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인터뷰] <동해물과 백두산이>의 주연 공형진
2003-12-17

"주연급 배우의 반열에 올랐다는 생각은 지금까지 한번도 해보지 않았어요. 원래 주연과 조연이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왔지만 이번 영화도 다른 영화에 비해 제가 등장하는 장면이 좀 많을 뿐이라고 여깁니다."

오는 31일 개봉 예정인 <동해물과 백두산이>(제작 주머니필름ㆍ영화사 샘)에서 정준호와 공동주연을 맡은 공형진(32)이 16일 시사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났다. `만년 조연'이라는 딱지를 떼어내고 포스터와 자막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린 기분이 뿌듯할 만도 한데 의외로 담담한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부담은 엄청나게 많았죠. 최근 들어 시사회 무대에 올라 인사한 적이 많은데 오늘처럼 떨린 적이 없었습니다. 아침부터 눈가에 경련이 일더라구요. 연기할 때는 마음을 편하게 먹고 들뜨지 않으려고 애썼어요. <오버 더 레인보우>에서 함께 한 안진우 감독을 믿고 몸을 맡겼습니다. 주연 경험이 많은 정준호씨도 큰 도움을 주었지요."

<동해물과 백두산이>는 고무보트를 띄우고 술판을 벌였다가 풍랑을 만나 동해안 해수욕장에 떠내려온 북한 해군 장교와 병사가 북으로 귀환하기 위해 애쓴다는 줄거리의 코미디. 공형진은 제대를 몇 달 앞둔 병사 림동해로 출연해 특유의 느물대고 뺀들거리는 연기를 보여준다.

북한 사투리는 탈북자에게 직접 배웠고 그가 촬영 현장에서도 감수자로 나섰다. 요즘은 북한에서도 억센 사투리보다는 서울 말씨에 가깝게 부드러운 말투를 즐겨쓴다는 `고증'에 따라 공형진도 사투리에 대한 강박관념을 버리고 일부 단어와 억양에만 신경썼다고 한다. 촬영 때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았다. 북한 군함으로 꾸민 배를 보고 반공정신이 투철한 시민이 당국에 신고하는 소동도 빚었다.

"가장 붐빌 때 유명 해수욕장에서 촬영을 했으니 얼마나 애를 먹었겠어요. 좀 조용히 해달라는 스태프의 말을 피서객들이 귀담아 듣기나 했겠어요. 그분들도 모처럼 큰 마음먹고 놀러온 거잖아요. 갈대밭 장면은 <공동경비구역 JSA>의 촬영지였던 충남 서천에서 뒤늦게 찍었는데 날씨가 추워 입에서 나오는 김을 없애려고 얼음을 물고 있다가 연기해야 했어요. 하지만 웬만한 영화치고 저희 만큼 고생하지 않은 작품 있겠어요? 고생담도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지요."

1990년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로 데뷔한 공형진은 오랜 무명생활을 보내다가 2001년 <선물>과 <파이란>을 계기로 `조연 전문배우'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올해 선보인 영화만도 <블루>, <별>, <위대한 유산>, <남남북녀> 등 한손에 꼽기가 모자랄 정도이고 내년 2월 개봉 예정인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도 고영만 일병으로 변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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