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일요일, 가족과 약혼자랑 시골에 소풍 왔던 여자는 그곳 남자와 짧은 시간을 보낸다. 강가 숲에서 키스를 나눴던 그날, 강에는 비가 내렸다. 세월이 흘러 같은 장소에서 둘은 다시 만난다. ‘행복했던 기억 때문에 여기에 가끔 오곤 해요’라는 남자의 말에 그녀는 ‘난 매일 밤, 당신을 기억했어요’라고 답한다. 기 드 모파상의 소설을 장 르누아르가 각색한 <어느 소풍>에서 보았던 이야기다.
어릴 적부터 마리우스를 사랑해온 화니는 그의 카페 앞에서 해산물을 판다. 그러나 바다의 자유가 그리웠던 남자에게 여자는 노래가사처럼 항구가 되어야 했다. 얼마 뒤 마리우스의 편지를 받은 아버지 세자르는 화니에게 편지를 읽으라고 건네준다. ‘밤마다 당신을 생각해요’란 아들의 글에 아버지는 ‘녀석아, 난 낮에도 널 생각해’라고 말한다. 마르셀 파뇰이 만든 마르세유의 세 사람 이야기 중 <화니>에 나오는 장면이다.
<어느 소풍>이 한편의 삽화라면 <마르세이유 3부작>은 오랜 세월에 걸친 사랑 이야기다. 상실과 재회에 관한 두 이야기를 보는 우리의 감정은 출렁인다. 그리고 유치한 생각도 해본다. ‘떠나는 자와 남는 자, 둘 중에 누가 더 마음이 아플까?’ 프랑수아 트뤼포가 <어느 소풍>을 두고 “순수한 감각의 영화”로 표현했던 것처럼 두 작품엔 아름답고 진실한 로맨스가 살아 숨쉰다.
재미있는 건, 장 르누아르가 마르셀 파뇰을 기억하면서 “그에게 여자의 유일한 목적은 아기를 낳는 것이었다”고 말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생각이 영화의 로맨스를 확 사라지게 만들지도 모르지만, 영화의 또 다른 즐거움을 지혜, 익살, 솔직함 그리고 건강함 같은 현실적 주제에서 찾는 힌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에 영향을 줬다고 종종 말해지는 두 사람이지 않은가. 어쨌거나 두 영화를 보면서 한숨 짓게 되는 것은 이젠 더이상 이런 영화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의 선조들은 그냥 죽은 게 아니라 영화의 영혼까지 들고 가버린 것 같다. 두 작품의 DVD는 70년 된 작품의 복원에 바친 애정을 보여줌은 물론 다양한 부가영상까지 더해놓았다. 소장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
이용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