급해야겠다. 또 12월에 통합전산망이 시험가동되는데 배급구조의 투명성을 위해 중요한 사건이다. 그리고 이창동 감독이 문화부 장관에 취임했다는 것과 확실히 해결은 안 됐으나 일단 시간을 벌어놓은 스크린쿼터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살인의 추억>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장화, 홍련> <황산벌> 등 다양하고 진지한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졌다는 것도 언급해야겠다.

2.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무엇인가? 플레너스가 프리머스를 내세워 극장사업을 시작했고, 지난해까지 시네마서비스와 CJ의 2강 구도였던 것이 이제 청어람과 쇼박스가 가세해 2강2중 구도로 전환하고 있다. 또 배급에서 와이드릴리즈가 계속 강화되고 있고, 주목할 만한 조연배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더불어 스타들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적역 위주의 캐스팅으로 바뀌면서 캐릭터를 잘 살리면 흥행에 성공하는 변화가 생겨났다. 남도 영상위원회에 이어 제주, 대전에서 움직임이 일고 있는 등 영상위원회가 활발해지고 그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또 스탭들의 개별 계약이 일반화하면서 처우 개선을 위한 의미있는 변화가 나타났다. 관객이나 연기자들이 연령적으로 낮아진 현상도 보인다.

3.<살인의 추억>. 등장인물이 주역부터 단역까지 나름대로 한 가닥씩 하고 있다. 어떤 인물 하나도 버리지 않고 다 살렸다. 또 힘들고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에 역사적 배경을 섞어 상당히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제작자 입장에서 가장 부러운 영화다.

4. 올해 한국 영화계를 돌아보면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어떤 것인가? 영화별 수입의 양극화 현상이다. 무슨 뜻이냐면 와이드릴리즈를 강화하다보니 상영 기간이 일찍 종료되고 ‘모’ 아니면 ‘도’의 결과가 빚어지고 있다. 대박영화는 적어지고 흥행에 실패하는 영화는 많아지고…. 전체적으로 손익분기점에 근접하는 영화들의 수가 작아졌다. 스타급 배우의 개런티가 수직 상승했고, 인터넷상에서 영화 파일들의 불법 유통이 심각해졌다. 그리고 나도 잘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인터넷 소설의 영화화 바람처럼 감각에 치우친 표피적인 영화들이 양산될 우려가 엿보인다.

5. 올해 자신의 활동과 사업에 대해 자체 평가를 한다면? 현상 유지다. 원래 난 버티는 사람이니까. 그렇지만 올해만 따지면 성공이다. 외화 수입도 하지 않고 프로덕션만 가지고 한국영화만 만드는 입장이란 점에서 성공적이다.

6. 내년 한국영화의 전망은 어떻게 보나? 낙관적 측면에선 와이드릴리즈가 강화돼 영화 수입이 양극화됨에도 불구하고 해외시장으로 많이 진출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여지가 보인다. 또 <살인의 추억> <장화, 홍련>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등 다양한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해서 이 기운에 힘입어 장르의 다양화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비관적인 건, 제작비 상승에 따라 실험성이나 예술성을 지닌 또 다른 측면의 다양한 영화가 흥행성이 적다는 이유로 제작이 안 되거나 상영기회가 적어지는 문제다.

7. 내년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주목하는 작품은 무엇인가? <실미도> <태극기> <효자동 이발사> <하류인생>.

<지구를 지켜라!> 소재·연출 참신 - 오정완_영화사 봄 대표

1.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라간 것. 한국영화 점유율이 40% 이상을 3년 동안 유지했다고 하더라도 숫자의 이면에는, 독자적인 산업으로 자리매김되기에는 많이 부족한 구조와 시스템의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 이전에, 영화라는 문화상품이 한-미통상협정 등 경제 논리에 종속돼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2.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무엇인가? (다들 이렇게 생각하겠지만) 작품성과 소재의 신선함, 완성도 등 전체적으로 좋은 작품들이 흥행에서도 좋은 결과를 거둔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코미디영화가 극장가를 평정했던 지난해과 제일 달라진 부분이 아닐까. <살인의 추억> <장화, 홍련>, <스캔들…> <올드보이> 등 올해 흥행 수위를 기록한 영화들은 작품성과 소재의 새로움에서 다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홍콩영화가 망해가던 시절과 비슷한 망조가 든 것이 아닌가?’란 의구심을 희석시켜주었다. 역시 잘 만들면 관객이 반응한다, 라는 반가운 사실의 확인.

3. 올해 본 한국영화 중 가장 인상깊은 작품은 무엇인가?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 한마디로 신선하고 새로운 영화다. 소재와 연출 스타일에서 한국 영화의 지평을 넓혀주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시도들이 한국영화가 나갈 수 있는 새로운 물꼬를 트는 첨병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비록 관객에게는 외면받았지만 말이다.

4. 올해 한국 영화계를 돌아보면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어떤 것인가? 올해만의 우려는 아니다. 한국 영화산업이 해결하지 못한 여전한 문제점들. 그러니까 안정적인 투자자본의 부족, 영화별로 다양한 배급구조가 확보되지 않고 있는 점, 전문적이고 합리적인 제작 시스템의 정착이 안 된 점 등등등.

5. 올해 자신의 활동과 사업에 대해 자체 평가를 한다면? 영화사 봄으로서는 과도기를 벗어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어준 한해인 듯. 하지만 더 큰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 새로운 양적, 질적 도약의 계기를 찾아야 되지 않을까?

6. 내년 한국영화의 전망은 어떻게 보나? 다양한 시도들이 혼재할 것 같다. 일련의 인터넷 소설들의 영화화 레이스가 관객에게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지도 궁금하고 전통의 강호들이 어떤 식으로 방향을 잡아갈지도 궁금하다. 올해 확인된 것처럼 관객의 트렌드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코미디, 조폭영화만 잘된다, 무거운 영화에는 관객이 반응하지 않는다는 공식도 없다. 좀더 다양한 장르와 스토리의 영화들이 나타나지 않을지 기대된다.

7. 내년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주목하는 작품은 무엇인가? <태극기 휘날리며>

<올드보이> 220만달러에 일본 수출 - 김미희_좋은영화 대표

1.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올드보이>가 일본에 220만달러에 팔렸다는 사실. 국내 흥행작의 경우 100만달러 이상을 받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친구>의 일본 흥행 성적이 여의치 않은 뒤로 올해 전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주춤한 상태였다.

2. 올해 한국 영화계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무엇인가? 한국영화가 장르적으로 다양한 접목을 시도했고, 관객의 반응 또한 뜨거웠다. <살인의 추억>에서부터 <올드보이>까지 영화적 퀄리티로 정면승부한 영화들이 승승장구한 것을 높이 사고 싶다. 이재용 감독이 <스캔들…> 끝내고 외국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것도 후배들에게나 한국 영화계에나 활력소가 될 것 같다.

3. 올해 본 한국영화 중 가장 인상깊은 작품은 무엇인가? <살인의 추억>. 결말을 뚜렷하게 가져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걱정했는데, 관객이 너무 좋아해서 놀랐다. 내가 너무 정형화된 것 아닌가 싶어 그뒤로 영화계 아닌 다른 분야의 젊은 이들과 일부러 어울리려고 했을 정도다. <황산벌>은 기발한 아이템인데, 생각보다는 흥행 성적이 못 미친 영화 같다.

4. 올해 한국 영화계를 돌아보면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어떤 것인가? 투자사가 원하는 배우가 아니면 여전히 제작에 어려움을 겪는다. 게다가 영화사들은 많아 경쟁이 더욱 치열하니 개런티는 올라가고 제작비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서로 자기 발등을 찍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본다.

5. 올해 자신의 활동과 사업에 대해 자체 평가를 한다면? <선생 김봉두> 개봉하고, <아라한-장풍대작전> 촬영을 끝냈다. 내년에 들어갈 김대승 감독의 <혈의 누>, 변영주 감독의 <발레 교습소>, 장규성 감독의 코미디 <여선생 여제자> 등을 준비했다. 개봉작이 적어 여유 갖고 충전할 수 있었던 해였던 것 같다.

6. 내년 한국영화의 전망은 어떻게 보나? 올해처럼 관객은 트렌드와 퀄리티, 모두 선호할 것이다. 말로만 떠드는 게 아니라 할리우드를 포함해서 해외쪽에 실질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것 같기도 하다.

7. 내년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주목하는 작품은 무엇인가? <실미도>는 젊은 관객이 역사적 소재에 어떻게 반응할까, <태극기…>는 드라마와 스펙터클을 어떻게 결합시켰을까 하는 것. 어쨌든 두 영화 모두 잘돼야 한다. 그래야 그런 영화들이 계속 만들어질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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