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인터뷰] <바람의 파이터> 주연 양동근
2004-02-14

낡고 해진 도복 차림에 부스스한 머리, 검게 그을린 얼굴. 낭인 같은 모습이지만 형형한 눈빛 만큼은 상대를 압도하고도 남는다. 젊은 나이에 연기파 배우로서 입지를 굳힌 양동근(梁東根ㆍ25)이 전설적인 무도인 최배달(본명 최영의ㆍ일본명 오야마 마쓰다쓰ㆍ大山倍達ㆍ1922∼1994)로 변신했다. 그는 최배달의 일대기를 그리는 영화 <바람의 파이터>(제작 아이비젼 엔터테인먼트)의 촬영을 위해 일본 나고야(名古屋) 근교 이누야마(犬山)시에 머물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양동근은 11일 오후 메이지 시대(1868∼1912) 주요 건축물을 보존 전시하고 있는 야외박물관 메이지무라(明治村)의 무술도장 무성당(無聲堂)에서 가라테 고수들과의 대결 장면을 촬영한 뒤 제국(帝國)호텔 중앙현관으로 자리를 옮겨 한국과 일본의 기자들과 만났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준비할 시간이 너무 촉박했어요. 양윤호 감독님이 건네주신 비디오와 책자 등을 통해 최배달 선생님의 생애를 접했고 극진(極眞)가라테 부산지부에서 3박4일 동안 주요 동작을 익혔지요. 지금도 틈만 나면 아령도 들고 발차기도 연습하고 있지만 부족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마음으로나마 그분의 내면세계를 잘 표현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양동근의 얼굴에는 진짜 미안하고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평은 그렇지 않다. 힙합 댄스로 다져진 유연한 몸과 카리스마를 내뿜는 표정으로 우려를 씻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한국인끼리 대화할 때 말고는 일본어를 구사해야 하는데 랩 가수 경험 덕분인지 일본어 회화 코치가 "발음이 좋고 배우는 속도가 빠르다"고 칭찬한다.

87년 TV 특집 드라마 <탑리>로 데뷔했으니 연기 경력으로만 따지면 18년째를 맞는 중견 배우. 2000년대 들어 <수취인불명>, <해적, 디스코왕 되다>, <와일드 카드> 등의 영화와 TV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 `꽃미남'들이 득실거리는 충무로와 여의도에서 캐스팅 영순위로 떠올랐다. 최근에도 구자홍 감독의 영화 <마지막 늑대> 촬영을 마치자마자 지난해 12월 뒤늦게 <바람의 파이터>에 합류했다.

당초 캐스팅된 가수 비가 여러가지 문제로 도중하차하자 그 대안으로 양동근이 낙점된 배경에는 양윤호 감독과의 인연도 깔려 있다.

98년 <짱>에서 양동근과 호흡을 맞췄던 양윤호 감독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이여서 내가 원하는 작품에 좀더 가깝게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방학기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삼은 <바람의 파이터>는 지난해 11월 말 남양주 서울종합촬영소에서 아역 시절의 이야기부터 카메라에 담았으며 2일부터 14일까지 일본에서 총 60회 분량 중 12회를 촬영한다. 하루도 빠끔할 틈이 없는 강행군이어서 고생이 말이 아니지만 정작 양동근은 태평스럽기만 하다.

"현장에서 양념이 별로 없는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다보니 식사시간이 즐겁지 않고 영양소도 부족한지 얼굴에 버짐이 피네요. 그것 말고는 좋은 점이 훨씬 많아요. 저희 팀은 유명 관광지에서 문화재를 배경으로 촬영하는데 언제 이곳에 다시 와보겠어요. 가는 곳마다 온천도 있고요. 일본의 유명 배우들과 연기할 수 있는 것도 저로서는 큰 영광이에요. 외국 배우들과 연기할 기회를 얻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이누야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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