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그리스영화를 본 적을 기억하는지? 쉰이 넘은 사람이라면 아마 마이클 카코야니스의 영화 중 하나일 것이다. 그의 <희랍인 조르바>(1965)는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었는데, 사실 미국 자본, 멕시코 배우(앤서니 퀸) 주연, 영어대사로 찍은 영화였다.
아직 쉰이 안 된 사람이라면 아마 테오 앙겔로풀로스 작품일 것이다. <율리시즈의 시선>(사진)의 이 감독은 고압적일 정도로 느리고 자만심이 강한 작품을 만들어, 그의 커리어는 전적으로 각종 영화제에 의존하고 있다. 1950년대에서 70년대에 이르기까지 그리스는 자국의 영화스타들이 따로 있을 정도로 영화산업이 번창했으나, 1974년 많은 영화사를 지원해주고 있던 우익 군사정권이 몰락하고 텔레비전이 발달하면서 대중영화산업은 무너지고 말았다. 언제나처럼 그 공백은 미국영화들로 채워졌다.
그러나 90년대 독일에서 한국에 이르는 많은 나라들처럼 그리스에서도 새로운 세대가 할리우드만이 양질의 주류 엔터테인먼트 세계특허권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
2천년이 넘는 역사의 도시 테살로니케는 유행에 앞서고 잘 노는 분위기를 풍기는 그리스 북부의 대학도시다. 그리스보다 ‘마케도니아’(알렉산더 대왕의 출신지)에 있다고 자부하며 발칸반도의 분위기가 짙다. 테살로니케는 지난 44년간, 국내 행사로 시작됐어도 이제는 그리스 최대 규모의 국제행사가 된 영화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본인이 마지막으로 이곳에 왔던 1999년에는 그리스영화의 대중적인 부활이 한창이었다. 남녀관계를 다룬 섹시코미디 <소의 오르가슴>(The Cow’s Orgasm) 감독인 올가 말레아,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를 제치고 흥행선두를 달리고 있던 <안전한 섹스>(Safe Sex)라는 아슬아슬한 코미디를 감독한 방송작가 출신 미할리스 레파스(Mihalis Reppas)와 타나시스 파파타나시우(Thanasis Papathanasiou) 같은 이들이 그 선두에 있었다.
그로부터 4년 뒤 상승세는 여전하여 지난해 20편이 넘는 영화가 제작됐다. 지난 11월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를 제치고 현재 70만명 관객몰이를 한 영화는 다양한 문화가 미끈하게 포장된 대중적 취향의 <향신료 한줌>(A Touch of Spice)이었다. 예상 관객 수는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기대되는데, 한국 인구의 1/4이 채 안 되는 인구의 나라 그리스에서는 대박이다.
<향신료 한줌>의 각본과 감독을 맡은 타소스 불메티스(Tasos Boulmetis)는 사실 터키 이스탄불에서 태어나 7살 때 그리스로 이주했다. 그리스어, 터키어, 영어로 이뤄진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감독의 이야기이다. 여기에 동화 같은 분위기와 삶을 대하는 그리스인들의 태도를 표현하는 ‘음식적인’ 요소(요리, 향신료, 정을 쌓는 식사시간)를 가미했다.
다른 참가작들을 제치고 이 영화가 테살로니케영화제 관객상을 차지했다. 그리스와 터키간의 우정이라는 민감한 문제를 솔직하게 다뤘다는 것이 그리스 내 성공을 설명할 수 있는 한 가지 이유이다. 그러나 <향신료 한줌>의 중심에는 이별- 소년 자신이 태어난 이스탄불과의 이별, 그리고 그곳에 머문 할아버지와의 이별이 있고, 이별이 심정적으로 다가오는 관객이라면 누구에게나 이 영화가 호감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한국이여, 기립하라. 이 작품은 <희랍인 조르바> 이후 근처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첫 그리스영화가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유럽영화의 가장 잘 지켜진 비밀 중 하나, 즉 그리스 주류영화에의 첫 소개가 될지도 모른다.
An End to the Modern Greek Tragedy?
By DEREK ELLEY
THESSALONIKI, Greece - Remember when you last saw a Greek movie? For anybody over 50, it was probably one of the films of Michael Cacoyannis, whose "Zorba the Greek" (1965) was a popular hit around the world, though it was actually made with U.S. money, starred a Mexican actor (Anthony Quinn) as the eponymous Cretan hero, and was shot in English.
For anybody under 50, the last Greek movie they saw was probably one directed by Theo Angelopoulos, a filmmaker of magisterial slowness and self-importance ("Ulysses' Gaze," "Eternity and a Day") whose career is entirely dependent on film festivals.
During the '50s to '70s Greece had a flourishing film industry with its own movie stars, but after the fall in 1974 of the right-wing military junta (which had supported many of the film companies) and with the growth of TV, the popular movie industry collapsed. As always, U.S. movies filled the gap.
During the '90s, though, as in many countries (from Germany to South Korea), a new generation realized that Hollywood did not own the worldwide patent on good quality, mainstream entertainment.
Thessaloniki is a hip, hard-partying university city in northern Greece with a history of over 2,000 years. It actually bills itself as being in "Macedonia" (the birthplace of Alexander the Great) rather than Greece, and its atmosphere is heavily Balkan. But for the past 44 years it has hosted a film festival which started as a national one but is now Greece's leading international event.
When I was last there, in 1999, the popular resurgence of Greek cinema was in full swing, led by directors like Olga Malea, with her sexy relationship comedies "The Cow's Orgasm," "The Marriage Game" and "Risotto," and the TV directing team of Mihalis Reppas and Thanasis Papathanasiou, whose risque comedy "Safe Sex" was beating "The Thomas Crown Affair" at the box office.
Four years later, the upswing is still continuing, with over 20 features made during the past year. In late November, the film that was packing them in, with over 700,000 admissions to date - beating "Pirates of the Caribbean" - was the slickly-made, cross-cultural crowdpleaser "A Touch of Spice." Admissions are expected to top 1 million - big business in country with less than 25% of the population of South Korea.
The major backer of the film was the Greek branch of Australian exhibitor-distributor Village Roadshow, which is reputed to have spent as much on promoting the film as it did on making it ($1 million).
"Spice" is the second film of writer-director Tasos Boulmetis, who was actually born in Istanbul, Turkey, and only moved to Greece at the age of seven when his Greek parents were deported in 1964. Using Greek, Turkish and English dialogue, the film is essentially his own story, though he's given it a fairytale edge and decorated it with "foodie" elements (cuisine, spices, the bonding quality of mealtimes) that express Greek attitudes towards life.
Against all comers, "Spice" won the festival's Audience Award. One reason for its local popularity is its upfront handling of the sensitive issue of Greek-Turkish friendship. At heart, though, "A Touch of Spice" is about separation - the boy's separation from the Istanbul of his birth and his grandfather who stayed behind - and should appeal to any audiences for whom this is an emotional issue.
Stand up, Korea. It could well be the first Greek movie you'll be able to see at your local multiplex since "Zorba." And an introduction to one of European cinema's best-kept secrets: mainstream Greek cinema.
-Based in London, Derek Elley is Senior International. Film Critic of Variety, the Hollywood-based showbiz paper. He writes here in a personal capac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