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리옹 외곽에 살고 있는 로라(에마뉘엘 세이그너)의 경우도 마찬가지. 한때 매춘부나 다름없는 비참한 스트리퍼였지만 성실한 조경설계사인 마르코(필립페 토레통)의 순진한 구애를 받아들여 인생역전에 성공했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아서 끔찍한 교통사고로 청력을 잃고 몸도 만신창이가 됐지만 그런 자신을 변함없이 사랑하는 남편 마르코에게는 스트리퍼였던 그녀의 과거만큼이나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안온한 일상과 행복을 보증하는 이상의 신데렐라 스토리가 좀 길다 싶은 독백으로 흐르고 나면 영화는 곧바로 그 견고함에 흠집을 낸다. 성적 정체성에 문제를 나타내는 아이와 아이의 문제로 찾아간 병원에서 남편 마르코의 숨겨진 이력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 그리고 그녀가 남편과 누렸던 6년의 행복이 모두 거짓이었음이 드러날 것이다.
영화는 이처럼 개인주의의 진공상태를 가족주의로 벌충하는 사회일수록, 일상의 무대인 가정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암시에 대해 편집적인 공포를 체험하는 편이라는 데 착안한다. 그 흔한 ‘깜짝쇼’나 피범벅의 자극적인 신 하나 끼워넣지 않는 <바디 스내치>의 공포 기획 자체는 생각보다 단단하다. 그러나 자기가 속한 세계 전체를 의심하는 데서 오는 <악마의 씨>식 불안감을 자아내기엔 남편에 대한 혐의가 너무 일찍 판명되고, 덕분에 영화는 남편이 숨긴 그 끔찍한 내막이 무엇인가에 관한 스릴러로 선회한다. 문제는 러닝타임의 절반도 채우지 않았을 때 사실상 그 전모가 예상 가능하다는 것인데, 때문에 서스펜스를 이끌어내려는 잔재주나 영화적 반칙 하나없이 흘러가는 영화의 정공법은 우직하다기보다 오히려 지루하다는 느낌을 준다. 차라리 한번쯤의 ‘깜짝쇼’를 그리워하게 만들 만큼.